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행정의 신뢰는 선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 앞에 내놓은 약속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고, 그 정책이 숫자를 넘어 시민의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신뢰는 축적된다. 지방자치에서 공약은 단순한 선거 시기의 약속 문장이 아니라 도시 운영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담은 공적 계획이며, 임기 전체를 관통하는 책임의 기준점이다. 그런 점에서 용인특례시가 민선 8기 들어 처음으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A를 달성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성과 발표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이는 숫자로 드러난 결과이면서 동시에 지난 3년간 행정이 어떤 방식으로 약속을 현실로 바꾸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는 12일 ‘2026년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A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용인특례시가 SA 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 결과가 단기간에 우연히 얻어진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연속으로 A등급을 유지해 온 흐름이 이번 최고등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행정의 연속성과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방행정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일관된 추진력이 중요하다. 정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고, 수많은 행정 절차와 부서 간 협업, 예산 집행, 대외 협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SA 등급은 단순한 결과표의 한 줄이 아니라, 꾸준히 축적된 행정 역량의 결과로 읽힌다.
이번 평가는 공약이행완료, 목표달성, 주민소통, 웹소통, 공약일치도 등 다섯 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뤄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업 완료 건수만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에게 약속한 내용이 당초 계획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사업 추진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됐는지, 주민과의 소통 구조가 실제로 작동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본다. 다시 말해 숫자 중심의 형식적 평가가 아니라 행정의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구조다. 최고등급인 SA는 총점 90점 이상을 받아야만 부여되는 등급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용인특례시의 행정 완성도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치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시는 총 212개 공약사업 가운데 185건을 완료해 87%의 완료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사업도 정상 추진 22건, 일부 추진 5건으로 집계돼 대부분 계획된 일정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행정조직 전체가 일정한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작동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방행정에서 공약 하나를 현실화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업계획 수립, 예산 확보,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 협의, 법적 검토, 주민 의견 수렴, 도시계획 반영 등 수많은 절차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특히 용인처럼 인구 규모와 도시 확장 속도가 빠른 지역은 하나의 정책이 도시 전체의 생활 구조와 경제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추진의 난도 역시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대표적으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같은 장기 현안의 진전은 단순한 행정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온 규제를 행정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부서 차원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관련 기관 협의, 법적 검토, 지속적인 행정 조율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행정의 추진력과 조정 능력이 함께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같은 초대형 미래 산업 프로젝트는 용인의 장기 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용인은 이미 수도권 남부 첨단산업벨트의 중심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은 단순히 지역 개발을 넘어 도시의 미래 산업 구조와 재정 기반,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공약이 현실 사업으로 이어지고, 그 사업이 다시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지방행정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에 가깝다. 이번 SA 등급은 바로 이러한 흐름을 일정 부분 숫자로 증명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행정이 단순히 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 인프라 확충은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산업단지 조성은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돼야 하며, 생활 SOC 개선은 시민의 일상 속 편의성 향상으로 나타나야 한다. 결국 시민은 등급 그 자체보다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통해 행정을 평가한다.
이번 평가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보공개와 주민소통 항목이다. 최근 지방행정에서 시민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사업 성과만이 아니다. 어떤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책임이 신뢰 형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은 결과를 내는 것만큼 그 과정을 설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SA 등급은 성과뿐 아니라 설명과 공개의 수준까지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기자수첩의 시선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히 최고등급 획득이라는 한 줄의 성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남은 13%의 공약사업이 어떤 일정과 방식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정상 추진 사업들이 언제 시민 생활 속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공개와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반도체 국가산단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성패를 논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토지 보상, 기반시설 조성, 교통망 연계, 기업 유치 등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지금의 성과는 분명 의미 있는 중간 평가지만, 진정한 평가는 이러한 사업이 도시의 미래 성장과 시민의 실질적 체감 변화로 이어질 때 완성될 것이다.
숫자는 행정의 성과를 말해주지만, 시민은 그 숫자 뒤의 변화를 기억한다. 이번 SA 등급은 용인특례시 행정이 시민과의 약속을 일정 부분 결과로 바꾸어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 더욱 촘촘하게 추진되고, 시민이 일상 속에서 도시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면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용인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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