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수원특례시가 392억 원 규모의 청년정책 실행계획을 확정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 등 5대 분야에 걸쳐 86개 과제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규모만 보면 분명 적지 않은 예산이다. 청년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책은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며, 결국 무엇을 바꾸느냐다. 이번 계획을 들여다보면, 규모는 커졌지만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392억 원이라는 총액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계획은 기존 계속사업과 신규사업이 혼합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면접정장 대여, 청년월세 지원, 청년동아리 지원 등 상당수 사업은 이미 시행 중이던 사업들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순수 신규 재정이 얼마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대’라는 표현이 실제 예산 증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기존 사업을 청년정책으로 재분류한 결과인지 구분이 필요하다.
정책의 구조 역시 짚어볼 대목이다. 이번 청년정책은 24개 부서가 나눠서 추진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정책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 경우 정책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각 부서의 사업이 병렬적으로 나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역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위원회는 정책을 심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제 예산 편성과 사업 집행 권한은 각 부서에 있다. 결국 위원회는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정책을 강제할 수는 없는 구조다. 조정이 아닌 참고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과제 구성 방식도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80여 개가 넘는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구조는 정책의 폭을 넓히는 대신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개별 사업 규모가 작게 쪼개질 경우 청년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나열에 가까운 정책 설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과 관리 체계는 더욱 분명한 과제다. 실행계획에는 사업 목록과 예산은 제시돼 있지만, 핵심 정책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취업 지원 사업이 실제 취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주거 지원이 부담을 얼마나 낮췄는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없다면 정책 평가는 결국 집행률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일부 신규 사업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AI 기반 예방·지원 사업과 같은 과제는 청년정책과의 직접적 연관성, 법적 근거, 개인정보 보호 체계 등에서 추가적인 설명이 요구된다. 실증사업인지, 본사업인지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에 포함된 점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이번 청년정책의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이 계획이 청년을 위한 새로운 정책인가, 아니면 기존 행정사업을 재구성한 종합계획인가.
청년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총액이 아니라 증가분을, 계획이 아니라 실행을, 나열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회의록, 예산 배분 구조, 그리고 권고사항의 실제 반영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계획이 아니라, 이미 세운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자수첩 한마디 "수원시 청년정책이 ‘392억’이라는 숫자를 넘어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