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텔(Cartel, 혹은 담합)은 동종 산업의 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고,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결성된 기업의 연합 형태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카르텔은 이른바 석유수출국기구(OPEC)이다.
카르텔의 대표적인 장점은 참여기업 혹은 참여 국가의 이윤 극대화, 시장가격의 조정을 통한 안정화, 과당 경쟁 회피를 통한 안정적인 운용 등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배신행위라든가 자신만만하다며 독자적인 행동을 하거나 내부 조율의 비효율이 드러나면 그 장점을 모두 사라지게 된다. 나아가 카르텔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기술혁신 등이 낙후되면서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8월 2일 OPEC+ 7개국 장관들이 화상회의 열고, 9월 생산량을 하루 18만 8천 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런던에서 뉴욕에 이르기까지 이를 지켜본 전 세계 금융 시장 분석가들은 곧바로 익숙하게 스테레오타입(stereotype) 업무에 돌입했다. 그들은 감산 규모를 분석하고, 협력 선언 준수율을 논의하며, 이번 생산량 조정이 단기 선물 가격을 안정시킬지 여부를 저울질했다. 이들의 이러한 분석 과정들은 세계 석유 시장을 ‘공급량이 선진국의 경제 건전성을 좌우하는 섬세한 균형 상태’로 간주하는 관례이다.
* 스테레오타입의 카르텔
그러나 현실은 변화하고 있다. 관행이나 관습에 빠져든 집단은 늘 해오던 대로 하기 마련이어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결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OPEC 혹은 OPEC+든 기존의 분석 틀 속에 안주하는 것은 현대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급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카르텔 운영진들이 비엔나와 리야드에서 멋지게 논의하는 동안의 세상은 심오한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석유 외교(petro-diplomacy)는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주요 석유 수출국들의 집단적인 조정이 산업 공급망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긴급한 외교적 협력을 강요했던 기존의 전달 메커니즘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정확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인 거시 경제 둔화나 단기적인 재고 변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근본적인 에너지 수요 구조의 영구적인 변화’에 있음을 이들은 간혹 눈치채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카르텔은 수십 년 동안 세계 에너지 안보의 근간은 ‘선형적’이고 ‘변함없는 전제’였기 때문이며, 앞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형태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 구조 때문이다.
산업 성장은 당연히 탄화 수소(hydrocarbon)를 필요로 했고, 동아시아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원유 수입 증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들 수입국들은 대규모 ‘대체재’를 즉각적으로 확보할 수 없었기에, 석유 수출국들은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구조적인 장점을 누릴 수 있었다.
* 탈탄소 시대의 에너지 전환 : 중국
이제 탈탄소 시대와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선형적 변화’ 즉 선명하고 굵은 ‘우상향 곡선’(an upward curve)을 기대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먹은 하마이며,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의 중국이 에너지 믹스를 대대적으로 추진 해오면서 시꺼먼 연기가 하얀 연기 혹은 무연(無煙)의 녹색 연료로 전환되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수도 베이징의 하늘이 푸른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정책 구조의 체계적이고 구속력 있으며 행정적인 성격에서 초래된다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 강하게 비판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의 중앙집권적이며 일방통행적 시스템이 발 빠른 정책 만들기, 신속한 집행, 강력한 법적 규제 등을 활용해 국민들의 저항을 억누르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의 녹색 경제는 이제 ‘수사적인’(rhetoric)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 중앙정부의 강력한 녹색 경제 관리 지표
중국의 지방 정부와 중공업 기업은 의무적으로 ‘에너지 절약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분기별로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철강 생산, 시멘트 제조, 석유화학 정제, 중량 화물 운송은 화석 연료 사용률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이러한 제도적 틀은 에너지 효율성과 전력화를 기업의 선호 사항이 아니라 ‘국가 경제 관리의 필수 불가결한 지표’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전 세계의 전기자동차(EV), 자동차용 배터리, 태양광 발전, 풍력 전기 등에서 세계 점유율이 골고루 약 70~90%에 이른다. ‘녹색 국가 혹은 ‘전기 국가’(electrostate)로 전환되고 있다. 이같이 재생에너지 발전 및 에너지 저장 설비의 대규모 도입은 중국의 국내 에너지 역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직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러한 중국의 수준을 따라잡을 만큼 바짝 다가선 나라가 없다.
* 지정학적 함의
중국의 이러한 국내 변화는 심오한 ‘지정학적 함의’(Geopolitical implications)를 지닌다. 역사적으로 세계 상품 수출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온 국가가 국내 재생에너지, 배터리 네트워크, 에너지 효율 의무화 등을 통해 산업 기반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외부 공급 관리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재정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물량 증가에 의존하는 수출업체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카르텔의 영향력은 근본적으로 구매 수요의 비탄력성에 기반한다. 그러나 중국과 그 주변 경제 파트너들이 에너지 시스템에 유연성과 대안을 체계적으로 도입함에 따라, 이러한 비탄력성(inelasticity)은 사라지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조치 등으로 세계 석유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은 국내 녹색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충하고, 청정에너지 기술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막대한 전략적 비축량을 확보함으로써 외부 가격 압력에 대한 완충 장치를 구축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탄화수소가 세계 경제에서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산유국들은 국내 경제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기술 벤처에 투자하려 하지만, 주요 재정 동력은 여전히 기존 에너지 수출에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석유 일변도의 의존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 즉 비(非)석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이 있지만 2026년 현재 큰 변모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수출품의 최대 구매국이 행정적 조치와 기술적 대체를 통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교적 호소는 그 효력을 잃게 된다.
기존의 석유 카르텔은 정밀한 조정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최종 소비 시장의 근본적인 공급망이 체계적으로,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면, 이러한 개입은 효과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금융 시장과 경제 예측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도외시하는 결과적으로 허구적인 카르텔 외교(cartel diplomacy)의 영향력은 바람 빠지는 풍선의 신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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