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 기성 언론들 다수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흑인 여성으로서 45대 대통령을 지냈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앞서간다는 여론조사들이 잇따랐으나 최종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인단에서는 트럼프가 312명대 226명으로 큰 차이로 앞섰으며, 일반 유권자들의 총투표수에서도 승리하는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었다.
트럼프는 일부에서는 히틀러에 비유되기도 하고 ‘공화정’을 모르는 ‘일방 독주의 독재자’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가치, 자유 그리고 인권보다는 거래상의 이익, 즉 국익을 우선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선호한다.
트럼프는 사전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 ‘관세(Tariff)’라고 칭송할 정도로 ‘거래(deal)’를 중시하는 반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실리 혹은 국익’보다는 트럼프가 별로 중시하지 않는 ‘민주주의 가치, 인권, 자유’를 외치며, ‘한국 국익이 손상되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가치동맹은 사람들이 찾아보지 않는 사전 속에나 등장하는 박물관 속 단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가치동맹이라는 말이 윤 대통령에게는 금과옥조(金科玉條)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 워싱턴 DC에 사는 호주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전략정책(Strategic Policy)의 기고 편집자인 존 P. 뤼엘(John P. Ruehl)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등장함으로써 ‘공화국(Republics)’이 무엇이며, 지금이 공화국에 대해 한번 배워보는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공화국이라는 용어는 “공공의 문제"(public affairs)를 의미하는 로마의 ”res publica“에서 유래 되었으며, 공동 통치(shared governance), 시민 참여(civic participation) 및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非)공화정, 즉 마치 ’군주제‘와 같은 정치 시스템은 일방 통치, 시민 억압, 심각한 불균형으로 점철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브라질에서 그 상황을 목도 했으며,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보인다.
기원전 509년에 건국된 이래 로마 공화국의 정치 구조는 상당히 발전했다. 폴리비우스(Polybius)는 로마의 체제에 감사를 표했는데, 로마에서는 일반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매년 두 명의 호민관(tribunes)이 선출되고, 두 명의 집정관(consuls)이 선출되어, 행정권을 보유했으며, 귀족 원로원(aristocratic senate)의 견제를 받았다. 나름대로의 균형과 견제를 지향했다.
지금에 와서 공화국은 역사 전반에 걸쳐 완전히 붕괴되었음을 목도하고 있으며, 붕괴로부터 미국이 제외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역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련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곳에서의 선거 결과 양상을 보면, 종종 로마 공화국의 최후의 몰락이나 그리스 민주주의의 종말에 대한 피상적인 언급을 촉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미국의 대선은 과두 정치, 폭도 통치, 법 앞에서의 평등 보호의 붕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민의 궁극적인 권한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가 있는 국가 정치 체제에 대한 중대한 시험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게 존 P. 뤼엘(John P. Ruehl)의 진단이다.
진정한 공화국은 군주제나 어떤 직위, 부서 또는 개인에 집중된 정치권력이 없는 정치 체제이다. 임명된 공무원(한국의 검찰 조직과 같은)은 시민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리고, 별도의 정부 부서가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 시대에 공화국을 직접 민주주의와 연관시키지만, 공화국의 형성 시대에는 훨씬 더 광범위한 권력 구조가 발전했다.
20세기에 공화국이 세계적 기준으로 확립되었고, 1차 세계 대전 이후 군주제는 쇠퇴했으며, 대부분의 이전 유럽 식민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공화국으로서 독립을 선언했다. 개인이나 집권당에 권력을 집중시킨 ’파시스트와 공산주의‘ 국가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많은 파시스트와 공산주의 국가들은 겉으로는 ’공화국‘이라는 칭호를 주장했고, 193개국 중 149개국이 오늘날 공화국으로 규정되었지만, 공화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민주주의와 효과적으로 융합한 나라는 훨씬 적다. 예를 들어 의식 높은 한국의 민주주의 성취는 ’피플 파워‘의 결과이다. 그러나 세계에는 아직도 껍데기만 공화주의가 활개를 친다. 공화국의 역사적 진화를 살펴보면, 가장 회복력이 강한 현대적 사례로서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강조되고 있다.
공화국은 정기적인 모임과 집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구가 희박한 농경 사회에서는 공화국을 세우기 어렵고, 제국은 일반적으로 자치권을 얻기에는 권력을 너무 많이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파벌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정부의 결정과 상거래 규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특히 무역에 초점을 맞춘 작은 도시 국가들도 있기는 하다.
공화국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현대 말레이시아의 꽁시(Kongsi) 공화국, 특히 1777년에 선언된 라팡(Lanfang) 공화국은 지역 술탄이 채굴을 위해 모집한 중국 정착민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을 때 생겨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출된 지도자와 다양한 수준의 민주적 통치를 갖춘 자치 영토로 발전했다. 라팡 공화국은 결국 1884년에 네덜란드 식민지 군에 패배했고, 나머지는 조약을 통해 흡수되거나 세기가 끝날 무렵 군사적으로 패배했다.
미국의 건국은 대규모 공화주의 국가의 재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787년, 독립 전쟁 이후, 미국은 공식적으로 입헌 공화국이 되었으며, 혼란스러운 직접 민주주의를 피하면서 군주제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했다. 건국의 아버지는 귀족주의에 대한 보호 조치와 대중 참여의 균형을 맞추고 통치받는 사람들의 동의(단, 백인 남성 지주에 한함)를 강조하는 혼합 시스템을 만들었다. 헌법 개정과 민주주의 확대에 대한 논쟁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고, 1789년 이후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는 인종차별을 낳으며 미국입헌 공화국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공화국이 존재하지만, 그 진정성과 안정성은 손상되고 있다. 정복당하면 외부의 권위가 부과되는 반면, 다른 공화국은 스스로 외국 확장을 추구하여 통제를 중앙 집권화하고 다른 영토를 복종시킨다.
16세기 네덜란드, 17세기 영국, 18세기 미국과 프랑스 같은 공화국은 제국으로 성장하거나 군주제로 복귀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관련성이 있는 방식으로 적응했다. 종종 부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정당화되는 이러한 확장 주의 정책은 특정 공화주의 및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한국도 이러한 확장 주의적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식민 강점기를 맞이했고, 분단이라는 역사적 피멍이 만들어지게 됐다.
공화국은 권위주의로 전환될 수도 있는데, 현대 정책 입안자들은 보다 개방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불안정하고 조작에 취약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공적 책임, 시민적 자유, 의미 있는 정치 참여,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보았다.
최근의 역사에서 브라질의 경우,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의 보우소나루는 룰라 전 대통령을 정적으로 규정하고 제거를 위한 사법살인을 저지르면서 민주적 공화주의를 정면 부정했다. 그러나 룰라는 끝내 다시 브라질의 대권을 잡았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추구하는 피플파워는 결코 불의를 내버려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에서는 건국 이래로 권력이 지도자에 집중되어 왔으며, 리더십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라는 3대째 세습 정권이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1990년대 이후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예프 가문에서 왕조가 발전했으며, 투르크메니스탄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고지도자 개인은 물론 그를 추종하는 패거리 세습이라는 기이한 형태의 권위주의적 체제를 구축하면서 장기 집권을 누리려는 세력들이 세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메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가진 국가들은 행정부에 권력을 집중시킬 위험이 있다. 고정 임기는 인기 없는 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제한이 있는데, 의회 민주주의와 달리 위기 상황에 대한 ’신임 투표 메커니즘‘(confidence vote mechanism)이 없기 때문이다. 당파적 충성심은 또한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쿠데타가 흔할 수 있다.
그리스의 아카이아(Achaean)와 리키안 연맹(Lycian Leagues)과 같은 그리스 도시 국가의 동맹과 연방, 그리고 원주민 아메리카인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 : 북미대륙 동북부, 오늘날의 업스테이트 뉴욕을 중심으로 거주한 이로쿼이 제족들의 부족 연맹체)은 대표와 집단적 의사 결정을 위한 의회와 위원회를 구성하여, 미국 헌법과 유럽 연합(EU)과 같은 모델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아닌 공화국“이라는 진술은 연방 정부가 아닌 주 내에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려는 원래의 목표를 반영한다. 그러나 권한은 점점 더 워싱턴 DC에 집중되어 주 주권이 감소했고, EU에서 개별 주와 브뤼셀 간의 긴장이 반영되었다.
정치적 무관심과 극단주의는 억만장자와 기업이 정치 과정에 미치는 영향, 정부 부패, 사회적 이동성의 침식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정치적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거대 기술 기업과 정치 행위자들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에 점점 더 취약해져 ’민주주의‘가 ’폭도 통치‘(暴徒統治)로 기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공화국의 다양성은 역사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다, 국가들은 여전히 각자의 맥락에서 거버넌스 구조를 탐색하고 있다. 처음에는 권위주의적이었던 카자흐스탄은 2022년 대중 시위 이후 더 강력한 의회를 갖춘 보다 균형이 잡힌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덜 민주적이다. 마찬가지로 종종 권위주의적이라고 묘사되는 싱가포르는 통제된 리더십과 정치 구조의 혼합을 유지하면서 일부 견제와 균형으로 인해 여전히 공화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강력한 경제적 기반에 의해 지원되는 정보에 입각하고 참여하는 시민은 성공적인 공화국에 필수적이다. 시민들은 그들의 시스템의 이점을 느껴야 하며, 이는 공정한 선거, 법치주의, 적법 절차를 통해 지속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외교 정책 또한 광범위한 무역 네트워크와 적응력 있는 동맹에 의존하는 동시에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고 군사적 과잉을 피하거나 ”외국 정복의 함정“(trap of foreign conquest)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확장 주의적 체제를 옹호한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외국 정복의 함정에 빠져드는 모습이 보인다.
역사적으로 제국과 군주제는 공화국보다 더 일반적이었으며, 계층적이고 무정부적인 시스템을 통해 세계 질서를 형성했다. 국가의 주권과 평등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글로벌 유엔 프레임워크 내에서(공화주의 이상에 뿌리를 둔 원칙), 공화국은 고대 연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협력하여 더 민주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 아카이아 동맹과 리키아 동맹은 느슨한 공화주의 스타일의 연방 내에서 협력하는 다양한 정치 시스템을 가진 국가로 구성되었다. 유럽 연합(EU), 아세안(ASEAN), 아프리카 연합(AU)과 같은 현대 블록은 국가가 공통 원칙에 따라 협력하고, 국제 시스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
한편 국내 정치의 변화로 인해 2010년대에 직접 민주주의가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입법 및 헌법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와 인기투표가 더 많이 나타났다. 미국, 독일, 인도와 같은 더 큰 공화국은 여전히 주요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표를 피하지만, 직접 민주주의는 지역 및 지방 차원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수천 년 전에 시작된 것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시민 의회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국민투표를 격상시키고 전통적인 정치 과정에 대한 대안을 제공했다. 이는 프랑스의 기후 정책에서 아일랜드의 낙태법과 같은 주요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일반적으로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입법부가 소집하는 의회는 인구 통계를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졌지만, 일부 권장 사항은 채택되지 않았으며, 입법자들은 전문가 주도의 의사 결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국내와 세계적으로 공화주의적 이상을 재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GOP가 분열된 국가에서 정부의 세 부문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을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우려는 완화되거나 증폭될 것이다. 공화주의의 미래는 미국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국내 의제를 형성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달려 있다.
트럼프 2.0 시대, 입헌 공화국이라는 미국의 위상이 어떤 형태로 발전 혹은 후퇴할지를 두고 세계 각국은 계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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