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쩌다 배가 이렇게 됐어요?”
내가 놀라서 묻자 그녀는 창피한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기 낳고 나서 이렇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지 않나요?”
“다 이렇긴요. 에구야~. 이러니까 소화도 안 되고 기운이 하나도 없죠.”
내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녀의 복진(腹診)을 하기 위해 복부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쑤욱 들어간다. 뱃살에는 탄력이 하나도 없고 물렁물렁한 그야말로 물살이다.
요즘 아기 한 둘 낳은 젊은 부인들 중에 이렇게 뱃살이 축 늘어지고 튼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뱃살 뱃살이 쪼글쪼글한 여인들은 대부분 허리가 약하고 내장의 기능도 무력해져 있기 십상이다. 배에 힘이 없으면 허리 힘도 없게 마련. 무거운 것 들다가 삐끗해서 남편 등에 업혀 한의원으로 실려오는 경우도 많다.
뱃살을 빼고 허리 힘을 길러라!
이것은 단순히 미적인 이유만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뱃살을 빼야 허리가 튼튼해지고, 허리가 튼튼해야 내장 기능도 활발해진다. 내장 기능이 활발해지면 온 몸의 기와 혈이 왕성하게 움직여서, 본인의 성감도 높아진다. 엉뚱한 데 가서 오르가즘 찾지 말고 기초 체력부터 단단히 다져두어야 하는 것이다.
“남편이 뭐라고 안 그래요?”
“매일 구박해요. 저를 봐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나요?”
그녀는 웃으며 얘기했지만, 절대 웃을 일이 아니다. 성생활도 성생활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기운차게 살아가려면 허리 힘을 키워야 한다.
허리를 뜻하는 한자 ‘腰(요)’는 원래 요(要)에서 나왔다. ‘요(要)’자는 여자가 두 손으로 허리를 잡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처음의 ‘허리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원래의 ‘요(要)’자가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옆에 ‘月’자가 붙어 현재의 ‘허리 요(腰)’ 자가 된 것이다. 그만큼 허리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을 때, 제일 먼저 허리부터 구부정해진다. 허리가 구부정해지면 등과 어깨도 따라서 움츠러들게 된다.
한의학에서 우리 몸 등 쪽의 정중앙선을 흐르는 맥을 ‘독맥(督脈: 우리 몸의 모든 기운을 감독, 총괄하는 맥)’이라고 하는데, 감기에 걸렸을 때나 공포를 느꼈을 때 등줄기가 오싹한 것은 바로 이 독맥이 침범을 받았다는 중요한 신호이다.
고로 독맥이 외부의 나쁜 기운에 함락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독맥이 흐르는 등줄기를 항상 꼿꼿하게 펴고 다녀야 한다. 등을 꼿꼿하게 펴고 다니려면 허리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 법. 허리를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가 유연하면서도 올바른 자세를 하게 되면 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혈액 순환도 잘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곧 인체 방어의 최전진 기지를 튼튼하게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허리를 튼튼히 하는 것은 성 기능 장애 없는 중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자들이 성적인 얘기를 할 때 왜 항상 ‘허리’를 강조하겠는가. 허리와 성 기능이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허리뼈와 골반강내, 그리고 주위 연조직(인대, 근육, 신경) 등에 유연성과 탄력성이 있어야 성생활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약을 지어드릴 테니 잘 드시고 평소에 운동을 좀 하세요. 다음 번에 오실 땐 꼭 뱃살에 탄력을 붙여서 오셔야해요.”
그녀에게 활혈탕(活血湯)을 처방해주고 몇 가지 운동 요법을 가르쳐 주었다. 활혈탕이란 말 그대로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해주는 약. 여성병의 기본 처방인 사물탕(四物湯 :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에 체질에 맞는 약을 가감(더하거나 뺌)했다.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어혈 푸는 약으로 향부자를 쓰기도 하는데, 향부자는 특히 기의 순환에 좋다.
평소 생지황을 갈아 먹는 것도 허리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전에 내가 대학에서 한창 공부할 때 우리 어머니가 생지황을 자주 갈아주셨던 게 생각난다. 어쩌면 그 때 먹은 생지황 덕에 지금도 허리가 꼿꼿한 건지 모르겠다.
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운동하기. 하루에 60번 이상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권장하고 싶다. 뱃살 빼는 운동으론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반듯하게 누워서 다리를 곧게 펴고 들어올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텔레비전 볼 때도 의자에 앉아 무릎 굽혀 다리 들어올리기를 하면 좋다. 뱃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피부에 탱탱한 탄력이 붙어 보기에도 활력이 넘쳐 보인다.
평소 콜셋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몸 전체적으로 긴장이 되고 자세가 반듯해져 아랫배에 힘이 저절로 들어간다. 몸을 조이니 음식도 과식하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다. 단, 처음부터 너무 몸에 끼는 것으로 시작하는 건 곤란하다. XL 사이즈부터 점점 줄여나가도록 하라.
평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질의 괄약근을 조이는 케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아무튼 요점은 쉬지 않고 허리와 배에 긴장을 주어야 한다는 것.
목욕은 냉온욕, 즉 냉탕에서 시작해서 온탕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냉탕으로 끝내는 것이 뱃살에 탄력을 주는 데 효과가 있다. 섭씨 38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는 족탕도 한 번 시도해 볼 것.
식이요법으로는 검은 깨를 많이 먹도록 하라. 검은 깨는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허리에 힘을 넣어주는 데 좋다. 한가할 때 검은 깨를 많이 묻힌 유과를 만들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남편(혹은 남자친구)과 함께 먹어보자. 건강도 지키고 점수도 따고 일석이조다.
흔히 ‘허리’ 얘기는 남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절대 아니다. 여자도 허리가 중요하다.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 때 의미 없는 잡담 대신 이런 얘기를 나누면 어떨까?
“나 오늘 윗몸 일으키기 200번 했어. 넌?”
“오늘은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항문 조이기만 200번 했지. 지하철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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