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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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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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사건 1주기 추모대회' 지하철 캠페인 현장에서

 
   
  ▲ 지난 해 6월 30일에 있었던 여중생 사망 49재 행사 모습
ⓒ 뉴스타운 자료사진
 
 

민주노동당 은평지구당은 여중생 장갑차 사건 1주기 추모대회에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추모대회 하루 전날인 12일 지하철 역사에서 진행하였다.

이날 캠페인은 추모행사의 내용과 의미를 알리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함께, 이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전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10여명의 사람들 중에는 두 딸과 함께 캠페인에 참여한 40살의 주부도 있었고, 중학교 3학년인 남학생과 그 학생의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혼의, 또는 갓 결혼한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일이 마치고 저녁식사도 챙기지 못한 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다. 붉게 충혈된 눈과 하루만큼의 기름이 낀 얼굴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모습이다.

지치고 분주한 모습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들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오는 13일은 50톤이 넘는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두 여중생이 목숨을 잃은 지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꽃다운 나이의 두 여중생을 죽여놓고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 나라, 불평등한 SOFA 개정하라는데 들은척만척도 하지 않는 나라, 미국에게 다시는 그런 못된 짓 하지 못하게 대한민국 국민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날이 바로 13일입니다. 시민여러분, 13일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납시다.”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일단의 시민들을 향해 외치는 한 청년의 외침은 이따금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어떤 시민은 모금함에 돈을 넣기도 하고, 어떤 시민은 나눠준 유인물을 읽으며 걸어간다. 그러나 그중 절반의 시민들은 개찰구를 빠져나오던 빠른 발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그대로 지하철을 빠져나간다.

캠페인 중에는 종종 자기주장이 강한 시민들을 만난다. 이들은 크게 ‘적극적 지지’와 ‘강력한 반대’로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이새끼들 지금 경제가 어떤 상황인데, 다 북한으로 보내버려야돼.”

금방이라도 들고 있던 우산으로 내려칠 기세다. 이런 유의 주장을 펼치는 시민들은 대부분 50대를 넘어선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캠페인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주의주장보다 나이로 먹고들어가려는 경향이 심하다. 이런 경우는 주장의 내용은 둘째치고, 이 싸움(?)의 판결권을 가진 다수의 시민들에게 찍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그들의 주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일명 ‘경제위기론’이다. “아무리 미국이 싫다기로서니 약소국인 우리가 참아야지 어쩌겠냐, 뭐 뾰족한 수 있냐“ 라는 논리인데, ‘미국반대’이후 우리가 감당해야할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솔직히 대안이 없다.
 

 
   
  ▲ 뇌수가 쏟아져 나온 두 여중생의 참혹한 주검
ⓒ 뉴스타운 자료사진
 
 

전시된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던 한 시민이 말을 건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미국이 잘못한거야. 그럼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잘못된 건 고쳐야지. 나는 예전에 직장생활 좀 해봤고 지금은 노상에서 장사를 하지만 말이야, 하루 3만원 4만원에 피가 마르는 건 사실이거든, 요즘처럼 경기가 나쁘면 미국이 잘못한 거 말하기도 힘들지.”

갑자기 고성이 들린다. 지나던 시민들도 일제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이 모인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일국의 대통령에게 ‘쫄병’이 뭐야! 쫄병이”. 들고있던 캠페인에 적힌 문구를 보고 항의를 한 것이다. 피켓에는 “노무현은 조지부시와 고이즈미의 쫄병”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피켓의 내용에 항의를 하던 시민이 난처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50세는 돼 보이는 한 시민이 그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다. “어디서 큰소리야!”. 그도 큰소리를 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주자는 취지였다. 결국 이 싸움(?)은 연장자의 승리였다.

이제 겨우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난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쫄병’이라니, 좀 심하다 싶다. 좋던 싫던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세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쫄병’이야기는 이후 이날 뒤풀이 자리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캠페인에 참여했던 중3 학생의 대답이 아주 명쾌하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보면, 그 나라 국민들에 의해서 대통령은 선출되어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행사하지만, 만약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최근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방일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을 향해 ‘등신’이라고 한 것을 생각해보면, ‘쫄병’이 ‘등신’보다는 낫다는 느낌이다.

캠페인은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끝났다. “13일 시청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며 간 학생들도 10여명 됐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보는 눈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생태주의자의 입장, 사회주의자의 입장, 자본주의자의 입장, 종교인의 입장 등등 모두가 타당성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말하는 ‘통합의 의미’에는 이 하나의 선택을 현명하게 하자는 뜻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백한 또 하나의 사실은, 통합은 개량이나 타협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합에도 원칙이 있고 정의가 있다. 그 원칙은, 통합의 원칙은 효율이나, 합리가 아닌, 세상을 약한 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 것이다.

한편, 이런 쉬운 정답을 내리면서도 캠페인을 돌아보며 느끼는 것은 이 캠페인에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폈던 그들 역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었다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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