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산불은 국경이 없다.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그리스, 러시아, 인도네시아, 칠레 호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21년과 2020년은 미국, 캐나다, 2019년 러시아와 브라질, 2018년 그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 2017년 포르투갈과 칠레, 2016년 캐나다 맷머레이 산불, 2015년엔 인도네시아, 2013년 호주 등에서 초대형 산불이 지속해서 발생해 그 피해는 엄청났다.
이러한 산불 화재는 기후변화, 토지의 방치,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가 어떻게 숲을 연료로 바꾸는지 잘 보여준다고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알토 대학(Aalto University)의 핀란드 연구위원회 펠로우인 알레한드로 페드레갈(Alejandro Pedregal)는 말한다.
튀르키예에서 그리스, 프랑스에서 스페인까지 2025년 여름 지중해 산불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무엇인가가 변화됐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간헐적인 가뭄이나 극심한 계절이 아니다. 이른바 6세대 산불(sixth-generation fires)은 세계 ‘재난 자본주의’라는 구조에 깊이 뿌리박힌 기후적, 사회적 논리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게 알레한드로 페드레갈의 주장이다.
이른바 “6세대 산불(혹은 화재)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여 자체적인 기상 조건을 생성하는 매우 강력한 산불로 인해 이를 제어하고 진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구 기후 변화, 토지 유기, 그리고 야생지-도시 경계 지역(WUI)의 확장과 같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이러한 화재는 그 강도, 예측 불가능한 행동, 그리고 급속한 확산으로 특징지어지며, 종종 심각한 파괴와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이러한 개념은 변화하는 환경 및 사회적 조건의 맥락에서 화재 행동을 분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규모는 엄청나다. 올 8월 26일까지 유럽 연합(EU) 전역에서 100만 헥타르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는데, 이는 지난 20년간의 평균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불과 몇 주 만에 피해 면적이 4만 헥타르에서 41만 6천 헥타르 이상으로 급증, 2025년은 금세기 최대 규모의 화재가 발생한 해가 되었다.
화재 관련 배출량은 2003년 이후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화재로 수만 명이 대피했고, 소방관과 자원봉사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마드리드와 갈리시아를 잇는 철도를 포함한 주요 사회 기반 시설이 마비되었다. 불길 너머로, 더위 자체의 피해도 마찬가지로 잔혹하다. 8월 22일 현재,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의 MACE 시스템은 이번 여름에 이미 16,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위로 인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불과 2주 전보다 6,000명 더 많은 수치이다.
MACE 시스템은 지중해 지역 산불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더위의 광범위한 영향을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열 추정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화재는 고립된 현상도 아니고 "자연적" 현상도 아니다. 이는 사회경제 질서가 유발한 기후 변화로 가속화되고 축적, 이윤, 성장에 종속된 토지 이용 정책으로 인해 악화되는 연소 시스템의 표현이라는 게 페드레갈의 견해이다.
많은 기관들은 ‘예방과 관리’를 우선시하는 대신, 지난 13년 동안 화재 예방 및 진화에 대한 투자가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자원을 삭감했다. 여기에 농촌 지역에 대한 만성적인 방치와 기업 및 금융 이해관계에 따른 토지 이용 모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생존을 희생하고 관광이라는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현실이 더해지고 있는 현실도 대형 산불 등의 발화 요인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돌봄과 예방을 수익성에 종속시키는 ‘자본의 팽창적 관성’은 풍경을 재편했다. 공동체와 환경 사이의 유대감을 끊고, 지역 농업을 약화시켜 약탈적인 농업 산업으로 이끌었으며, 광활한 영토를 단일 작물 재배, 도시의 확산, 그리고 황폐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불은 더 이상 우연한 일이 아니다. 산불은 ‘자동적인 주체’(automatic subject)로서 끊임없이, 멈출 수 없이 생태계와 노동, 그리고 생명 자체를 한계까지 몰아가는 요소이다.
그 영향은 우리 사회의 핵심에 자리 잡은 경제적, 생태적 불평등한 교환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노동자, 농촌 주민, 이주민, 그리고 인구 감소 지역 출신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위협은 계급, 인종, 성별,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이 시스템의 균열을 따라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일회용’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다.
지중해 대부분 지역에서 화재가 더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며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더위와 가뭄이 점점 더 불타기 쉬운 지형과 맞물리는 "새로운 기후 노멀(new climate normal)"이 자리 잡았다. 적응 여력이 없는 숲은 시한폭탄으로 변한다. 바이오매스는 통제 불능으로 축적되고, 단일 작물 재배는 농촌의 버려짐과 함께 확산되며, 기관들은 과부하에 시달린다.
그러나 사회적 공론은 불규칙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카탈루냐 대통령 살바도르 이야는 ”숲이 너무 많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중해처럼 바닷물이 끓어오르고 화재, 가뭄, 갑작스러운 홍수와 같은 극심한 기상 현상이 심화되는 지역에서는 산림 면적 감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훼손된 산림 생태계조차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림은 탄소를 포집하고, 낮은 알베도(albedo : 달·행성이 반사하는 태양 광선의 비율)를 통해 주변 환경을 식히고, 높은 생태적 다기능성을 통해 환경을 안정시킨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숲의 구조를 검토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토양을 침식시키지 않고 축적된 바이오매스를 줄이고, 무엇보다도 공동체와 영토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재균형 잡는 데 필수적이다. 농촌은 상품 공급자이자 도시 쓰레기 매립지로 전락해 버렸다. 단기적 관점을 넘어 정치적 비전에 기반한 생태사회적 계획(ecosocial planning)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체계적인 연소 속에서 저항이 커지고 있다. 생태적 원칙과 사회 정의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농업인 농생태학을 실천하는 공동체, 신자유주의의 약탈이나 아마존에서 팔레스타인에 이르는 식민지 점령에 맞서 자신의 영토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기후 정의 운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방식들을 조명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숲이 불타면서, 그 불씨를 지핀 질서 또한 불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분리와 극심한 불평등에 맞서고, 완화와 적응을 넘어 영토에 생명 자체의 중심을 다시 두고 집단적 해방을 위해 헌신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축적, 착취, 그리고 강탈이 사회·생태적 관계를 계속 지배하는 한, 여름철 산불은 더 일찍, 더 맹렬하게 타오를 것이다. 산불은 그것을 부추기는 시스템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알레한드로 페드레갈은 ”생태적·사회적 정의없이는 재난에 대한 방화선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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