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기 신도시 재정비,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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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기 신도시 재정비,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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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마디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선도지구 지정은 출발일 뿐 군포가 밀려선 안 된다…이제는 경기도가 실행으로 답해야"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 과제가 됐다.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는 조성된 지 30년을 넘기며 도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때 수도권 주거정책의 상징이었던 이들 도시는 이제 주차난과 노후 배관, 낡은 전기시설, 부족한 생활 인프라, 오래된 공동주택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주민들에게 재건축은 미래의 기대가 아니라 오늘의 생활 불편을 해결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가 됐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선도지구 지정과 정비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법의 이름이나 지정 여부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선도지구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주차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된 배관이 하루아침에 교체되는 것도 아니며, 재건축 과정에서 가장 큰 불안으로 꼽히는 이주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정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지정 이후 실제 삶이 달라지는 변화다.

최근 경기도의회 정윤경 부의장이 제안한 「경기도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 추진 방향 및 의회 대응 전략 도출 연구」 중간보고회가 열린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선도지구 평가지표 가이드라인 마련, 이주대책, 재건축 과정에서 신도심과 구도심을 연계한 기반시설 조성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형식만 보면 하나의 정책 연구 보고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기 신도시 전체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였다.

정윤경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뿐 아니라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획일적인 선정 기준과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경기도만의 차별화된 기준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주장이 아니라, 1기 신도시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경기도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다.

이번 보고회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선도지구 평가지표였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기준은 전국 단위의 공통 평가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 1기 신도시라고 해도 도시마다 조건은 다르다. 분당과 산본은 규모와 재정 여건이 다르고, 일산과 평촌은 교통과 생활권 구조가 다르며, 중동 역시 높은 도시 밀도와 자체적인 기반시설 문제를 안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줄 세우는 방식은 자칫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

연구 수행기관이 제시한 ‘경기도형 선도지구 평가지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기존 평가항목에 도시기능 정합성, 사업성, 재원조달 가능성 등을 추가하고 배점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방향은 단순한 기술적 수정이 아니다. 각 도시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정책적 접근이다. 선도지구 지정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재정비를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1기 신도시를 들여다보면 각각의 과제는 분명하다. 분당은 이미 대규모 재건축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일산은 광역교통망과 함께 도시 기능 재편에 대한 기대가 높다. 평촌은 안정적인 생활권과 교육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중동 역시 도시 재편과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모든 지역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추진 속도와 정책 관심도는 결코 같지 않다.

이 대목에서 군포 산본은 더욱 분명하게 봐야 한다. 산본신도시는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오랜 시간 군포 시민들의 주거와 생활을 지탱해 온 핵심 생활권이자 군포 도시 구조의 중심축이다. 서울 접근성과 교통망,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산본은 늘 “다음 순서”처럼 언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분당이 먼저이고, 일산이 더 크고, 평촌과 중동의 논의가 활발하다는 이유 속에서 군포는 종종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듯한 인상을 받아왔다.

하지만 군포는 결코 뒤로 밀려야 할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군포는 더 절실하다. 산본의 노후화는 이미 주민들의 일상 속 문제로 깊이 들어와 있다. 주차 공간 부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이웃 간 갈등과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있고, 오래된 배관과 전기시설은 관리비 부담과 주거 안정성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학교와 공원, 도로와 상하수도, 생활SOC 역시 처음 조성 당시의 도시 구조만으로는 현재의 생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재건축은 단순한 집값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기본 과제다.

산본 재정비는 오래된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는 수준에서 끝날 수 없다. 도로 체계와 보행 동선을 다시 설계하고, 대중교통 연결과 학교 배치, 공원 기능, 생활SOC, 공공시설, 상하수도와 기반시설 전반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여기에 주민 이주대책까지 포함되면 사실상 도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행정과 재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모든 부담을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인구 50만 이하 기초지자체의 재정 구조를 생각하면 현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군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업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기반시설 재정비와 이주대책, 행정 절차와 재정 투입을 모두 군포시에만 맡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정윤경 부의장이 “인구 50만 이하 기초지자체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경기도가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군포 같은 도시일수록 광역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 사업 추진 과정의 조정까지 경기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기준을 만들고, 기초지자체가 현장을 감당하는 구조만으로는 사업의 속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선도지구 평가 과정에서 군포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단순한 사업 규모나 재정 여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도시 기능 유지의 필요성, 경기도 전체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 도시는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 산본의 재정비는 군포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며, 군포가 제때 정비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주대책 역시 반드시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재건축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지만 주민들에게는 당장의 생활 문제다. 어디로 이주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학교와 생활권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빠진 재건축은 기대가 아니라 불안이 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발표가 아니라 삶의 공백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신도심과 구도심의 균형도 중요하다. 산본만 새로워지고 군포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못한다면 진정한 도시 재생이라 보기 어렵다. 선도지구는 특정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미래를 위한 시작이어야 한다. 산본의 변화는 군포 전체의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신도시 재정비는 원도심과 교통망, 상권, 공공시설, 생활 인프라와 함께 연결돼야 한다.

의회의 역할도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연구보고회는 출발점일 뿐이다. 보고서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지고, 집행부를 움직이는 힘이 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보여주기식 논의로 끝난다면 주민들에게 남는 것은 또 한 번의 기다림뿐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연구의 존재가 아니라 연구가 만든 변화다.

군포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환경,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행정 절차, 이주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는 생활 기반, 도시 전체가 함께 좋아지는 정비 방향이다. 산본 재정비는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군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모든 지역에 중요하지만, 군포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분당이 빠르다고 해서, 일산이 크다고 해서, 평촌과 중동의 논의가 활발하다고 해서 군포가 뒤로 밀려야 할 이유는 없다. 준비된 도시가 제때 정비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의 삶으로 돌아간다.

선도지구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정 이후 재정 지원이 따라오지 않고, 이주대책이 구체화되지 않으며, 기반시설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선도지구라는 이름은 주민에게 또 다른 기다림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발표가 아니라 실행의 구조다. 누가 책임지고, 어떤 예산으로, 어떤 일정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주민의 불안을 줄일 것인지 답해야 한다.

이제 책임은 분명하다. 기초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준만으로도 부족하다.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 사업 조정과 이주대책, 기반시설 투자까지 경기도가 중심에 서야 한다. 1기 신도시 재정비의 성패는 결국 누가 책임 있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기자 한마디 "재건축은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올리는 사업이 아니다. 도시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 책임을 주민에게만 떠넘길 수 없고, 기초지자체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군포는 기다릴 도시가 아니다. 산본은 1기 신도시 재정비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현장이다. 이제는 경기도가 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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