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년 기자회견으로 본 이천시 '시정 운영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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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년 기자회견으로 본 이천시 '시정 운영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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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정리한 한마디 “올해는 ‘새로 내거는 말’보다, 이미 적어 둔 계획을 어디까지 실행하느냐가 시정의 무게를 가를 것”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신년 초, 지방자치단체의 기자회견은 한 해 시정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정책의 완성도를 단정하기보다는 무엇을 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어떤 수단과 일정으로 접근하려 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천시가 2026년을 앞두고 제시한 시정 구상 역시 ‘결과’보다는 ‘구조와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경희 이천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핵심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민선 8기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시정 목표로 제시된 ‘더 큰 성장, 든든한 민생, 편안한 일상’은 새로운 슬로건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정책들을 하나의 틀로 묶은 표현에 가깝다.

이천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시정 운영의 토대는 본예산 1조 3,506억 원이다. 이 예산은 산업·복지·교육·안전·문화·농업 등 여러 분야에 배분돼 있으며, 단일 사업의 확대보다는 분야별 균형과 지속성을 염두에 둔 구조로 편성됐다. 예산 규모 자체보다는 어떤 정책을 유지하고 어떤 영역을 새로 시도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천시가 올해 산업 분야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기반’이다. 자료상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천산업진흥원 설립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종합 지원 창구를 구축해 개별 지원 사업을 분산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단기간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산업 행정의 구조를 정비하겠다는 접근으로 읽힌다.

반도체 산업과 드론 산업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천시는 기존 반도체 산업 집적도를 활용해 메가 클러스터 확장을 도모하고, 드론 산업은 네트워크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대규모 투자기업에 최대 30억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공개됐지만, 이는 ‘유치 경쟁’보다는 ‘조건 정비’에 가깝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정비하겠다는 설명 역시 같은 흐름이다.

산업 정책 전반에서 확인되는 공통점은 특정 기업이나 단일 프로젝트의 성과를 강조하지 않고 제도와 환경을 먼저 손보겠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간에 체감되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지속성을 확보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주거 분야에서는 중리택지 개발이 대표 사업으로 제시됐다. 4,472세대를 수용하는 이 택지는 교육과 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 주거 공간으로 계획돼 있다.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생활권 단위의 설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역세권 개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천시는 3개 역세권 개발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교통과 주거, 상업 기능을 연계한 도시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특히 노후화된 이천터미널을 2029년까지 환승센터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은 도시 기능의 재배치를 상징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호텔과 복합 주거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아직 계획 단계지만, 교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도시 재구성이라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천시 자료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분야는 민생복지다. 청년, 은퇴세대, 장애인, 여성, 아동, 노인 등 정책 대상이 비교적 세분화돼 있다. 청년창업지원센터와 은퇴세대 재참여 정책은 고용과 직결된 사업으로 분류된다. 특정 연령층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애 주기별로 역할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접근이다. 장애인복지관, 여성비전센터, 어린이드림센터 등은 ‘완성’이라는 표현과 함께 제시됐다. 이는 신규 구상보다는 기존 계획의 마무리에 가깝다. 공공의료 분야에서는 두드림 건강버스, ICT 원격협진, 건강생활지원센터 건립이 언급됐다. 의료 인프라 확충이 어려운 지역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 보훈수당 인상과 저소득층 지원 역시 자료에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 인상 폭이나 대상 확대 규모는 향후 세부 계획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성친화도시·아동친화도시 정책, 아이돌봄센터 확충, 노인 여가시설 운영 등은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연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교육 분야에서는 반도체 특화 과학고 설립 계획이 다시 한번 언급됐다. 2030년 개교를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역 산업 구조와 연계한 인재 양성 전략에 가깝다. 중리초 개교, 모가 분교 부지의 복합교육시설 조성, 무상급식과 교복비 지원 등은 교육 여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전 분야에서는 상시 재난안전상황실 운영과 지능형 CCTV 확충이 핵심이다. 이는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 안전 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교통 분야에서는 GTX-D 노선과 철도망 국가계획 반영을 위한 노력, 도시계획도로와 농어촌도로 확충이 언급됐다. 실현 여부는 중앙정부 계획과 맞물려 있어 지자체 차원의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이다.

문화·체육 분야에서는 예술인회관, 국제승마경기장, 설봉공원 대공연장 조성 등이 포함됐다. 체육공원과 파크골프장 확충, 설봉공원 2차 개발과 근린공원 조성 계획은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공간 확충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농업 분야에서는 ‘임금님표 이천쌀’의 품질 관리와 해외 수출 확대가 핵심이다. 스마트농업과 친환경 축산, 농기계 임대 클러스터, 농산물 공유형 가공센터 운영 확대 등은 농업의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 역시 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이천시가 이번에 제시한 시정 구상은 새로운 비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을 정리하고 연속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도약’이라는 표현보다는 ‘정리와 연결’에 가깝다.

기자회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이천시 행정의 핵심은 계획의 완성도보다 실행 관리에 있다. 어느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추진되는지보다 계획대로 진행되는지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민선 8기 마지막 해라는 시간적 조건 역시 이런 접근을 뒷받침한다.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보다 시간이 지난 뒤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천시가 제시한 여러 계획 역시 향후 예산 집행 과정과 사업 추진 상황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 출발선에 놓인 하나의 기록이다. 평가와 점검은 자료가 아닌 결과가 쌓인 뒤에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본 기자가 정리한 한마디는 단순하다. “올해는 ‘새로 내거는 말’보다, 이미 적어 둔 계획을 어디까지 실행하느냐가 시정의 무게를 가를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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