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본보는 지난 3월 25일 보도에 이어 안양시가 보내온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면, 청년정책의 외형은 분명 확대됐지만 그 안쪽의 설계는 여전히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시가 제출한 ‘2026 청년정책 종합추진계획’에는 청년임대주택 공급, 청년자율예산제, 여성 청년 맞춤형 취업 상담 등 다양한 사업이 담겼고, 총 71개 사업에 486억 6,608만 2천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청년의 생활 안정과 자립 기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종합정책처럼 보인다. 주거, 일자리, 창업, 문화복지, 소통참여까지 5개 분야를 포괄하고, 기존 사업에 더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청년 라이프코칭 등 신규 사업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정책은 사업 수가 많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예산이 커졌다고 곧바로 실효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업이 많아질수록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할 것은 구조다. 어떤 분야에 예산이 몰렸는지, 어떤 분야가 상대적으로 밀렸는지, 그 배분이 청년의 자립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기존 복지사업을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묶은 것에 그치는지를 봐야 한다.
이 지점에서 안양시 청년정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전체 486억 6,608만 2천 원 가운데 문화복지 분야 예산은 434억 2,943만 3천 원으로 압도적이다. 반면 일자리 분야는 22억 2,190만 8천 원, 창업 분야는 8억 8,100만 원에 그친다. 청년정책의 핵심이 일자리와 소득, 주거와 자립 기반이라면 이 배분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문화복지 예산 자체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임신·출산 지원, 보육 지원, 출산지원금 등은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이들 예산이 청년정책의 중심에 놓이면서 청년 개인의 자립이라는 본래 과제가 뒤로 밀리는 듯한 구조가 문제다. 청년정책이 청년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성장 정책이어야 하는지, 가족 단위 복지정책까지 포괄하는 생애주기 정책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정책은 커질수록 흐려진다.
지금의 구조는 바로 그 지점을 보여준다. 예산은 크지만 방향은 선명하지 않다. 사업은 많지만 흐름은 약하다. 지원은 넓지만 자립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좁다. 이 때문에 정책의 외형은 확대됐는데도 실제 청년이 체감할 변화가 얼마나 클지는 별도의 질문으로 남는다.
특히 일자리와 창업 분야는 청년정책의 실질적 성패를 가르는 핵심 영역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참여 기회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소득 구조다. 취업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 면접 지원, 체험형 사업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창업 역시 공간 제공과 컨설팅만으로는 성장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정책이 경험 제공에 머물면 청년은 프로그램을 거쳐갈 수는 있어도 삶의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단년도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부서에서 추진하던 사업을 청년정책이라는 틀 안에 묶는 방식이 반복되면, 정책은 쉽게 커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각 사업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종합계획은 말 그대로 ‘종합된 목록’에 머문다. 취업 지원이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고, 경력이 창업이나 정착으로 확장되며, 주거 지원이 자립 기반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그 연결성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안양시 청년정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청년을 잠시 돕는 정책으로 머물 것인지, 청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인지의 문제다. 돕는 정책은 순간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살게 하는 정책은 삶의 경로를 바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명이 아니라 더 정확한 설계다.
청년정책은 미래 정책이다. 오늘의 지원이 내일의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산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사업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이다. 안양시가 청년정책의 확대를 말하려면 이제는 그 확대가 어떤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자 한마디 “청년정책은 지원의 총량이 아니라, 자립으로 이어지는 설계의 완성도로 평가된다.”
※ 본 기사는 안양시 청년정책의 예산 구조와 정책 설계를 짚는 연속보도 5부의 두 번째 기사다. 이후 보도에서는 문화복지 예산 집중 구조, 일자리·창업 분야의 한계, 부서 분산에 따른 정책 비효율, 정책 간 단절 문제 등을 순차적으로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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