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도시기본계획 인구 76만 명 설정…운정과 북파주 격차 해소가 핵심
-취임사에 담긴 방향은 분명…공약별 사업비·재원·완료 시점 공개 뒤따라야

[뉴스타운/김병철 선임기자] 손배찬 파주시장이 민선 9기 시정의 문을 열었다. 손 시장이 내건 방향은 ‘평화가 머물고, 경제가 흐르는 파주’다. 교통혁신과 경제성장, 평화경제, 균형발전, 돌봄·안전을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지하철 3호선 연장과 경제자유구역 지정, 평화경제특구 조성, 대형 종합병원 유치 등 시민의 기대가 큰 사업도 포함됐다. 그러나 상당수 사업은 파주시의 결정만으로 끝낼 수 없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협의, 민간사업자 참여, 국·도비 확보, 도시계획 변경 등이 맞물려 있다. 민선 9기 공약 평가는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사업별 재원과 행정절차, 임기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되는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손 시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사에서 파주를 더 이상 변방의 접경도시로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판문점과 임진강, 비무장지대의 상징성을 관광과 산업으로 연결하고, 신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청과 협치,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도 시정 운영의 세 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실행계획이다.
지하철 3호선 연장, 시장의 의지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첫 번째 축은 교통이다.
손 시장은 지하철 3호선 연장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연계 버스노선 개선,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인 똑버스 운영을 제시했다. 역과 주거지를 잇는 생활교통망을 갖춰 시민의 이동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GTX-A가 운정권의 광역교통 여건을 바꿔도 역까지 접근하는 시간이 길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버스노선 개편과 환승체계 개선은 파주시가 비교적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운행 수요와 이용 실적, 차량 확보, 운수업체 협의, 재정지원 규모를 토대로 연차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면 지하철 3호선 연장은 성격이 다르다. 국가철도망 반영과 사업성 검토, 관계기관 협의, 재원 분담을 거쳐야 하는 광역사업이다. 파주시장이 공약했다고 곧바로 착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민선 9기 임기 안에 무엇을 완료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노선 확정인지, 상위계획 반영인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인지, 기본계획 착수인지에 따라 공약 이행의 의미가 달라진다. ‘추진’이라는 표현 하나로 모든 단계를 묶어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시는 공약실천계획을 공개할 때 임기 내 목표를 행정절차별로 나눠 제시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테크노밸리·메디컬클러스터, 세 사업의 조건이 다르다
두 번째 축은 경제성장이다.
손 시장은 미군 반환공여지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전환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운정테크노밸리와 메디컬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 첨단산업의 협력체계 구축도 약속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지역화폐를 확대하겠다는 민생경제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이들 사업은 모두 ‘경제’로 묶이지만 추진 방식은 서로 다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심의·승인이 필요한 제도적 과제다.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은 반환 절차와 토지이용계획, 기반시설, 사업 시행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 운정테크노밸리와 메디컬클러스터는 토지 확보와 사업협약, 자금조달, 민간사업자 책임, 인허가 일정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약 평가표도 사업별로 달라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지정 신청과 심의 단계, 반환공여지는 부지별 반환과 개발계획, 테크노밸리와 메디컬클러스터는 지분구조와 총사업비, 토지 확보율, 착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형 개발사업은 ‘조성 추진’이라는 표현만으로 진척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업무협약 체결은 사업 확정과 다르다. 용역 착수는 착공이 아니다. 민간사업자의 참여 의향도 투자 확정으로 볼 수 없다. 민선 9기 파주시는 각 사업의 현재 위치를 시민에게 정확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
지역화폐 확대도 재정 검증이 필요하다. 파주시는 현재 파주페이에 상시 10% 인센티브를 안내하고 있지만, 월별 충전 한도는 달라질 수 있고 예산이 소진되면 할인 없이 충전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역화폐 확대를 공약으로 관리하려면 발행액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시비 부담액과 국·도비 지원, 실제 사용액, 미사용 잔액, 가맹점 매출 효과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과 재정 부담을 동시에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권한과 절차의 문제다
세 번째 축은 평화경제다.
손 시장은 평화경제특구 지정과 민간인통제선 북상,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완화,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을 활용한 평화관광 확대를 제시했다. 접경지역이 감당해 온 제약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파주만의 지역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약이지만, 파주시의 권한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평화경제특구 지정은 법률과 정부 정책,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 민간인통제선 조정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완화는 군 당국과의 협의가 전제된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관광도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평화경제 공약은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정 건의, 후보지 검토, 개발구상 수립, 관계기관 협의, 정부계획 반영 등 파주시가 임기 안에 책임질 수 있는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파주시는 군부대와 민통선 북상, 통일대교 검문소 이전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한국인공지능협회와 평화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추진했다. 다만 협의와 업무협약은 정책 실현을 위한 초기 단계다. 이를 곧바로 규제 완화나 특구 지정의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평화관광 역시 방문객 수보다 지역경제에 남는 효과를 따져야 한다. 임진각과 통일동산을 찾은 관광객이 문산과 금촌, 법원·적성 등 지역 상권으로 이동하는지, 체류시간과 숙박 소비가 늘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 증가’와 ‘지역소득 증가’는 같은 말이 아니다.
계획인구 76만 명, 기반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면 숫자에 그친다
네 번째 축은 균형발전이다.
파주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운정신도시와 기존 도심, 농촌·접경지역 사이의 생활환경 차이다. 손 시장도 취임사에서 신도시와 인구감소 위험이 있는 농촌이 한 도시에 공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도시권에 대형 종합병원과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제2청사·제2경찰서·제2소방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북부지역에는 농업기술센터 이전과 청년농업인 육성을 제시했다. 도시 규모에 맞는 행정·의료 기반과 농촌 활력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주시의 2040년 도시기본계획은 계획인구를 76만 명으로 설정했다. 해당 계획은 경기도 승인을 거쳐 2026년 6월 5일 공고됐다.
계획인구는 목표연도 도시공간과 기반시설의 규모를 정하는 기준이다. 실제 인구가 자동으로 76만 명까지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택과 산업용지를 확대하더라도 병원, 학교, 도로, 대중교통, 상하수도, 소방·치안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시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민선 9기는 도시기본계획의 숫자를 개별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얼마의 인구를 배분할 것인지, 필요한 도로와 학교·병원은 무엇인지, 재원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공개돼야 한다.
대형 종합병원 유치도 병상 수나 개원 목표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사업 주체와 의료법인 참여, 부지와 자금조달, 의료인력 확보, 응급의료 기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제2경찰서와 제2소방서 역시 국가·경기도 기관과의 협의, 관할구역 조정, 인력과 청사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다.
돌봄·청년·노인·안전, 체감도는 생활 현장에서 갈린다
다섯 번째 축은 돌봄과 안전이다.
손 시장은 공공돌봄 확대, 아이돌봄 지원, 학교 신설, 안전한 통학로, 도서관 확충을 약속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와 주거·문화 기반을, 노인에게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와 파크골프장을 제시했다. 첨단 인공지능을 활용한 재난안전시스템 구축도 포함했다.
이 분야는 대형 개발사업보다 시민의 체감도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대상자 수와 운영비가 계속 증가할 수 있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돌봄시설은 몇 곳을 짓는지만 볼 문제가 아니다. 이용 대상과 정원, 대기 인원, 운영시간, 돌봄 인력, 연간 운영비가 중요하다. 학교 신설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의 판단이 필요하다. 도서관과 파크골프장도 부지 확보와 접근성, 운영비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인공지능 재난안전시스템은 명칭보다 기능이 먼저 공개돼야 한다. 기존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관제센터를 고도화하는 것인지, 홍수·산사태·폭염·화재를 예측하는 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집되는 정보와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구축비, 유지관리비도 확인해야 한다.
공약표에는 최소한 다섯 가지가 담겨야 한다
민선 9기 출범 초기인 만큼 모든 공약의 성과를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실행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는 이미 평가할 수 있다.
파주시가 공개할 공약실천계획에는 최소한 다섯 가지가 담겨야 한다.
첫째, 공약의 전체 수와 세부사업을 확정해야 한다. 취임사에 등장한 정책 방향과 선거공보의 세부 공약, 기존 계속사업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신규사업과 민선 8기 이전부터 추진된 계속사업을 나눠야 한다. 기존 사업을 민선 9기 공약에 포함했다면 이전 추진 실적과 남은 과제를 함께 밝혀야 한다.
셋째, 사업별 총사업비와 시비·도비·국비·민간자본을 구분해야 한다. 확보된 예산과 앞으로 확보해야 할 재원을 섞어 제시해서는 안 된다.
넷째, 임기 내 완료와 임기 후 완료를 구분해야 한다. 대형 철도·개발사업은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민선 9기 임기 안에 끝낼 수 없다면 어느 행정절차까지 책임질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분기 또는 반기별 추진 실적과 변경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경우 그 이유와 대체계획도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약은 선거 때 제시한 문장이 아니라 임기 동안 관리해야 할 행정계획이다. 목표가 바뀔 수는 있다. 재정 여건이나 정부 정책, 민간사업자의 결정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경 사실을 감추지 않고 근거와 책임을 공개하는 것이다.
손배찬 시장은 취임사에서 “말보다 결과, 이념보다 민생으로 평가받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증명하는 첫 단계는 화려한 사업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공약마다 현재 단계와 남은 절차, 필요한 예산과 완료 목표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지하철 3호선 연장과 경제자유구역, 평화경제특구, 종합병원은 파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사업이다. 동시에 파주시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업이다. 지역화폐와 돌봄, 버스노선, 통학로, 복지서비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도 시민의 일상과 바로 맞닿아 있다.
민선 9기의 성패는 대형사업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파주시가 할 수 있는 일과 정부·경기도·민간의 협력이 필요한 일을 구분하고, 시민에게 약속한 단계를 임기 안에 실제로 밟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의 반복이 아니다. 공약별 숫자와 일정, 책임 주체가 담긴 실행표다.

기자메모/ 민선 9기 공약 분석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추진’과 ‘완료’를 같은 성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건의, 협의, 용역, 계획 수립, 예산 확보, 착공, 준공은 각각 다른 단계다. 본지는 향후 공개되는 공약실천계획과 예산서, 투자심사 자료를 기준으로 사업별 진행 상황을 구분해 검증할 예정이다.
본지는 다음 [파주 민선 9기 공약 대해부②]에서 손배찬 시장이 제시한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과 GTX-A 연계교통, 버스노선 개편, 똑버스 확대 등 교통공약을 집중 점검한다. 각 사업의 현재 단계와 파주시 권한, 중앙정부·경기도 협의 사항, 사업비와 재원 분담, 민선 9기 임기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구분해 파주시민의 실제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