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5명·중국 국적 14명 검거…KB국민은행 이상거래 탐지로 수사 단서 확보
수거책·인출책·전달책 역할 세분화 운영…경찰, 금융권 공조체계 확대 추진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한 뒤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가로채 상품권 구매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세탁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범죄조직은 계좌 명의자부터 인출책, 전달책, 자금세탁책까지 역할을 세분화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피해 규모는 88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88억3천190만 원 상당을 편취한 뒤 상품권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조직원 4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는 수거·인출·전달책 22명, 자금세탁 관리책 6명, 범죄 이용 카드와 계좌를 제공한 명의자 21명으로 구성됐으며, 국적별로는 한국인 35명과 중국 국적 1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신용등급이 낮거나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체크카드 거래 실적을 만들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확보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는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유인한 뒤 기존 대출 약정을 위반했다며 원금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피해자들은 안내받은 계좌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조직은 입금된 피해금을 즉시 인출한 뒤 대형마트 등에 설치된 상품권 키오스크에서 카드 사용 한도에 근접한 금액의 상품권을 대량 구매했다. 이후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전달책을 통해 가상자산을 매입해 해외에 있는 총책 조직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조직 상선은 계좌 명의자와 수거책, 인출책, 전달책, 자금세탁책,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서로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외 메신저를 통해 범행을 지시하고 검거 가능성에 대비해 대화 내용을 즉시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치밀한 범죄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KB국민은행의 이상거래 탐지 과정에서 피해자가 수상한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다수의 조직원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범행 구조를 밝혀내고 자금세탁 경로를 확인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KB국민은행과 이상거래 발생 시 즉시 수사 의뢰가 가능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며, 상품권을 활용한 신종 자금세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금융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화성동탄경찰서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전화로 대출 약정 위반을 이유로 원금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숙박업소 투숙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즉시 통화를 종료하고 경찰과 금융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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