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3년에 개통된 이래 중앙아메리카와 파나마를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해 세계의 경제와 물류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공 수로인 ‘파나마 운하’에 대해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운하를 다시 미국의 것으로 가져오겠다며 화를 내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이 파나마 운하는 현재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6%를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은 운하의 주요 이용국으로,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운하를 통과한 선박의 73%가량이 미국 항구를 드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 운하의 또 다른 큰 이점은 선박들이 남아메리카 남단을 우회하는 대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함으로써 운항 거리를 약 13,000km 줄일 수 있어, 이 운하가 고장이 나면, 미국 경제, 특히 배송 차질에 취약한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파나마’는 지난 2017년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하고, 새롭게 중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기점으로 중국은 파나마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이며, 파나마 운하 인근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경제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보분석 기업 프라이트 웨이브스(FreightWaves)의 크레이그 풀러 최고경영자는 “파나마 운하가 중립 조약에 따라 모든 국가에 평등하게 개방되야 한다. 중국이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관리하면서, 운하 운영을 조종하거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통해 미국의 턱밑에서 은밀한 스파이 활동의 거점으로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파나마 운하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갑자기 파나마 운하를 탈환하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트럼프가 짜증을 냈는데, “파나마는 세계 무역의 주요 통로이자 대서양 수로를 이용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부과하여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성질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파나마의 행동은 미국이 파나마에 베푼 엄청난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파나마가 가장 강력한 견제의 대상인 중국과 잘 지내기 시작함에 대해 엄청난 짜증을 쏟아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군’이 현재 운하(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고 근거 없는 트럼프식 프레이밍(Trumpian Framing)을 내세우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1913년에 개통된 파나마 운하는 1999년 파나마에 통제권을 넘기기 전까지는 미국인 운영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이며 힘이 가장 쎈 미국의 ‘엄청난 아량’으로 대해준 곳이 파나마라는 인식이 트럼프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1989년 12월에 시작된 미군의 파나마 침공 작전인 이른바 ‘정의로운 대의 작전’(Operation Just Cause)을 상기해 보면 알 수 있다.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의 빈민가인 ‘엘 초리요’(El Chorrillo)는 “작은 히로시마”(Little Hiroshima) 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한마디로 미군의 침략 공격으로 초토화된(scorched) 곳이다.
미국은 1903년부터 1979년까지 파나마 운하 지대라는 사실상의 식민지를 통치했는데, 이는 파나마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포함했고,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된 후에도 지속된 인종 분리 제도(a system of racial segregation)를 고수했다. 운하 지대는 또 모든 종류의 미군 기지와 악명 높은 미국 군사 학교(US Army School of the Americas)와 같은 다른 시설들을 수용했으며, 많은 라틴 아메리카 독재자와 사형대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노리에가(Noriega) 자신도 참여했다.
미국은 1914년에 파나마 운하 건설을 최종 완료했다. 이 사업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피부색이 검은 피부 사람들의 노동과 사슬로 묶인 죄수들의 노역(chain-gang servitude)에 크게 의존했다.
역사가 데이비드 맥컬러(David McCullough)는 그의 책 “바다 사이의 길, 파나마 운하의 건설”(The Path Between the Seas: The Creation of the Panama Canal, 1870-1914)에서 미국의 ‘관대함 혹은 너그러움’(generosity)보다는 세계 지배를 위한 행사였던 운하 건설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의 통치 기간 동안 시작됐는데, 그는 이 수로가 “미국의 세계적 운명으로 가는 필수적이고 없어서는 안 될 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적었다.
루즈벨트가 1901년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파나마는 여전히 콜롬비아에 속해 있었지만, 콜롬비아 정부와 미국 간의 운하 건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국가인 파나마는 루즈벨트라는 산파에 의해 1903년에 탄생했고, 영토의 일부와 국가 주권을 미국에 양도하게 되어 매우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호탕한 웃음을 웃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존 윅스와 필 건슨(John Weeks and Phil Gunson)은 자신들의 저서 “파나마 : 미국에서 만든”(Panama: Made in the USA)에서, “파나마는 외국의 목적에 봉사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의 심장부에서 조각됐다”고 썼다. 이후 오늘날까지도 파나마는 조각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알자지라 칼럼니스트 벨렌 페르난데스(Belén Fernández)에 따르면, 파나마시티의 한 주요 도로는 여전히 루즈벨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지만, 7월 4일 거리는 1964년 1월의 국기 폭동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순교자 거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특별한 사건에서 미국군은 파나마 학생들이 운하 지대 한 고등학교에서 미국 국기 옆에 자국 국기를 게양하려 시도한 혐의로 약 21명을 사살했다. 미군의 너그러움(?)의 본보기라고나 할까?
눈을 지금으로 돌려보자. 역사의 DNA라는 이름으로 트럼프가 파나마시티 풍경과 자신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은 원래 트럼프 오션 클럽 인터내셔널 호텔 앤 타워(Trump Ocean Club International Hotel and Tower)라는 결코 짧지 않은 브랜드였고, 간판에서 그의 성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적으로는 “the Trump”라고 불린다고 한다. 2017년 NBC 뉴스는 트럼프 조직(Trump Organization)이 “마약 자금과 국제 조직범죄와 관련이 있는 70층 건물”에 자사 이름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파나마 운하를 회복하겠다는 갑작스러운 트럼프의 위협은 단순히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모두 미국의 ‘관대함의 위대함’(the greatness of generosity)을 트럼프식 프레이밍에 가두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데이비드 맥컬러는 자기 책에서 “1902년 워싱턴에서 운하 협상이 실패한 가운데, 콜롬비아 외교관인 호세 비센테 콘차(José Vicente Concha)박사가 그링고 친구들(gringo counterparts :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인을 부르는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관찰했다고 적었다. ”그링고 친구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가장 존중하는 국가로 보이려는 욕망 때문에, 이 신사들은 먹이를 삼키기 전에 조금 장난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미국의 DNA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이다.
미국의 먹잇감을 낚아채는 움직임은 때론 빠르고, 때론 장난치는 듯한 탐닉(overindulge)은 식을 줄 모를 것이다.
2025년 1월 현재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난파선 한국의 운명 역시 이 같은 탐닉의 재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길 바란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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