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축을 담당해 온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가 인공지능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노후화와 인력 부족, 생산비용 상승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축적된 제조기술과 숙련 작업자의 경험, 2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의 집적 효과는 다른 지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안산시의 현장 중심 전략이 더해진다면 반월·시화산단은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제조혁신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안산시는 20일 시흥비즈니스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반월·시화 인공지능 전환(AX) 상생·협력 선포식’에 참석해 산업단지의 인공지능 기반 제조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에 나섰다.
이날 선포식에는 이민근 안산시장과 김현 국회의원, 한명훈 안산시의회 의장, 임병택 시흥시장,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경제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인공지능 전환을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개별 사업으로 보지 않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제조공정에 적용하려면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업 발굴과 데이터 확보, 실증시설 구축, 전문인력 양성, 기반시설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하기 어려운 만큼 협력체계 구축은 반월·시화산단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특히 이민근 시장이 정부에 제안한 3대 정책과제는 안산의 제조업을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요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경기경제자유구역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다. 두 번째는 숙련 작업자의 암묵지를 활용한 인공지능 전환 솔루션 연구개발 확대와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 지원이다. 세 번째는 안산스마트허브의 노후 기반시설 정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다.
이들 3대 과제는 각각 독립된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구개발과 제조현장, 도시 기반을 하나로 연결하는 안산형 산업혁신 전략이다. 안산사이언스밸리가 새로운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고 반월·시화산단이 기술을 실증하는 생산기지가 되며, 스마트허브의 기반시설 정비가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정부가 3대 제안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면 안산은 연구와 실증, 생산과 사업화가 한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 활성화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집중된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연구 역량을 반월·시화산단의 제조기반과 연결하면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생산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기업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대학과 연구기관에 제안하고 연구기관은 실증을 거쳐 시장성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는 지정 자체가 아니라 국내외 기업 유치와 연구기관 참여,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로 판가름 난다. 정부가 세제와 규제 개선, 연구개발 예산, 기반시설,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안산사이언스밸리는 수도권 서남부의 첨단 연구개발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안산사이언스밸리에 모이고 이곳에서 개발된 기술이 반월·시화산단에 적용된다면 안산은 기술을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기술을 만들고 검증하며 산업화하는 도시로 전환될 수 있다. 정부는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를 지방정부의 개별 사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 혁신을 뒷받침할 전략 거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인 숙련 작업자의 암묵지를 활용한 AX 솔루션 연구개발은 반월·시화산단만이 가진 강점을 살리는 전략이다. 제조현장의 숙련 작업자들은 기계의 미세한 소리와 진동, 제품의 색상과 온도, 공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보고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이지만 문서나 매뉴얼만으로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워 숙련자가 현장을 떠나면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험을 센서와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체계화한다면 숙련자의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불량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며 공정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근로자가 숙련자의 경험이 반영된 AI 시스템을 활용해 기술을 빠르게 익힌다면 제조업의 세대교체와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가 아니다. 숙련자의 경험과 판단을 인공지능으로 확장하고 작업자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중심의 제조혁신이다. 반월·시화산단에 축적된 현장 경험은 그 자체로 국가 제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정부가 암묵지 데이터화와 AI 모델 개발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 지원도 현실적인 접근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완전한 무인공장을 구축하는 방식은 상당수 중소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정부터 AI와 자동화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은 초기비용을 줄이면서도 빠르게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안산시가 제안한 중소기업형 SDF는 규모보다 현장 적합성에 중심을 둔 제조혁신 모델이다. 기업별 생산환경과 설비, 인력구조에 맞는 소규모 AI 공장을 구축하고 효과가 확인된 기술을 같은 업종과 유사 공정으로 확산한다면 중소기업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인공지능 전환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과 실증비용을 지원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기업을 발굴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술검증을 맡는다면 반월·시화산단은 중소 제조기업 AX의 표준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혁신을 넘어 수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데이터를 만들고 검증된 AI 모델을 공유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반월·시화형 AI 제조혁신 실증을 위한 AX 허브 구축사업’은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하는 기반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총 280억5000만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국비 140억원을 지원해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 분야의 대표 선도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조 AI 오픈랩과 AX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AI 모델의 개발과 실증, 입주기업 확산도 지원한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반월·시화산단은 단순히 외부에서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는 공간을 넘어 제조기업과 AI 공급기업이 함께 기술을 만들고 검증하는 실증 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계, 전기·전자, 금속 등 다른 업종으로 넓힐 수 있고, 반월·시화산단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전국의 산업단지로 확산할 수도 있다.
세 번째 과제인 안산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는 제조혁신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AI 전환은 소프트웨어와 첨단장비만 설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과 통신망, 원활한 물류와 교통, 안전한 도로와 주차환경, 쾌적한 근로환경이 갖춰져야 첨단 제조기술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반월·시화산단은 오랜 기간 국가 경제와 수출산업을 떠받쳐 왔다. 그 과정에서 시설 노후화와 교통·주차 문제,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누적됐다. 국가산단의 경쟁력을 다시 높이려면 기업과 지방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반시설 개선에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기반시설 정비는 기업 지원과 청년인력 유입을 연결하는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를 만들려면 임금과 일자리뿐 아니라 교통, 주거, 문화, 보육, 안전을 포함한 생활환경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산업단지를 생산시설만 모여 있는 공간으로 보는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도시로 바꿔야 한다.
이번 선포식에서 출범한 ‘반월·시화 MINI 얼라이언스’도 기대를 모은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대학, 연구기관, 경제단체, 기업이 참여해 AI 기술 도입과 데이터 활용, 공동 연구개발, 현장 실증, 전문인력 양성, 기업 맞춤형 지원을 연계하기로 했다. 제조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AI 공급기업이 보유한 솔루션을 연결해 기업별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행사장에서는 산업용 로봇과 제조 특화 AI 솔루션, 디지털 전환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두산로보틱스와 인터엑스,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등이 제조현장 적용 사례를 공유했고, 7개 AI 솔루션 기업은 산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상담과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러한 기술 교류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공동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 사업화로 이어진다면 산단 전체의 혁신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안산시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중앙정부의 정책과 기업 현장의 요구를 연결하고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하는 일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다. 기업들이 어떤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AI 도입을 가로막는 비용과 기술 문제는 무엇인지 세밀하게 조사해 정부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와 기술 수준에 따라 지원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에는 고도화된 AI 모델과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디지털 기반이 부족한 영세기업에는 설비 진단과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부터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도입할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는 현장 방문형 컨설팅과 신청 절차 지원, 공동 활용 장비와 업종별 공통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안산시가 제안한 3대 과제는 지역의 민원성 요구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제안이다. 반월·시화산단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숙련인력, 다양한 제조공정이 모여 있어 대한민국 제조업 AX의 가능성을 검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현장 가운데 하나다.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의 연구 역량과 반월·시화산단의 생산기반을 연결하고, 숙련자의 경험을 AI 기술로 확장하며, 노후 기반시설을 첨단산업에 맞게 개선한다면 안산은 연구개발과 실증, 생산과 수출이 이어지는 제조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가 안산시의 3대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이유다.
이민근 시장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 제조혁신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이미 반월·시화산단에는 제조업의 뿌리와 경험이 있고, 안산사이언스밸리에는 연구기관과 대학의 기술 역량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자원을 하나로 연결할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반월·시화산단의 인공지능 전환은 낡은 산업단지를 바꾸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 제조기업이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숙련기술을 미래 세대에 전하며 청년들이 다시 제조업에서 가능성을 찾도록 하는 산업 전환 프로젝트다. 성공한다면 안산의 지역경제뿐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선포식은 끝났지만 안산 제조업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민근 시장이 정부에 제시한 3대 정책과제는 연구개발과 산업현장, 기반시설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를 지방정부의 요청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월·시화산단을 국가 제조업 AX의 대표 실증기지로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과감한 재정투자와 규제 개선,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안산시도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데 머물지 말고 기업 수요조사와 단계별 실행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참여기업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대학·연구기관 연계, 기반시설 개선사업을 하나의 정책체계로 묶어 추진한다면 정부 지원의 명분과 실행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반월·시화산단에는 위기보다 더 큰 가능성이 있다. 오랜 제조 경험과 수많은 중소기업, 우수한 연구개발 기반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민근 시장의 3대 제안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어져 반월·시화산단이 대한민국 AI 제조혁신의 중심으로 다시 뛰기를 기대한다.
기자 한마디 "안산사이언스밸리 활성화, 중소기업형 AI 공장 연구개발, 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는 지역 현안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위한 3대 과제다. 정부는 안산시의 제안에 과감한 투자와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본지는 후속보도를 통해 이민근 안산시장이 정부에 제안한 3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 활성화 계획과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 방향, 안산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정부 지원 규모를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반월·시화 AX 허브 구축사업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청년인력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과제를 지속해서 짚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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