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이번 논란은 '통상압력에 굴복'이라는 문제와, 최근 식약청이 안유고시 제5조 10항을 근거로 한미약품의 슬리머의 신약승인을 불허한 사실과 맞물려 국내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보공유연대 등 4개 시민단체는 10일 성명을 내고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허법 개정안은 애초의 바램과는 달리 미국의 통상압력과 다국적 제약기업에 대한 특허청의 눈치보기 결과"라며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의 비전문성과 무능력에 의해 강제실시제도의 실제적 개선이라는 본래의 개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 개정안 발의 직후 다국적제약사의 의견서 및 특허청의 유사한 의견서가 국회 산업자원위 전문위원에 전달됐고 상임위 국회의원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열린우리당 김태홍,조승수 의원 등 국회의원 15명이 발의한 것인데, 특허권 때문에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의약품 접근권이 제한돼서는 안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문을 국내 특허법에도 일부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즉 특허된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수입국이 생산능력이 없고 공중보건상 필요하다고 요청한 경우 특허권과 관계없이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라도 제조 및 수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제네릭 개발을 위주로 하는 국내 제약회사들의 경우 수출활로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안이 입법되기 전 갑자기 특허청의 의견서가 개입되면서 애초의 취지와 달리 개정안에 일부 수정이 가해짐으로서 효력 없는 개정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최초 발의된 개정안에는 ‘국민 다수의 보건문제’라는 단서조항이 붙지 않았으나 손질이 가해지면서 이 조항이 삽입됐다는 것.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당시 개정안에는 ‘수입국의 공중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특허발명을 실시 필요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수’라는 표현은 추가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조항이 삽입된 것은 바로 미국의 통상압력과 다국적제약사들에 대한 특허청의 눈치보기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보다 먼저 이를 도입한 노르웨이나 캐나다에도 이런 조항이 없다”면서“국민 다수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고 환자수가 적은 질환에는 제도가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특허청 담당자가 개정안이 처음 공청회를 통해 발표되었을 때부터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막연히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일관되게 입법과정에 개입하여 입법을 지연시키거나 그 내용을 왜곡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 산자위 의원들에 대해서도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전문위원이 작성하는 의견서가 소속 의원들의 법률안 검토 시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됨에도 마치 특허청 의견서를 베껴 작성한 듯 양자가 일치하는 점에 대해 개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며 “이는 국회의 전문성이든 독자성이든 적어도 어느 한 쪽의 부족을 명백히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통상압력 문제는 그동안 제약업계 내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보건주권 식민화 지적을 그대로 증명하는 꼴이됐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약소국가의 슬픔을 그대로 노정시키는 것과 같아 가슴아프다"며 "우리정부가 알아서 기는 형식이 된 이번 개정안 통과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그러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고 하소연 했다.
메디팜뉴스 이창훈 기자 (news@mediphar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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