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와 고령층까지 옥죄는 규제 중심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뉴스타운/이미애 보도국 국장]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꺼내 들자 시장이 곧바로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조세 정상화’와 ‘실거주 중심의 시장 질서 확립’을 내세웠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집을 보유한 사람은 세금이 두렵고, 집을 팔려는 사람은 거래절벽에 막히며, 집을 사려는 청년과 서민은 대출 규제와 높은 가격에 발이 묶였다.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새로 사는 것도 어려운 시장을 만들어 놓고 이를 정상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거래 가능한 주택은 줄어들고,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현금이 부족한 청년과 서민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중저가 지역의 집값과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비용을 무주택자와 실수요자, 고령층이 대신 떠안고 있다.
정부가 8월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에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고 실거주 중심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세금 부담을 높이면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계산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이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가 사실상 현금 부자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묶여 있어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실수요자가 이를 받아주기 어렵다. 대출은 틀어막고 매물만 내놓으라고 압박한다면 거래 정상화는커녕 현금 자산가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고 자산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살아온 고령의 1주택자까지 투기 세력처럼 취급하는 것도 지나치다. 현행 제도에서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를 합해 종합부동산세를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는 2028년 이후에는 실제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공제하고 세액공제 한도도 600만 원으로 제한된다.
자료에 따르면 시세 5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15년 이상 보유하고 실제 거주한 70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는 현재 약 239만 원에서 1,08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집값이 그대로라는 가정에서도 세 부담이 4배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소득은 거의 없고 집 한 채만 가진 고령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부과한 뒤 집을 팔고 떠나라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조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은 개인이 올린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개발계획, 금리와 유동성, 수급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아온 고령자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면 정책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몰아내는 꼴이 된다.
정부는 고령자가 서울 주택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주하면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65세 이상, 6개월 이내 이주, 5년 이상 보유, 2년 연속 거주 등 복잡한 요건이 붙었다. 병원과 가족, 이웃이 있는 생활권을 떠나는 일을 몇 가지 행정 요건으로 결정하려는 것은 국민의 삶을 숫자로만 판단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청년과 서민이 겪는 어려움은 부동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자산 가치 하락과 대출 부담, 전·월세 상승, 생활비 증가가 한꺼번에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빚을 내 집을 마련하거나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은 금리와 시장 변동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무리한 투기까지 세금으로 보전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시장 불안으로 생존 기반이 흔들린 실수요자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 및 주식시장 불안으로 피해를 본 청년과 서민의 실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과도한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금융과 채무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확대해야 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획일적인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장기간 한 집에서 거주한 고령 1주택자에게는 세금 납부 유예나 상속·매각 시점 정산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본 국민의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상설 소통창구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세금과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공급과 금융, 교통, 교육, 임대차시장, 지역 균형발전을 함께 다뤄야 한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올리고 거래가 줄면 규제를 더하는 식의 땜질 처방은 시장의 불안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국민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아갈 집을 마련하도록 돕는 데 있다. 청년에게는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놓아주고, 서민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제공하며, 고령자에게는 평생 살아온 집에서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위한 규제와 과세를 위한 과세를 멈추고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정책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삶을 잡고 청년의 미래까지 빼앗는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실패다. 지금 정부가 들어야 할 것은 관료들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국민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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