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은 별로 무섭지 않았습니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장화 홍련은 별로 무섭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미와 수연 자매가 시골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내려온 이들 자매를 맞이하는 아빠와 새엄마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두 자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빠와 새엄마를 대하는 수미의 태도는 얼마나 냉냉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들 네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의 내부를 보면 굉장히 오래되고 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안은 언제나 어둡고 음침합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집엔 뭔가 문제가 있구나" 혹은 "꼭 뭐가 나올 것 같은데" 하는 추측을 하게 하는 복선들이지요.

얼마 후 새엄마의 동생 부부가 이 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도중에, 동생 부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면서 부인은 남편에게 '싱크대 밑에서 시커먼 아이를 보았다'고 하지요.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반전을 위해서 깔아놓은 복선입니다.

수미는 사사건건 새엄마와 아빠에게 반항을 하고, 새엄마는 불쌍한 수연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자기가 기르고 있는 새를 죽였다고 수연을 괴롭히고 장롱 속에 가두기도 합니다. 나중엔 자루에 넣어서 때려죽여 버림니다. 그리고 수연의 시체를 장롱속에 넣어버립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왜 새엄마가 수연이를 괴롭히냐"고 따지는 수미에게 아빠는 "수연이는 이미 죽었어" 라고 얘기해 주지요. 그때서야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이야기가 다 거짓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됨니다. 수연이는 이미 죽은 아이입니다.

수미는 혼자서 내려온 겁니다. 그리고 새엄마가 수연이를 괴롭히는 장면들은 모두가 수미의 상상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새장 속의 새를 죽여버린 것도 사실은 수미의 짓이었습니다. 한술 더떠서 수미는 자루 속에 인형을 집어 넣고 몽둥이로 인형을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장롱 속에 자루속의 인형을 쳐박아 놓았습니다.

수미는 행복을 잃어버린 아이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낡고 오래된 시골집 처럼 어둡고 답답한 곳일 뿐입니다. 그는 엄마와 동생을 잃었고 아빠에 대한 신뢰를 지워버렸습니다. 맨정신으로 살아 가기엔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살한 엄마의 시체가 장롱 속에서 발견되던 날, 동생 수연이도 같이 죽었습니다. 엄마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고,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면서 걸어 들어 온 새엄마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지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한다고 해서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미의 고통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장롱에 깔려 동생이 죽어가고 있을때, 수미는 지금의 새엄마와 말다툼하다가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물론 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동생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수미는 상상력 풍부한 정신병자가 되었습니다.

새엄마 또한 괴롭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자기때문에 죽은 본부인에 대한 기억 그리고 장롱 속에 죽어있는 엄마를 꺼내려다 장롱에 깔려버린 수연을 보았으면서도 모른척 했던 죄의식이 계속해서 그에게 붙어 다녔기 때문입니다.

새엄마가 수미에게 " 정말 괴로운게 뭔지 알아? 잊고 싶은데 잊을 수 없고, 지우고 싶은데 지울 수 없는거야" 라고 말했지요. 그러나 끔찍한 자신의 죄를 잊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입니다.

수미와 새엄마는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입니다. 그러나 둘다 수연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미쳤습니다. 수미는 철처하게, 새엄마는 약간 멋이 간 정도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약간 맥이 빠집니다.

막판에 귀신이 새엄마 앞에 나타나면서 끝을 맺었거든요. 분명히 '장화홍련'은 공포물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있는 심리를 묘사하는듯 하다가 갑자기 귀신 영화로 돌변해 버렸습니다. 공포를 만들어 내는 동기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몇 가지 복선을 깔아서 사건의 전개를 미리 암시해 준 적도 있고, 극적인 반전을 통해서 관객들을 놀래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12세가 관람토록 만든 영화치고는 좀 난해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변에서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야" 하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별로 무섭지가 않습니다. 수미의 꿈 속에 귀신이 왜 나타났는지도 애매하고, 귀신의 분장도 좀 우스광스럽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도 갑자기 튀어나온 음향효과 때문입니다.

차라리 영화 '폰'에서 처럼 한 맺힌 귀신 얘기를 하든지, 아니면 '여고괴담'처럼 사춘기 여학생들
의 문제들을 다루어 보든지해서 태도를 분명히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