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2월 영화노조가 만들어진 뒤, 9개월 동안 제작가협회 측과 벌여온 교섭을 마치고, 양측의 노조원과 위임사들의 투표를 거친 후, 4월18일 최종적인 협약 조인식을 가진 것이다. 한국영화 100년사의 최초의 사건이며,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이 이 나라에 탄생한지 53년만의 일이다.
지난 1년, 한국영화계는 최악의 시간을 겪었다. 40년동안 다양한 시장의 책동과 미국의 공격에도 지켜져왔던 스크린쿼터가 결국 두동강 났고, 대자본들이 수직 계열화를 통원하여 장악해가는 수익독점과 산업질서 왜곡은 정점에 이르렀다. 최대숫자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나, 최저의 수익률이 기록되면서 영화계에서는 서서히 붕괴라는 말들이 떠돌아 다녔다.
한국 영화계를 둘러싸고 지속되온 암울한 사건들 속에서, 여전히 자본의 눈치를 보고, 권력의 떡고물에 눈독 들이느라 어떤 문제의 해결에도 앞장서지 못했던 많은 영화계 단체들과 달리, 영화노조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영화계 전체를 위한 올곧은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대해 같이 단협에 임했던 차승재 제작가협회 회장도 “산업이 잘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본인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건강한 영화인”들로 노조를 평가하며, 고액 개런티 받는 스타들과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닥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산업붕괴의 위기앞에 서 있는 영화계의 천덕꾸러기였던 영화스탭이 중심이 된 영화노조는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방안으로 영화인들의 연대와 협력을 실천적으로 제안하고 나섰고 29번에 걸친 길고도 치밀했던 협상을 통해 자본의 논리 속에 갇혀있던 제작자들을 지혜롭게 공생의 논리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럼으로써 100년 한국영화 역사가 드러워온 어두운 그림자에 개혁의 새로운 희망을 그려가기 위한 그 첫단추를 영화노조는 채우는데 성공하였다.
지금까지 배우들의 돈은 시간이었지만 스태프들의 시간은 봉이었던 영화판의 야만적 논리는 이 협상을 통해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우며, 방만하고 무질서하게 운영되어 왔던 영화제작현장에도 일대 개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문화주권을 미국의 손에 헌납한 것도 모자라, 쿼터 축소의 댓가로 마련한 4천억의 발전기금의 활용안에서, 영화인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은 배정하지 않는 몰상식을 감행하는 문화부는 여전히 결국 산업을 일구어 내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나라 문화예술계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 노동자 스스로가 문을 연, 연대와 협력을 통해 세상을 개혁해 내는 이 아름다운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영화노조가 쓰기 시작한 이 역사의 산맥을 이 나라 모든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이어가는 한 해로, 시장과 자본에 모든 걸 투항한 무능한 정부를 넘어 노동자의 손으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위의장 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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