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예산은 편성될 때마다 늘 기대를 동반한다. 더 나은 복지, 더 안전한 도시, 더 편리한 교통, 더 안정된 민생을 약속하며 숫자는 계획이 되고 정책은 희망이 된다. 그러나 행정의 평가는 시작이 아니라 끝에서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세웠는가가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고 도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산은 단순한 회계 절차가 아니라 행정의 책임을 묻는 가장 현실적인 시간이다.
경기도가 4월 29일부터 5월 15일까지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에 들어간다. 경기도청사와 북부청사, 소방재난본부, 건설본부, 보건환경연구원 등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세입·세출 예산 집행 실적과 재정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도의회가 선임한 결산검사위원회가 이를 맡는다.
이번 결산검사위원회는 대표위원인 김도훈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이호동·임창휘 의원, 공인회계사, 세무사, 재무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민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는 물론 기금, 채권·채무, 공유재산, 성인지예산, 성과보고서까지 사실상 경기도 재정 운영 전반이 검사 대상이다. 형식만 보면 매년 반복되는 정례 절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최대 광역지방정부다. 예산 규모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한 번의 정책 결정이 미치는 영향도 크고, 작은 예산 집행의 방향 하나가 수많은 도민의 일상에 직접 연결된다. 복지예산이 한 가정의 생계를 좌우하고, 도로 예산이 지역 경제를 움직이며, 재난 대응 예산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래서 경기도의 결산은 단순히 숫자의 정리가 아니라 행정의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민생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도민은 화려한 사업명을 기억하지 않는다. 실제로 삶이 나아졌는지를 기억한다. 청년 정책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는지, 복지 예산이 취약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지, 도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정책은 비로소 완성된다.
김도훈 결산검사 대표위원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재정이 도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산은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성과 책임성이 함께 따라야 한다. 특히 지방재정은 결국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결산검사는 집행부를 향한 단순한 지적의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행정을 위한 개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잘된 사업은 더 강화하고, 효과가 부족했던 사업은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반복되는 관행성 예산, 보여주기식 사업, 실적 중심 행정은 결산 과정에서 반드시 걸러져야 한다. 그래야 다음 예산이 더 정확해지고 정책의 효능감도 높아진다.
도의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예산 심의가 계획의 단계라면 결산검사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단계다.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편성 당시의 약속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사업 목적이 제대로 유지됐는지, 도민에게 설명 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만들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결산검사가 형식적인 승인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집행부 역시 방어가 아니라 개선의 자세가 필요하다. 결산은 누군가의 실수를 찾기 위한 감사가 아니라 행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결산검사는 한 해 재정 운영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절차”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어떻게 다음 정책에 반영하느냐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결산은 종종 ‘통과의례’처럼 지나간다. 숫자는 정리되고 보고서는 제출되지만, 정작 도민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다. 결산이 서류 속 행정으로 끝나면 정책은 반복되고 문제도 반복된다. 그러나 결산이 제대로 작동하면 행정은 달라진다. 불필요한 예산은 줄고, 필요한 곳에는 더 집중할 수 있다. 결국 결산은 미래 예산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장치다.
이번 경기도 결산검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집행 확인’이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 성과 검증’이다. 도민은 숫자가 아니라 결과를 본다. 얼마나 많은 사업을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삶이 나아졌는지를 평가한다. 결산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검사위원회는 검사 종료 후 10일 이내 의견서를 제출하고, 경기도는 이를 반영한 결산서를 5월 말까지 도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6월 정례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결과는 경기도 누리집에 공개된다.
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도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납득할 수 있는 결과, 그리고 다음 해 더 나은 예산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함께 따라야 한다. 좋은 행정은 많은 예산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제대로 쓰인 예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산에서 증명된다. 예산은 이미 집행됐다. 이제 남은 것은 책임을 확인하는 일이다.
경기도의 이번 결산검사가 단순한 연례 절차가 아니라, 도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숫자를 넘어 삶을 보는 결산, 형식을 넘어 정책의 본질을 묻는 결산, 그것이 지금 경기도가 반드시 보여줘야 할 행정의 모습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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