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대호 안양시장의 시정연설을 기록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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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대호 안양시장의 시정연설을 기록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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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설은 끝났지만 행정은 이제부터다...그 과정을 기록으로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29일 오전 10시, 제308회 안양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본회의장에 울려 퍼진 시정연설은 익숙하면서도 반복을 경계한 언어로 시작됐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미래도시 선도, 민생 우선, 청년 활력, 시민 행복’이라는 네 개의 핵심 가치를 다시 한 번 전면에 올려놓았다. 방향 제시는 분명했고, 나열은 길었으며, 도시의 다음 단계를 상정한 정책 단어들은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기자수첩의 질문은 그 다음이다. 이 언어들은 행정의 어느 지점까지 내려와 있는가.

이번 연설은 ‘의지 표명’의 성격을 넘어서려는 시도에 가깝다. 박달스마트시티, 인덕원 인텐스퀘어, AI 기반 도시 전환, 레벨4 자율주행, 평촌신도시 정비, 청년 정책, 돌봄 통합 체계까지. 안양시가 그려온 중장기 도시 전략의 핵심 키워드들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다만 이 연설이 남긴 의미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디까지 와 있는가’에 있다.

최 시장은 박달스마트시티 조성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와의 합의각서 체결, 안양시의 사업시행자 지정이라는 행정적 단계를 명확히 언급했다. 이는 선언이 아니라 절차의 진척을 근거로 한 설명이다. 인덕원 인텐스퀘어 역시 착공이라는 물리적 단계가 제시됐다. 이 대목에서 연설은 계획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일정 부분 좁힌다. 행정이 ‘준비 중’에서 ‘진행 중’으로 이동했음을 공식 석상에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은 착공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업의 속도, 재정 구조,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 그리고 시민 체감도는 이후의 문제다. 시정연설은 시작점의 언어에 가깝고, 평가는 결산의 언어에서 이뤄진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연설문 밖의 행정 문서와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다.

AI 기반 스마트 콤팩트 도시 구상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도시 행정 전반에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진단은 낯설지 않다. 다만 AI가 ‘정책의 수식어’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 예산, 사업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연설에서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구체적 집행 단위와 성과 지표에 대한 언급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의회와 행정이 이후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민생 우선 기조 역시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표현은 거의 모든 지방정부 연설에서 등장한다. 차별성은 수단에서 갈린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가업승계 지원, 청년 월세·이사비·전월세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등은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 도구로 제시됐다. 이 정책들이 실제로 몇 명의 시민에게, 어떤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는지는 연말 결산과 성과 보고에서 확인될 문제다.

청년 활력 분야는 이번 연설에서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청년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일자리 연계 정책이 나열됐다. 안양시가 청년을 ‘미래 인구’로만 호명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정책이 체감되기 위해서는 접근성, 신청 절차, 대상 범위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연설은 방향을 제시했지만, 체감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의료·요양·돌봄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은 고령화 사회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안양시가 이를 시정운영의 주요 축으로 제시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통합이라는 단어는 늘 실행 난도가 높다. 부서 간 조정, 기관 간 역할 분담, 재정 분담 구조가 함께 정리되지 않으면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이 역시 기록과 실행의 문제다.

평촌신도시 정비, 철도 신규 노선 국가계획 반영, 안양3동 주거재생혁신지구 활성화 계획 등 공간 재편 정책도 빠지지 않았다. 도시의 물리적 구조를 바꾸는 사업은 장기전이다.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연설에서 이들 사업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는 것은, 행정이 방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속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준비’, ‘전환점’, ‘기회’라는 단어가 반복됐다. 이는 무리한 성과 경쟁보다는 단계적 추진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시민 입장에서는 ‘언제 체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시정연설의 마지막 문장은 변화에 대한 태도를 강조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시대에 뒤처지는 도시는 앞서서 달려나갈 수 없다.” 이 문장은 행정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자 시민을 향한 약속에 가깝다. 다만 변화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산 집행률, 사업 추진 일정, 성과 지표, 그리고 실패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될 때 비로소 행정의 언어가 된다.

기자수첩은 판단을 유보한다. 이번 시정연설은 방향과 의지를 제시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록이다. 어떤 사업이 언제 시작됐고, 어떤 정책이 얼마의 예산으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문서다. 의회는 질문으로, 집행부는 자료로 이 연설에 답해야 한다.

연설은 끝났지만 행정은 이제부터다. 변화와 혁신이 시민 행복으로 이어졌는지는 다음 회의록과 결산서, 그리고 현장의 체감으로 확인될 것이다. 기자수첩은 그 과정을 기록으로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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