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은 한국 청소년들이 즐기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맘대로 하지 못한다. 인터넷으로 영화 예매도 할 수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이 사용하는 실명확인시스템이 외국인 등록번호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도 한국 국적인 이모 명의로 받아서 사용한다.
◈ 곳곳에 숨어있는 순혈주의 = 요양은 “며칠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공연중 정말 보고 싶었던 공연이 있었다”며 “검색해보니 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 구입을 시도했지만 실명인증이 필요한데 외국인 등록번호로는 실명인증이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싸이월드에 가입하려고 해도 팩스나 e메일로 외국인등록증을 보내야한다”며 “네이버는 가입조차 안된다”고 지적했다. 요양이 사용하는 외국인 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똑같이 13자리로 되어 있지만 인터넷 실명확인 시스템이 6(남성 화교는 5)으로 시작하는 뒷번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정부의 자랑도 한민족의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구호인 셈이다.
양쪽 다리가 불편한 왕아이리(王愛麗·여·50)씨는 5년간 머물렀던 대만에서는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45년을 살아온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아니다. 왕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세금이나 의료보험료도 다 냈지만 화교라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경로증도 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 적통(嫡統)만 인정하는 배타성 = 한국민이라고 해도 순혈이 아닌 혼혈들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부여받지 못한다. 그동안 병역법은 외관상 구별이 뚜렷한 혼혈인의 군입대를 막았다.
그나마 지난해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도 본인이 원할 경우 입대가 가능하도록 바꿨지만 혼혈인구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족이나 고려인 같은 한국민이 아닌 한민족은 2류 민족 취급을 당한다. 한 공사장 식당에서 석달간 일했던 조선족 여성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식당을 그만 뒀지만 임금을 한푼도 못받고 있다.
그는 “조선족이라고 하면 무시하기 일쑤고 심지어 월급도 한국사람부터 주고 남는 것을 조선족에게 준다”며 “아예 조선족이라는 신분 숨기고 다닌다”고 말했다.
박화서 명지대 이민학과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 단일문화, 단일 민족을 고집하며 타민족과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으로 나가면 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순혈주의에 빠져 혼혈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외국인 부모의 문화를 배워 차세대 세계화의 인력으로 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현웅 국제이주기구(IOM) 서울 사무소장은 “혼혈이나 외국인에 대한 것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문제”라며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인정 하지 못하는 국수주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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