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이 서울대병원에서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 1000여 명을 무차별 총살한 사건이 ‘집단 학살’로 공식 규정될 전망이다. 정부 기관이 적대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단일 학살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3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박선영 위원장)가 오는 4월 초 전체 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북한 인민군에 의한 집단 학살’로 규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진실화해위는 의결을 마친 후 정부에 북한 당국의 공식 사과 요구 및 희생자에 대한 구제책 마련을 권고할 계획이다.
서울대병원 학살사건은 1950년 6월 28~29일, 서울이 북한군에 점령된 직후 발생했다. 당시 서울대병원에는 전선에서 후송된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고, 북한 인민군 43사단 및 4사단 5연대 소속 병력 약 50여 명이 병원에 난입해 이틀간 무차별 총살을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는 약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간호보조원으로 근무하며 학살을 목격했던 고(故) 유월임 씨의 조카 최롱(82) 씨가 2022년 6월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진실화해위는 같은 해 9월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극동사령부 산하 ‘한국전쟁범죄조사단(Korean War Crimes Division, KWC)’이 작성한 8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군 포로 및 사건 목격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담겨 있으며, 진실화해위는 이를 바탕으로 현장 조사 및 문헌 비교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학살사건은 제네바 협약이 금지하는 전시 민간인 및 부상병에 대한 공격으로,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아 진상 규명이 지연돼 왔다. 북한 관련 사건들에 대한 이중적 기준도 작용했다. 과거사 정리는 제주 4·3 사건, 국민보도연맹 사건, 형무소 학살 사건 등 주로 국군이나 미군에게 당한 민간인 피해만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북한군에 의한 범죄 행위는 정치·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이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진상 규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2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진실화해위에 진상 조사를 공식 요청하며 “북한 정권이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내에는 이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충탑이 세워져 있으며, 매년 위령제가 거행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의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서울대병원 학살사건은 국가 공인 조사기관이 인정한 최대 규모의 북한군 학살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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