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아닌 검색 중단, 양국 갈등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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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차이나 앞에 놓인 꽃다발중국 회원들은 구글이 중국에 남기를 바란다.^^^ | ||
"떠나겠다"와 "남고 싶다"를 번복하던 중국 구글이 마침내 "곧 떠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공식 발표가 아닌 익명의 내부자(deep throat)의 말에 의한 소문만 무성하니 조금은 더 지켜 볼 일이긴 하다.
당초 구글은 오늘(22일) 중국시장 철수 여부를 최종 발표하고 4월10일에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2일 현재 발표를 미루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모든 정보들을 종합하여 볼 때 '철수'가 아니라 검열에 대항한 '검색서비스 중단' 이므로 정확한 표현으로는 '사업축소'가 될 공산이 가장 크다.
구글이 중국에 지리정보 서비스와 모바일부문, R&D, 광고부문은 남겨둔다는 것은 단지 검색 서비스만은 안 하겠다는 뜻이다. 즉, 중국에 뿌리를 남겨 둔다는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철수라는 의미와는 차이가 크다. 검색 서비스는 중국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으로 사업 중심을 옮겨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과 해당 국가간의 대립인 구글 사태가 우리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것이 미,중 갈등의 발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 양국 갈등은 구글 때문에 일어났다기 보다는 미묘한 시점에 구글이 끼어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구글이 미묘한 타이밍에 끼어들었건 미국 정부가 바라던 갈등을 구글이 야기시켰건, 결과적 차이는 크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사태 발발 직후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구글문제에 개입했을 당시 이후부터는 양국 갈등의 최전방에 구글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구글은 미중 갈등의 '트로이 목마'와 같다. 미국은 구글이라는 목마를 중국이라는 적진 깊숙한 곳에 심어두고 연일 원격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 미국은 구글이라는 중국 내부의 동조세력에 '의지'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글은 중국 내에서 20%를 넘나드는 시장 점유율을 가진 메이저이자 매일 업무 상 이-메일을 쓰는 회원을 가진 포털 사이트다. 이것이 바로 구글의 철수가 일반 제조업체의 철수와 다른 여파를 줄 수 있는 특별한 요인이다.
지금 구글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은 포털사업이 지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도 있거니와 미중 갈등의 양상을 관망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양국 갈등의 수혜자로서 대만이 미국산 신무기를 살 수 있었던 것에 반해 구글은 현재 점점 더 괴로운 골짜기(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만 구글은 지난 번 다른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겪었던 황당하고 난처한 경험들을 겪고 있지는 않다. 그만큼 중국의 여론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포털 사업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는 차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중국이라는 나라는 목마 하나로 함락시킬 수 있었던 트로이처럼 공격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데 구글의 고민이 있다. 물론 협력 무드에서 갈등 상태로 급발진하는 시초에 공격수를 자처한 구글로서는 중국 정부에 대한 쌓인 불만과 굴욕을 벗어낼 수 있는 호기를 만난 것이었지만 그 절호의 타이밍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음을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은 아닐까?
중국 정부도 역지사지의 난처한 입장에 서 있다. 소수민족 무제와 빈부격차를 포함해 인터넷에 관한 문제 만큼은 중국도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민원과 여론들이 정상적인 행정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몰이를 통해 해결되고 또 여기서 희생되는 탐관오리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믿는 것은 바로 자국의 인민들이다. 구글의 회원이기도 한 그들은 구글 사옥 앞에 철수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꽃을 갖다 놓기도 하고 자신들의 소중한 이-메일 계정을 지키려는 염원으로 댓글을 남기기도 하지만 결코 그것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구글의 철수의사 표명 직후 런민일보가 관련 웹 상에서 벌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0%가 "중국 정부가 구글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22일 구글이 철수 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중국의 자신감을 반증이라도 하듯 21일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구글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매체들은 일제히 비슷한 어조의 논평을 통해 "일개 기업이 국가의 권위에 도전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매체들은 '구글이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갔다'거나 '중국을 잘못 봤다'는 등 원색적인 톤으로 비난했다.
여론과 국가적 의지에 대해 동일시하는 자유주의적 판단착오가 흔히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여론보다는 상대적으로 국가적 의지가 초월적인 지배개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더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구글은 현재 미국의 강력한 '목마'이면서 역시 희생양이 될 개연성 또한 커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검열과 법을 감수하면서' 영업을 지속하기엔 지나온 과정의 파열음이 너무 컸다.
구글의 남은 최종 결정은 양국 갈등에 새로운 파장을 미칠 것이다. 완전 철수하게 되면 이는 미국에게 새로운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대로 버틴다면 몸체를 개방하지 않은 트로이 목마와 같은 불안한 상태로 이 외교갈등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개연성이 큰 쪽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후 불가피할 경우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형식일 것이다. 이미 밝힌대로 법인은 그대로 운영하고 지리정보 서비스 등은 유지하면서 포털 검색 서비스만 중지하는 형식이거나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를 밟으면서 양국 관계를 지켜보는 쪽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구글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미국 정부와 중국 내 미국기업들을 통해 악영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를 WTO에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국제사회에서 인터넷 검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한편 구글사태 이후 중국 내 미국기업들의 반응도 주목을 끈다. 최근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기업들 가운데 중국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38%로 지난해보다 무려 12%나 증가했다. 이 변화 요인으로 역시 구글사태를 꼽고 있어 이 사태가 바로 미중 갈등의 바로미터임을 시사한다.
글로벌기업들의 중국 내 시험대와도 같은 구글차이나는 현재 '철수'를 전제로 심사숙고 중이지만 향후 미국 정부의 지원 여하에 따라 중국 정부와 새로운 양상의 갈등을 유발할 개연성도 커 보인다. 이처럼 복잡한 게임의 룰 아래 구글과 중국 양자가 어떤 전략으로 승부할 지에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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