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의 여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한켠에 상상도 못한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낡은 사우나와 워터파크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제주워터월드'다. 지난해 7월 중순 문을 연 이곳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물의 세계'라는 콘셉트가 단번에 와 닿는다. 신발을 벗고 발끝으로 물길을 따라 걸으며 화려한 미디어아트를 만나는 경험은 여느 전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바닥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불빛의 향연.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장면들이 연출되며, 그 안에 직접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제주워터월드는 국내 실감미디어 기업 닷밀(dotmill)이 선보이는 네 번째 공간으로, 2,200평 규모의 15개 테마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워터파크 시설을 단순히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파도풀 시스템과 대형 프로젝션 맵핑을 결합해 '몰입형 테마시설'로 재창조했다.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물 위를 걷고 발을 담그며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에상치 못한 공간 활용이다. 내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목욕탕 구조를 그대로 살린 카페가 등장한다. 타일 벽과 옛 사우나 분위기 속에서 음료를 마시니, 마치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입장객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물길을 따라 걷기 위해 입장 시 타월과 아쿠아슈즈가 제공되며, 대부분의 수심은 20cm 남짓이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10년 전, 워터월드가 되기 전 이곳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나온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위에 전혀 새로운 체험이 덧입혀진 것을 보니, 낯설면서도 묘한 충격이 다가왔다. 수많은 관광지에서 미디어 아트를 시도하는 요즘, '제주워터월드'처럼 물이라는 매체를 공간 전면에 내세운 사례는 드물다. 특히 발을 담그고 걸어 다니는 방식은 전시 이상의 체험으로 확장되며, 단순히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로서 몰입하게 만든다.

제주의 여름 끝에서 시원한 물과 미디어아트가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차원의 계절을 체험할 수 있었다. 물 위에서 즐기는 예술, 그리고 공간의 재탄생이 주는 충격은 신선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