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고율 관세정책, 세계 물가 급등과 정체의 악순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7월 10일 게재)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를 비판하며, 글로벌 질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자주의‘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2025년은 유엔 설립 80주년을 축하하는 해가 될 것이지만, 반대로 1945년 이후 쌓아온 국제질서가 무너진 해로 역사에 새겨질 가능성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질서의 균열은 오래전부터 뚜렷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리비아에서의 군사 개입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부 상임이사국들은 불법 무력행사를 정상화시키고 있다. 가자지구의 집단학살 침묵은 인류 공통의 근본적 가치관을 부정하는 행위다. 격차 확대에 대한 대응의 부재는 중동에서의 폭력 연쇄를 조장했고, 그 결과로 최근의 이란 공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은 “힘에 의한 지배는 다자간 자유 무역체제마저 위협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트럼프의 고율 관세정책은 가치사슬을 혼란시키고, 세계 경제를 물가 급등과 정체의 악순환으로 몰아넣는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는 마비됐고, 새로운 다각적 무역 협상(도하 라운드)은 잊혀졌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신(新) 자유주의형 세계화의 실패를 드러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기존의 긴축재정이라는 처방을 계속 고집했다. 일반 시민과 중소기업을 희생시키고, 초부유층과 거대 기업을 구제하다 보니 격차는 더 심해졌다.”고 진단한 룰라 대통령은 “최근 10년간 세계 인구 상위 1%의 부유층이 축적한 9조 달러(약 1경 2,352조 5,000억 원)는 세계 빈곤 퇴치에 필요한 금액의 22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룰라 대통령은 “(세계) 시민의 불만이 과격한 말들의 온상이 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국가의 행동력이 억압되고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시민들의 불만은 과격한 말들(발언들)의 온상이 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동시에 더욱 악화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풍조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국가들은 2030년까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기는커녕 협력 프로그램을 삭감했으며, 자금은 부족하고 비용은 비싸며 절차는 번거롭고 부과되는 조건도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서 “자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남미와 카리브,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행해져 온 착취, 간섭, 폭력에 뿌리를 둔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00조 달러(약 13경 7,250조 원)를 넘는 지금도 7억 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전기나 안전한 물조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세계의 적지 않은 정치 지도자들의 무관심, 무질서, 무사안일을 질타했다.
룰라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기후변화의 국제적 합의 틀과 관련, 이를 무시하거나 도외시하는 세력을 비판했다. “탄소 배출의 주된 원인을 만든 것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입는 것은 개발 도상국이다. 2024년은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로 여겨져 현실에서는 (국제적 틀의) 파리협정에서 상정된 기후변화의 속도를 웃돌고 있다. 교토의정서에서 정해진 구속력 있는 배출의무는 자주적인 목표로 대체됐고,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약속된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 자금도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의해 군사비의 증액이 발표된 지금, 자금 실현은 엄격함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탈지구화 불가능 다자주의 재구축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기구에 대한 공격은 다자주의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구체적인 혜택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천연두 박멸, 오존층 보호, 노동자 권리 보장 같은 공적은 모두 기존 국제기구가 쌓아온 노력의 성과나 다름없다”면서 이 같은 노력을 물거품으로 하려는 세력을 비판했다.
다양한 고난을 겪으면서 다시 최고 지도자에 오른 룰라 대통령은 “세계의 분단이 진행되면서 탈세계화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의 삶 자체를 탈(脫) 지구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폭력과 빈곤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특정 지역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섬이 될 만큼 충분한 높이의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룰라 대통령은 “지금의 세계는 1945년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세력이 대두해, 전례 없는 과제가 밀려들고 있다. 국제기구가 기능 부전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결여는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행동을 조장한다. 다자주의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이러한 기관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보다 포괄적인 기반 아래에 재구축하는 것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은 “이러한 자세야말로, 국가 간의 협조를 지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브라질이, 작년의 주요 20개국·지역(G20) 의장국으로서 제시해, 올해의 브릭스(BRICS)와 제 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에서 관철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 아래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가닥의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미래에 불안해하는 인류의 목소리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의 힘을 재확인하고, 진정으로 기능하는 다자주의의 재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통해 격차의 확대나 전쟁이라는 어리석은 행동, 그리고 지구환경의 파괴를 방관만 하는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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