[김병철 칼럼 연속③] 박관열 광주시장의 ‘3만 호 역세권 신도시’…균형발전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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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 연속③] 박관열 광주시장의 ‘3만 호 역세권 신도시’…균형발전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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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곤지암·삼동역세권 중심의 인공지능 스마트 자족도시 구상
주택 공급보다 교통·일자리·교육·생활 기반시설을 먼저 설계해야
중첩규제 해소와 자연환경 보전, 동서 지역 격차 해소가 성패 좌우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 광주시의 민선 9기 도시정책은 ‘개발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보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구 증가와 주택 공급, 교통망 확충, 산업 기반 조성은 광주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지만 개발 속도만 앞세울 경우 광주가 오랫동안 겪어온 난개발과 교통 혼잡, 기반시설 부족을 또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관열 광주시장은 민선 9기 5대 시정 목표 가운데 하나로 ‘역세권 중심 3만 호 인공지능 스마트 자족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주요 철도 거점을 중심으로 주거와 산업, 교통, 생활서비스를 결합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도시 운영 전반에 접목해 광주시의 공간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광주를 경기 동부권의 자족형 미래도시로 만들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3만 호라는 숫자만으로 광주시의 균형발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도시개발의 성패는 공동주택이 몇 채 들어서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거주하는 지역 안에서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며 문화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주택은 빠르게 늘어났지만 도로와 학교, 공원, 의료시설, 대중교통, 일자리가 뒤따르지 못했던 과거의 개발 방식을 되풀이한다면 ‘스마트 자족도시’라는 이름도 결국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에 머물 수 있다.

박 시장은 취임사에서 광주·곤지암 등 주요 역세권을 중심으로 약 3만 호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첨단산업과 교통 기능이 결합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앞서 시장직 인수 과정에서는 경기도 관계자들과 정책협의회를 열어 곤지암역세권 2단계 도시개발사업의 사업계획 승인과 경기광주역세권 2단계 사업의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현재 3만 호 구상 전체가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재원, 사업시행자, 단계별 일정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도 광주시가 제안한 개발 방향을 앞으로 검토하고 협력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행정적 제안과 확정된 사업을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광주시는 수도권과 인접하면서도 산지와 하천이 많고 자연보전권역, 팔당상수원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받아온 지역이다. 개발 가능한 토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개발 압력이 이어지면서 도시 곳곳에 공동주택과 소규모 개발이 분산됐다. 그 결과 도로와 학교, 공공시설이 개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과 생활권 단절이 심화됐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려면 민선 9기 도시개발은 개별 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기광주역과 곤지암역, 삼동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이 하나의 도시 공간전략 안에서 연결돼야 하며, 광주역세권과 경안동·송정동 중심지, 태전·고산 생활권, 초월·곤지암 동부권의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광주역세권은 광주시의 중심성과 수도권 접근성을 강화할 핵심 거점이다. 이곳이 주거와 상업시설만 밀집한 공간이 아니라 행정과 업무, 연구개발, 문화, 환승 기능이 결합된 중심지로 성장해야 광주시 전체를 끌어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곤지암역세권은 동부권 주민의 생활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산업과 관광, 물류 기능을 연계하는 지역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삼동역세권 역시 성남과 광주를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하되, 개발 규모에 맞는 도로와 대중교통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박 시장이 취임 전 삼동역세권 개발사업과 성남~광주 간 지방도 338호선 확장 현장을 점검한 것도 도시개발과 교통 기반시설을 함께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역세권 개발로 인구와 통행량이 증가하는데 연결도로와 환승체계가 뒤늦게 추진된다면 시민은 개발의 편익보다 혼잡과 불편을 먼저 감당해야 한다. 광주시가 도시개발 승인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생활권별 통행량과 학교 수요, 대중교통 분담률을 반영한 종합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스마트도시’라는 표현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교통신호나 주차, 방범, 재난 대응에 적용하는 것만으로 자족도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광주시에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교육기관, 창업공간이 실제로 들어오는 산업 생태계다. 기업이 입주할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할 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하며 기업 종사자가 광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문화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의 연계 전략은 구호가 아니라 광주시가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박 시장은 광주시가 용수관로 통과에 따른 부담만 떠안을 것이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 상생특별지원지역 지정과 첨단산업·연구개발 기능 유치, 교통·교육 기반시설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향은 타당하지만 특별지원지역 지정과 연구개발단지 유치는 정부와 경기도, 관련 기관의 협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안이다. 광주시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부지와 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역세권을 여러 곳 개발한다고 저절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광주시의 지역 격차는 단순한 동서 간 거리 문제가 아니라 교통과 교육, 복지, 의료, 문화시설 접근성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서부권의 신현·능평·태전·고산 지역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비해 도로와 대중교통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경안·송정 생활권은 원도심 기능 회복과 상권 활성화가 필요하다. 초월·곤지암·도척·퇴촌·남종 등 동부와 남동부 지역은 고령화와 생활서비스 접근성, 산업 기반 부족을 함께 풀어야 한다.

따라서 민선 9기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에 동일한 시설을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권별 문제에 맞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기광주역 일대에는 광역업무와 상업·문화 기능을, 곤지암권에는 동부권 공공서비스와 산업·관광 기능을, 삼동권에는 성남과 연계한 산업·교통 기능을 배치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원도심은 도시재생과 전통시장, 문화공간을 연결하고 농촌지역은 자연환경과 농업, 관광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개발에 따른 이익이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 확충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주택 사업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동안 시민이 필요로 하는 학교와 도로, 공원, 주차장, 체육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개발이익은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사회적 비용은 시민과 광주시가 떠안게 된다. 공공기여 기준과 개발이익 환수 방안, 기반시설 부담 원칙을 사업 초기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개발과 보전의 균형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광주시의 산림과 경안천, 팔당호 수계는 도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광주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형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오랫동안 재산권 제약과 지역발전의 한계를 감수했다는 현실은 정부 차원의 보상과 제도 개선을 통해 풀어야 하지만, 규제 완화가 무분별한 개발 허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박 시장은 한강수계기금 제도 개선과 친환경 물 산업 협력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광주의 물과 환경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수처리와 물 재이용, 수질관리 산업을 육성하는 성장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개발과 환경을 대립 관계로만 보지 않는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다만 친환경 산업이라는 명칭만으로 환경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입지 적정성과 수질 영향, 에너지 사용, 주민 수용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업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민선 9기 광주시 도시개발의 진정한 시험대는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주택 공급보다 교통과 기반시설 계획이 먼저인지, 개발구역 지정 전에 일자리와 자족 기능을 확보했는지, 시민에게 사업비와 재원 조달 방식, 공공기여 내용을 공개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결과는 수십 년간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박 시장이 내세운 3만 호 역세권 신도시 구상은 광주시의 난개발 구조를 계획도시 체계로 전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구체적인 자족 기능과 교통대책 없이 주택 공급에 치우친다면 또 다른 베드타운을 확대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3만 호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갈 시민의 하루다. 출근길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는지, 청년이 광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노인이 가까운 곳에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가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민선 9기 광주시가 만들어야 할 도시는 아파트가 많은 도시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살든 교통과 교육, 복지, 문화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자연과 산업이 공존하며 다음 세대까지 지속할 수 있는 도시다. 박관열 시장의 성장 비전이 진정한 균형발전 전략으로 평가받으려면 이제 청사진을 넘어 사업별 위치와 규모, 재원, 교통대책, 공공기여, 환경보전 기준을 시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약속은 크지만 검증은 이제부터다.

본지는 다음 [연속 칼럼④]에서 박관열 시장이 제시한 스마트 기술 기반 혁신교통도시 구상을 중심으로 광역철도와 도로망 확충, 대중교통 개선, 상습 정체 해소 전략을 살펴보고, 도시개발 속도를 교통 기반시설이 따라갈 수 있는지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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