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포시는 지금 정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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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군포시는 지금 정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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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정책의 방향성은 집행 과정과 결과로 판단된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군포시는 1989년 시 승격 이후 수도권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성장해 왔다. 서울 남부와 인접한 입지, 철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통망,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은 군포를 비교적 안정적인 주거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도시의 외형을 갖췄고, 일정한 생활권도 형성됐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시간이 흐르며 도시 구조의 한계 역시 분명해졌다. 중첩된 철도 노선으로 인한 도심 단절, 노후화된 주거지와 기반시설, 확장 여력이 제한된 도시 구조는 과거의 장점이 오늘의 과제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최근 몇 년간 군포시 행정이 선택한 방향은 비교적 일관돼 있다. 단기 성과를 앞세운 변화나 상징적인 개발보다는, 이미 형성된 도시를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행정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변화보다 안정, 확장보다 관리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내기보다 기존 정책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다.

통합돌봄 체계 구축, 민원 처리 방식 정비, 행정 절차 표준화와 같은 정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유형은 아니다. 대신 행정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얼마나 드러나느냐’보다 ‘제대로 작동하느냐’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행정의 태도가 이 지점에서 읽힌다.

다만 이런 행정 방식은 때로 의회와의 긴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리 중심의 정책은 속도가 느리고 결과가 늦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책의 취지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거나, 중간 과정이 설명되지 않을 경우, 의회는 집행의 타당성을 묻고 행정은 속도 저하를 우려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최근 군포시를 둘러싼 일부 쟁점 역시 정책의 방향성 자체보다, 실행 과정과 설명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행정이 안정과 관리를 목표로 삼을수록, 의회와의 관계에서는 설명과 기록의 중요성이 커진다. 정책은 방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집행 과정이 문서로 남고,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며, 사후 점검이 이어질 때 비로소 행정의 신뢰는 유지된다. 이는 행정을 통제하려는 의회의 요구이자, 행정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군포시 도시 정책의 중심에 놓인 공간인 산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기 신도시라는 상징성과 함께 노후화라는 현실을 동시에 안고 있는 산본 문제를 두고, 군포시는 전면 재개발이나 단기적 공급 확대 대신 선도지구 방식을 선택했다. 특정 구역을 먼저 정비해 방향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다음 단계를 판단하겠다는 접근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행정의 태도가 이 선택에 담겨 있다.

산본 일부 구역이 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제도적 인센티브가 적용됐고, 주거 재편의 물리적 조건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다. 주민대표회의 구성, 공공시행자 지정, 단계별 행정 절차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도지구는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향후 도시정비 정책의 기준점을 만들기 위한 실험에 가깝다.

이러한 사업일수록 의회와의 협의 구조가 중요해진다. 정비 속도가 늦다는 지적과 절차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행정의 판단은 충돌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공방이 아니라, 현재 단계가 어디에 와 있는지, 무엇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다. 관리형 정비는 설명이 늦어질수록 갈등의 여지가 커진다.

선도지구 외에도 군포시는 여러 노후 주거지에서 정비계획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주차 문제나 공공시설, 생활 동선까지 함께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개발보다는 관리에 가까운 접근이다. 도시를 더 키우기보다 이미 형성된 도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정책 전반에 반영돼 있다.

교통과 철도 문제 역시 같은 구조를 갖는다. 군포는 철도가 도시를 관통하는 구조를 지닌 도시다. 이동의 편리함과 동시에 공간 단절이라는 한계를 함께 안고 있다. 철도 지하화와 역세권 통합 개발 논의는 단순한 교통 개선을 넘어 도시 구조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다. 다만 이 역시 단기간에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재원 확보, 국가계획 반영,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군포시 행정은 이 사안을 속도 경쟁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장기적인 관리 과제로 다루고 있다.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인근 지자체, 주민과의 협의를 전제로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이는 빠른 성과보다 준비와 조율을 중시하는 행정 방식이다. 동시에 의회와의 협의 역시 단발성 보고가 아니라, 단계별 공유 구조가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산업과 경제 정책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군포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기에는 여건이 제한된 도시다. 대신 기존 산업 구조를 어떻게 전환하고 보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 기반 산업 실증, 공업지역 기능 재편 논의는 도시의 규모와 재정 여건을 감안한 선택이다. 확장보다 체질 개선이라는 방향은 행정적으로는 현실적이지만, 의회와의 소통 없이는 성과가 체감되기 어렵다.

청년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창업 공간 운영, 지역 소비 촉진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지만, 도시의 일상적인 경제 흐름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정책일수록 숫자보다 구조 설명이 중요해진다.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와 안전 분야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행정과 의회가 공통의 목표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서비스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분산된 행정 기능을 연결하고 조정하는 구조적 과제다. 재난 대응과 생활 안전 정책 역시 성과가 눈에 띄지 않을 때 오히려 성공으로 평가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AI를 행정에 접목하려는 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군포시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민원 처리나 행정 데이터 관리처럼 내부 업무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행정 효율과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역시 의회와의 협의에서는 ‘무엇을 바꾸는지’보다 ‘어떤 문제를 줄이는지’가 설명돼야 하는 영역이다.

결국 군포시 행정이 마주한 과제는 속도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바꾸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가깝다. 관리 중심의 행정은 성과를 드러내기 어렵지만, 기록과 수치, 과정 공개가 뒷받침될 때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행정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이자, 의회와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시는 단기간에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행정 역시 마찬가지다. 군포시가 선택한 방향은 즉각적인 박수를 기대하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집행 과정과 기록이 말해줄 것이다. 행정과 의회가 같은 자료를 공유하고, 같은 지점을 보고 있다면 갈등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금 군포시 행정이 서 있는 지점은, 바로 그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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