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슬픔이 밀려오는 듯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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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슬픔이 밀려오는 듯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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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몬> (Simone, 2002) 스틸사진^^^
컴퓨터 속의 그녀는 바이러스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 전에 흘렸던 한줄기 눈물은 그녀를 창조해낸 빅터와 하나가 되어 영화를 슬픔 속에 빠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감동이 시작되는 듯 하였다.

최고의 여배우 니콜라가 빅터가 출연하던 영화에서 빠진다고 하자 감독으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릴 위기에 처한 빅터. 영화 속에서 도무지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설명을 전혀 안해주는 캐릭터 행크에 의해 도착한 시뮬레이션 원은 그를 그런 위기에서 멋지게 벗어나게 해준다. 그리고 그는 명색이 최고의 감독으로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러나 그 작품이 빅터의 것인지 시몬의 것인지 그 미묘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영화는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시몬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 그녀는 명백한 유명배우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 정체는 빅터의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에 의해 실제배우로 인식하게 된다.

시몬이 가상인물이란 사실을 언제 들킬 것인가, 들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긴장감 속에서 영화를 지켜보면 어느 사이 영화 속의 사람들은 시몬이 가짜라는 사실을 믿지 않게 된다. 진짜가 가짜이고 가짜가 진짜인 세상.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에 의해 자신의 삶이 조종당하는 것이 싫었던지, 결국 시몬을 죽이기로 한다. 이상한 것은 그 장면이 정말 슬프다는 사실이었다. 영화 속에 너무나 동화되어 있었던 것일까. 알 파치노의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일까.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어쩌면 저 사이버 세상 속의 배우들이 아니던가.

나는 그 슬픔의 이유를, 시몬은 사이버 세상 속의 배우이지만 사이버 세계라는 이념은 이미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오히려 시몬의 장례식 때에는 비장미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신파의 전통적인 결말은 영화가 너무 진부해질 것이라는 시선의 의식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좀더 행복한 결말을 맺기 위해 가족영화 분위기로 전환하려 했는지 이 애도는 곧 치명적인 오류로 치닫는다.

빅터는 살인죄로 붙잡혀 가고, 시몬은 그의 딸 레이니에 의해 다시 복구된다. 슬픔이 밀려오는 듯 하다가, 영화는 그 슬픔을 조롱하려는 듯 불과 몇 분만에 다시 복구되어 오히려 딸 레이니와 이혼했다가 다시 합친 부인 일레인과 3인조 사이버 사기단을 조직해 버린다.

이렇듯, 영화는 첨단과학에 물든 현대인들의 생활을 조롱하려는 듯 보이다가도 이미 컴퓨터에 중독된 현실사회를 그대로 인정해 버린다. 시몬은 사이버배우지만, 빅터에 의해 창조되어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는 실제인물로 각인되었듯이 우리도 어느 순간엔 컴퓨터 속의 캐릭터와 현실의 캐릭터를 분간 못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 시대는 이미 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시몬을 보면서 슬픔이 밀려오는 듯 했듯이. 그러나, 어찌됐건 영화 속의 그들은 사기단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기단. 예술이 사기라면 그들도 진실한 사기단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거기에 동의할 수 있을까. 아직은 판단을 유보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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