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으면 나쁜 음사리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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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으면 나쁜 음사리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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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스님 중광 에세이집 <괜히 왔다 간다> 나와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

별들은 노래를 부르고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잔
꺽고서
덩실,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중광 '나는 걸레' 몇 토막)

 

 
   
  ^^^▲ <괜히 왔다 간다> 표지
ⓒ 기린원^^^
 
 

'나는 걸레'라는 이 시는 걸레스님 중광이 1977년 영국왕립아시아학회의 초대를 받은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읊은 자작시라고 한다. 걸레스님 중광은 이 시를 읊음으로써 그때부터 세인들에게 중광스님이란 법명 대신 아예 걸레스님으로 불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걸레스님 중광은 지난 해 3월 9일에 걸레 같은 이 세상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그런데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지금 걸레스님 중광의 에세이집 <괜히 왔다 간다>가 기린원에서 나왔다. 책 제목 <괜히 왔다 간다>는 스님이 살아 생전에 '중광 달마전'을 열 때 부제로 붙인 이름.

걸레스님 중광의 타계 1주기에 맞추어 나온 이 책은 살아 생전에 걸레스님 중광이 쓴 여러 가지 원고들을 모은, 일종의 유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절반이 걸레스님 중광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걸레스님 중광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스님, 백담사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반은 백운처럼 살고, 반은 바람처럼 산다"
"스님 입적하시면 진신 사리 나올까요?"
"내가 죽으면 나쁜 음사리 나올 것이다"

"스님, 극락과 지옥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주장자를 세우며) 잘 보았는가? 극락은 주장자 머리에 있고, 지옥은 주장자 밑에 있다"
"스님은 오늘 누구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요?"
"어제 검은 구름 한 조각 오려 내어 심부름을 보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심부름은 무슨 심부름인데요?"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눈을 많이 몰고 오라고 했다. 절에 왔으면 그대로 갈 수가 없지. 본전을 내놓고 가야지. 백담사 앞 시냇물이 참으로 아름답지. 시냇물 위에 '부처님' 석 자를 써서 나에게 주고 가거라. 백담사 산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으니, 언제든지 와도 좋고 가도 좋다"

백담사 산문일기에 나오는 글이다. 그런데 "시냇물 위에 '부처님' 석 자를 써서 나에게 주고 가"라니. 언뜻 보면 도인들이 무슨 선문답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히 곱씹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흰 구름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그것이 진정한 삶이 아니던가.

또한 진신사리와 나쁜 음사리의 구분은 누가 하는 것이며, 극락과 지옥의 경계는 대체 누가 그어 놓은 것인가. 이 모두 사람의 눈높이로 구분 짓고, 사람의 잣대로 그어 놓은 것이 아니었던가. 한동안 날씨가 가물었으니 구름 한 조각 오려 내어 눈을 많이 몰고 오라고 심부름을 보내는 스님,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이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걸레스님 중광이 수도승으로서 깨친 선(禪)에 대한 함축적이고도 짧은 글에서부터 수도와 수양에 관한 여러 가지 글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걸레스님 중광이 병상에서 쓴 일기뿐만 아니라 삶과 문화 예술 전반에 관한 삶과 철학이 담긴 글이 그것이다.

모두 7부로 나뉘어진 <괜히 왔다 간다>는 제1부 '선 이야기'를 시작으로 '병상일기', '수도와 수양', '문화예술의 혼', '삶의 길목에서', '나라와 국민', '중광어록' 이 실려있다. 이 책 곳곳에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간 걸레스님 중광의 혼백이 활자가 되어 곳곳에서 까만 사리를 떼구르르 굴리고 있다.

이 밖에도 '중광을 기리며'라는 시인 구상의 글과 영화 감독 김수용의 '다시 만날 우리', 김충렬 교수의 '아, 취화선 걸레 중광이여', 정우스님의 '중광스님이 다시 사바에 오실 날을 기다림' 이라는 추모의 글이 책머리에 실려 있다. 또 책 끝에는 '중광, 인간과 예술' 에 대해 구상, 김기창, 김형국, 이일, 장석원씨의 글이 덧붙어 있다.

"나 죽거든 절대 장례식 하지 마라. 가마니에 둘둘 말아 새와 들짐승이 먹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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