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와 정부가 국회에 정부가 보고한 내용들이 빈약하여 정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번 협상에 나서고 있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갖추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들에서 지적재산권 분야만을 보면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한미 FTA를 반대해온 단체와 개인들의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이 분명하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협상 목표가 부적절하며 초안의 구체 사항은 제시된 협상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러한 목표와 구체 사항에 대한 국내의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협상 대표들은 전쟁터에 작전 명령도 받지 못하고 총도 없이 나선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는 협상문 초안에서 지저재산권 분야 협상 목표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해 지식기반 경제 활성화 도모다. 이 목표는 우선 초안의 전반적인 협상 목표 중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혜택이 증진되는 협상결과 도출이라는 목표와 상충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는 권리 보유자의 독점적인 지적재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편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가 지식기반 경제 활성화라는 결과를 항상 낳는 것도 아니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는 역으로 지식의 사회적 이용과 유통을 권리 보유자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등으로 제한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목표인 지재권 관련 국내 제도의 선진화 및 이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증진모색은 실체가 없는 정치적 수사를 모아 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없다. 우리나라가 지적재산권 분야의 중요한 국제 조약에 이미 대부분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 제도 측면에서 후진국이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 도서관과 같은 지식 공공 인프라 후진국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선진화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 제도 선진화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증진모색이라는 생각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제도 선진화가 되면 할리우드의 제작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영화도 찍고 우리나라 영화에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안에 담긴 구체 사항을 보면 이는 대부분 양국의 법에 이미 담긴 내용이거나 “지재권 침해 행위에 대한 민사·형사·행정적 구제절차 규정”과 같은 극히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협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구체 사항 중에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에 상응하는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또는 무력화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구제수단 제공”이라는 항목을 넣어 협상 전부터 미국의 요구를 우리 초안에 담는 것은 협상에서 우리에게 어떤 유리함도 없다.
산업계 그리고 소비자와 협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목표와 수단의 부적절한 자의적 설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3월 9일부터 5월 5일까지 한미 FTA에 대한 서면 의견을 접수한 결과를 5월 10일자로 발표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의견을 제출한 7개 단체 중에 대한약사회, 한국제약협회, 영화진흥위원회, 방송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반대 입장으로 보이며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와 음악제작자협회는 찬성 입장으로 보인다. 극명한 입장차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약품, 도서, 음반, 영화 등의 소비자는 실제 모든 국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특허의 경우는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정부가 지금까지 접수한 7개의 의견은 이해당사자의 극히 일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영역에서도 의견을 모아본다면 앞에서 지적한 입장차는 더욱 커질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를 지지하는 입장이나 반대하는 입장 모두 그 이유는 다르지만 동의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미 FTA가 경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포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과 체결 된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와 같은 광범위한 시장 통합 시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장기적 비전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 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협상의 실패는 물론이고 협정이 체결된다고 하여도 장기적으로 사회·경제 체제의 실패와 사회적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지재권 보호수준 강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 앞에서“국제규범과 관행에 따라 양측제도의 합리적 개선 필요 분야를 검토”한다고 제1차 협상 대응 방향을 밝히고 떠난 협상단에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2006년 6월 9일
민주노동당 한미FTA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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