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내 마음 깊은 곳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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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내 마음 깊은 곳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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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크 (The Hulk, 2003)^^^
브루스가 헐크로 변하는 순간, 그 안의 모든 것은 폭발되는 중이다. 그가 폭발하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감마선에 노출된 것이든, 원래 태생이 그랬든지간에 브루스는 자신 안의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중일 뿐이다.

폭력적인 내면의 세계. 자아분열일 수도 있고, 자아발견일 수도 있는 헐크의 눈동자는 그래서 오히려 우수에 차 있고, 브루스가 헐크로 변하는 순간은 그 어떤 순간보다 폭발적인 슬픔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또한 헐크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것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또 다른 두려움이리라.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다른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순간, 돌연 뜻하지 않은 범죄자가 되어 경찰에 쫓기고, 악당에 쫓기고(비록 본편에서는 악당의 존재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아버지와의 대립만 그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서 타협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처절한 사투.

브루스의 내면적인 갈등은 그래서 비롯된다. 사막을 마치 스카이 콩콩을 타듯이 한 달음에 가로지르고, 그나마 그가 기억하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기억 한가지. 그가 부여잡을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의 안정제 베티. 브루스는 헐크가 되어 무엇인가를 파괴하는 순간을 본능적으로 즐기지만, 사랑하능 여인이 그의 앞에 나타나는 순간 자신의 파괴력은 사라지고 다시, 그 자신으로 돌아온다.

본능에 의지한다는 것. 마치, 생생한 꿈을 꾸는 것 같은 착각. 그런 상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것의 힘겨움을 모른다. 몇 백리에 달하는 산을 며칠동안 잠도 안자고 걸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지 꿈이 나를 꾸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태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때로는 그 순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게 되고 마지막 남은 오기로 삶을 지탱하게 된다.

그때 가장 의지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가장 믿을만한 무엇이다. 헐크의 정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지만, 스스로 통제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는 것. 그래서, 브루스가 헐크가 되는 순간 그 괴물은 악마적이라기보다는 너무도 불쌍하고 서글퍼 보인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결코 영화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안감독의 헐크 역시,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브루스/헐크로 이분화되어 있는 내면적인 갈등과 그들을 어떻게 표면화시켜 갈등의 중심선상에 놓이느냐가 이 영화의 포인트다.

하지만, 헐크 1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헐크는 너무나 슬픈 괴물이라는 것 뿐이다.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될 속편에서 또 헐크는 어떤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지니게 될 것인가?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 지구에 닥치는 각종 오염이 심각해진다면 과연 그때에도 이 말을 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감마선에 감염되어 흉측한 괴물이 될지도 모르고, 유전자변이에 이상이 생겨 나도 또한 헐크가 될지도? 하지만, 난 아직 '헐크'를 진행 중이다.

내 안에 끌어안은 분노를 모두 폭발시켜, 비록 현실에서 실제로 깨부수진 못하지만 상상 속에서 나를 억압했던 모든 것을 깨부수는 중이다. 아마도, 그러한 투쟁의 끝에 서며 비로소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헐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잘 되고 못 됨을 떠나서, 적어도 '헐크'는 슬픔이라는 감정이입에 성공했다. 그래서, 이제 도시를 황폐화시켜버린 '헐크'를 용서하련다. 내 어린 시절, 아주 까마득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 괴물로 남아있는 헐크. 이제는 영화 속에서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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