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에게 바란다] 민족교본(national textbook)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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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에게 바란다] 민족교본(national textbook)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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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교양이 완벽히 교육에서 제거된 한국은 탈교양과 무용지식의 나라 나아가 국가정체성을 상실한 것
하봉규 부경대 명예교수
하봉규 부경대 명예교수

세계사에서 유태인은 특출하다. 성경의 민족은 2000년 전 민족패망으로 세계로 흩어져 핍박(디아스포라)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동화되지 않았고 근대사(1500- )에서 부활된다. 그들은 주변부집단이었으나 상업 뿐 아니라 의학, 법학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노벨상 수상자의 분포에 유태인의 비율은 독보적이다.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근대사의 위대한 베스트셀러 '경제강대국의 흥망사'를 쓴 세기의 석학 찰스 P. 킨들버거는 16세기 이후 패권국은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으로 이전되었고 여기에 유태인들의 선택이 함께함을 적시하고 있다. 16세기 후반 스페인이 반유태정책을 시작으로 패권국들은 후기에 들어 유태인들의 득세를 견제하게 되었고 이는 유태인들의 집단이주로 이어지고 경쟁력도 이전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근대사에 대한 이러한 시각의 일각을 보여주는 것은 독일의 막스 베버와 베르너 좀바르트이다. 사회학자이자 최후의 박학 막스 베버(Max Weber)는 자본주의를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보았고 이는 영미권에 통용되었다. 반면 당대 독일의 유명한 경제학자 좀바르트는 근대사회를 추동한 것은 유태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유럽각국에 흩어져 경제뿐 아니라 근대적 분야인 의학, 법학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유태인에게 20세기는 박해의 세기로 출발했다. 첫 사례는 프랑스에서 나타났다. 유태인출신 장교 드레퓌스가 부당하게 탄압되었고 진범 에스트라지 소령은 졸속재판으로 무죄가 된 사건이었다. 여기에 에밀 졸라를 비롯한 지성인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게 된다. 이 사건은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가 프랑스 혁명인 평등에서 출발하여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공식 제기된 사건이었다. 

에밀 졸라(좌)  1898년 1월 13일 로로르 지에 실린 '나는 고발한다' (우)/X 

그러나 이후 간전기 독일에서 조직적 탄압이 나타난다. 1차대전의 영웅이었던 히틀러는 독일의 패전에 유태인들의 음모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옥중에서 "나의 투쟁"이란 엉터리책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의 발호로 대중의 지지를 받고 마침내 집권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인종주의가 자심했던 독일남부와 오스트리아의 정서가 작용해 홀로코스트의 광기로 발전하게 된다.  

홀로코스트는 독일점령 유럽지역 600만 유태인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전쟁 말기 자원과 병력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은 마침내 중동지역에도 참전을 조건으로 독립을 약속하는 전쟁외교를 하게 된다. 영국의 졸속외교에 편승한 유태인들은 특유의 장점으로 마침내 2000년 만에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무책임한 약속에 당사국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저항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후 신생국 이스라엘은 수차례의 전쟁을 감수해야 했다. 생존을 위한 핵개발과 인접국의 핵위협도 여전하다. 이 외에도 하이재킹 등 수맣은 납치와 테러의 대상이었고 군사작전이 뒤따랐다. 이스라엘은 6개의 세계적인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후반 하마스의 기습작전과 뒤이은 헤즈볼라, 이란과 후티 반군의 공격 등 바야흐로 생존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의 선택은 세계의 주목대상이다. 

대아랍권에 생존 중인 이스라엘의 강점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전후 초강국 미국을 공동운명체로 만든 세계최고의 민족로비단체 AIPAC의 운영과 2000년을 지속한 정체성은 성경과 탈무드로 대표되는 민족교본에 있다. 이슬람은 이를 본 따 코란을 전 민족에게 각인시키는 교육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은 독서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예컨대 초등학교에 독서교사를 두고 수백 권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치와 역사 등 학습은 어린시절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빌리는 것은 거절할 수 있으나 책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임"을 가르친다. 성경에선 진리가 곧 자유이며, 탈무드는 지혜의 보고임을 강조한다.

박정희 대통령 '독서하는 국민' 휘호가 실린 독서신문 창간호/독서신문i
박정희 대통령 '독서하는 국민' 휘호가 실린 독서신문 창간호/독서신문i

탈냉전 이후 일본과 한국의 상대적 쇠퇴는 어쩌면 냉전 당시 경제적 성과로 치달아 만든 초우량국가의 한계일지 모른다. 양국은 연합국들이 제공한 압축된 서구학습을 통해 경제 기적을 만들었지만 한 단계 높은 지성국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맥아더 사령부가 제공한 자유시민교육으로, 한국은 군사정부가 수입한 반공교육으로 성공했으나 아직 민족교본이 없는 것이다. 

20년 전 일본의 지성계는 세계고전, 세계문학을 포함한 절대지식 시리즈를 발간했다. 한국의 출판계와 일부대학은 나름의 고전시리즈를 발간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독서와 교양이 완벽히 교육에서 제거된 한국은 탈교양과 무용지식의 나라 나아가 국가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의 민족교본은 세계사, 한국사(영웅/적영웅), 세계고전, 세계문학, 철학을 결합시킨 '국민교양 100선(서평집)'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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