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문맹은 미래와 지적 혁신에 필요한 지성(the intellectual)이 집단으로 일탈되는 것

이십년 전(2003년) 독일의 여성 영문학자(크리스티네 취른트)가 쓴 '책(Bueher)'란 책이 발간되었었다. 고등학생이 기본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들을 서평집을 통해 소개한 책이었다. 내용은 역사, 문학, 정치, 경제, 성 등 주제별로 대표적 고전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문제는 부제목이었다.
부제목은 '인간이 읽어야하는 책'이었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학교수인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충격이었다. 더욱 충격인 것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출간된 '절대지식' 시리즈였다. 4권으로 이루어졌으며 2권은 세계고전과 세계문학으로 이루어진 서평집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양식의 기준은 고전을 집대성한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다. 베스트셀러 '교양'의 저자인 독일의 영문학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2차대전에서 미국과 독일의 참전군인 교육의 차이를 독일은 군사훈련만 시켰으나 미국은 그레이트 북스를 교양으로 채택한 사례를 들고 있다.
문제는 교육열의 나라 한국이다. 한국의 교육은 대학입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은 없다. 다시 말해 한국의 교육에서 독서와 교양서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 그러기에 정작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한국의 교육은 교육열에 대비한 부실한 것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한국의 교육은 입학 전부터 학습지와 학원교육으로 출발한다. 여기에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이 배제되고 무엇보다 교습자의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당연하게도 흔히 서양티비에 나오는 잠자기 전 부모가 읽어주는 책은 없다.
한국 교육의 불가사의한 점은 독서가 완벽히 제거된 상황에서 대학까지 지속된다는 점이다. 앞에 든 미국 대통령부터 교육전문가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부터 한국 교육계는 반성이나 개선을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의 미래세대에서 독서와 고전학습은 완벽히 제거된 것이다.

반면, 앞서처럼 일본은 독서를 추가했고 그 반증이 '절대지식' 시리즈인 것이다. 다시 말해 중등과정이나 대학의 교양도서로서 전문가들이 집대성한 책들을 읽게 하는 것이다.
결국 지난 30년간 한국의 교육은 잃어버린 시기였고 여전히 잘못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독서와 교양이 배제된 교육의 결과는 바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무용지식(obsoledge: obsolete+knowledge)의 나라인 것이다. 그에 따르면 21세기에는 더이상 문맹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 일상화되지 못해 인문학적 양식, 과학, 세계관 등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미래와 지적 혁신에 필요한 지성(the intellectual)이 집단으로 일탈되는 것이다.
'교양'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 역시도 교양인이라면 무용지식은 일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독서와 양식에서 철저히 배제된 한국인들은 21세기의 문맹이며, 최고 엘리트로 자부하는 한 위원장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필자는 일전 총선 실패에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일시 떠난 한동훈 위원장에게 역사와 선지자들을 통해 지도자에게 고난은 필수적인 과정이며 고난을 성장의 토대로 삼도록 건의한 바 있다. 그리고 성장의 핵심은 학습에 있다고 강조하고 역사, 문학, 철학 등 소위 교양학습을 시작으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같은 위인들의 평전을 읽도록 권장한 바 있다. 무엇보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두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국민교양도서 100선'을 선정하고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실망스럽게도 한 위원장은 총선 직후 여당 당대표 선거에 나섰고 성공했다. 지도자는 일반 정치인과 달리 비전, 카리스마, 국정운영능력이 요구된다. 불행하게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지도자의 품격을 보여준 대통령도 없다고 본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그리고 이제 국정책임자를 맡게된 김문수 지명자에게 국정이 아무리 바쁠지라도 이 책들을 다시 읽기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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