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겁먹은 그들의 납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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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겁먹은 그들의 납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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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온> (2002) 포스터^^^
귀신에 겁먹은 두남자, 그들의 앞으로 기어오는 이상한 여자. 머리는 길고, 하얀 소복의 끔찍하게 망가진 얼굴.

아, 그녀는 대체 누구였을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그 흔하디 흔한 혼령? 아니면, 링에 나왔던 귀신처럼 실체를 뚜렷이 알 수 없는 퍼즐같은 존재? 알 수 없는 것은 그녀 앞에서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꼼짝 못한다는 것이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의처증에 시달리던 한 남자가 아내를 살해하고 본인도 죽은 채로 이웃들에게 발견된다. 5년 후, 리카는 병든 노인을 간호하러 찾아 간다. 그러나, 리키는 2층에서 창백한 얼굴을 가진 의문의 남자아이와 노파를 덮치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정신을 잃고…

이 영화의 구성은 다소 복합적이다. 리카가 정신을 잃은 시점에서, 그들을 과거로 되돌리고 리카가 병든 노인을 돌보기 위해 찾아간 집의 원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때로는 우습기까지 하다. 히토미의 시선에서부터 마지막 리카까지 영화는 한결같이 "죽음"을 다루며, 결코 인간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저주와 맞닥뜨리게 된다.

일본 영화 "링"을 연상케 하면서도 결코 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식을 취한 이 영화가 특이할 만한 것은, 그렇게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다루면서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귀신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손으로 문을 열어젖힌다는 설정은 일반 호러영화의 공식을 깨고자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여기에서 한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제, 귀신이란 존재는 무조건 무서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세계에서 반드시 공존하고, 공존해야만 하는 존재다. 인간이 귀신을 두려워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욱 더 악마적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주온>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눈에 보이는 원한이 없다. 그들은 그저 "생존"할 뿐이다. 왜, 생존해야 하고, 왜 인간을 괴롭혀야 하는지도 그들은 모른다. 실체를 인식하지 못할 뿐, 그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공포영화는 즐기라고 있는 영화일까? 그보다는 더위를 잊게 하는 데에 더 목적을 두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는 이불 속에서 우리 뇌 속에 공포스럽게 존재하는 귀신이 눈 앞에 나타난다고 상상해보라. 더운 게 문제가 아니다. <주온>의 공포는 그래서 가치가 있다. 귀신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삶,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주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최후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왜 그럴까? 죽음만이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결론내린 바와 같다. 결국, 귀신이란 인간의 또 다른 내면세계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내면에 존재하는 공포와 가학의 세계는 때로는 사람을 삼켜먹기도 하고, 한 집안을 파괴하기도 하고, 인간세계의 정복을 꿈꾸기도 한다. 귀신과 인간이 공존하고, 공존해야만 한다는 이유는 결국엔 평화를 원하는 인간의 바램과 연결이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죽음으로서 평온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전쟁을 치루듯 귀신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그들. 비록, 그들이 지나간 곳에 한줄기 공포(!)가 남아있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엔 폐허가 된 가슴만이 남았다.

<주온>에 대한 공포와 허무감.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간직해 두어야 할 것이다. 당신이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주온>의 내면에 담겨진 깊은 의미를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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