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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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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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98>황지우 "나는 너다"

 
   
  ^^^▲ 나도 날개를 달고 싶다
ⓒ 우리꽃 자생화^^^
 
 

이곳을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흰 석회벽에 손톱으로 써 놓았다
날개, 날개가 있다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천재 시인 이상의 소설 "날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는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말이었을까요. 이상 자신이었을까요, 아니면 일제 식민지의 칼날 아래 신음하던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었을까요. 이상의 "날개"를 줄거리만 요약해서 한번 훑어볼까요?

"날개"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이 그냥 '나'입니다. '나'는 마치 윤락가처럼 느껴지는 33번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아내가 잠시 외출할 때면 아내 방에 들어갑니다. '나'는 아내 방에서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기도 하고, 아내의 화장품병을 만지며 놉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손님이 올 때면 '나'는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잠을 잡니다. 손님이 가고 나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줍니다. 하지만 '나'는 돈을 쓸 줄을 모릅니다. 아니 돈을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런 어느날, '나'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아내에게 줍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손님처럼 아내와 같이 잠을 잡니다. 처음으로.

비오는 날, '나'는 밖에 나갔다가 앓아눕게 됩니다. 그때부터 '나'는 아내가 주는 아스피린이라는 흰 알약을 먹습니다. 그런데 '나'가 아내의 화장대에서 살펴보니 똑같이 생긴 알약에 수면제라는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갑자기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집 밖으로 뛰쳐 나갑니다.

뭘하고 다니느냐는 아내의 악다구니를 들은 그날, '나'는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닙니다. 그리고 문득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옥상에서 '나'는 '나'가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천천히 회고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리고, '나'는 외칩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 시를 읽으면, 문득 이상의 소설 "날개"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이상의 "날개"란 소설을 단 세 줄의 시에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이곳을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흰 석회벽에 손톱으로 써 놓았다", 무엇을? "날개, 날개가 있다면"이라고.

이 시에서 말하는 누군가는 시인 자신일 수도 있고, 당시 군사독재정권에 신음하던 민중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던 시대. 그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꿈꾸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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