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해운업계가 붕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진 해운의 파탄이 국내 물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물류대란을 일으키면서 한진 해운 자체는 물론 ‘물류 코리아’의 이미지까지 손상을 입히고 있는 참사를 빚고 있다.
한진 해운은 지난 8월 말 경영이 완전히 파탄이 남으로써 해운업계가 초비상의 붕괴 일보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다. 이른바 ‘무역입국 코리아’도 치명상을 입는 결과를 낳고 있다.
9월 11일 현재 한진 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70척 이상이 세계 각지에서 원래 도착항에 닿지 못하고 공해상 등지에서 마치 ‘유령선’처럼 떠돌고 있다. 연료비, 하역비 등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각 항구에서 한진 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 해운의 화물 총액은 약 140억 달러(약 15조 7천 570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하역비만해도 1000억 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은 한진 해운의 이 같은 사정을 고려(?) 사비로 4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말했고, 또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도 한진 해운의 자산을 담보 조건으로 600억 원을 출연하는 방침을 내걸었으나, 사외이사들로부터 “대한 항공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자금 출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실제로 출연이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진 해운의 파탄은 국내 물류대란으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지난 7일 열린 미국의 ‘골드만 삭스’의 ‘연례 유통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한진 해운의 파탄으로 인해 국제 물류 대란으로 이날 참가한 기업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11월 마지막 금요일에 행해지는 최대의 쇼핑 세일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한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이 한진 해운에 선적을 한 의류와 완구류들이 제 때에 미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미국의 대형 수입업자들이 미국 정부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거에 볼 수 없던 일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자기기 업체인 휴렛 팩커드(HP)관계자는 “한진 해운 선박에 컨테이너 500대 이상의 화물을 실었으나,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제때 입항하지 못할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자사의 시장 점유율까지 급락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 ‘정부의 무능’ 전 세계에 드러내
2015년도 한진 해운이 취급한 물동량은 약 460만 TEU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s. 일반적으로 길이 20ft(피트)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컨테이너 전용선의 적재용량은 주로 TEU 단위로 나타냄)이다. 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에는 한국의 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0.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의 화물이다. 90% 가까운 화물이 외국 화물이기 때문에, 화물대란이 세계적으로 충분히 확산되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예상되고 있었다.
이러한 국제 화물 대란의 문제점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상황 속에서 “치밀한 후속 대책도 없이 한진 해운을 경영 파탄시키고도 혼란을 수습할 능력조차 없는 ‘한국 정부의 무능’이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확인되는 한진 해운에 의한 물류 대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재벌 오너의 탐욕과 떠넘기기 의식
물론 이번 한진 해운 경영 파탄이 박근혜 정부의 무능만은 결코 아니다. 한진 해운은 경영 회생이 어려워지자 서울 중앙지법에 지난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정관리가 됨으로써 세계적인 물류대란의 도화선이 됐다. 한진 해운의 부채는 약 5조 6000억 원에 이르렀다.
한진 해운은 지난 4월 공기업인 산업은행(KDB) 등에서 구성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신청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지하려 했지만, 채권단은 지난 8월 30일 공동관리를 9월 4일까지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1조원으로 추산됐으나, 한진 해운 자체의 자금 조달 능력의 부족으로 도저히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단이 기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한진 해운은 컨테이너 적재 능력으로 한국 내에서는 1위, 세계적으로는 7위에 올라 있던 대규모 해운회사이다. 한진 해운은 지난 1977년 한진 그룹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씨가 한국 최초로 컨테이너 전용 선박회사로 출범시켰다. 당시 항공사를 궤도에 올려놓은 창업자 조중훈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해운업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진은 육상, 해상, 하늘 등 종합 물류기업을 지향했다.
한진은 1978년 중동항로, 1079년 북미 서안 항로를 개설해 세계적인 해운회사로 발돋움했으며, 1992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유럽, 중동 등지로 길을 넓혀 나갔다. 그러나 세계적인 해운 불황이 강타하면서 2011년 12월에 최종 적자로 전락했고, 그 뒤 보유 자산 매각 등으로 실적은 일시적으로 되살아났지만, 신흥국 경제의 감속으로 화물 이동이 무디어 지고, 운임이 침체해지자 다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오너 일가의 경영 판단 실수”임에 틀림없다.
특히 경영 능력 측면에서 보면, “재무개선을 위해 보유선박을 매각하고, 용선 회사의 전세로 전환했으나, 최종적으로 너무 비싼 용선료가 경영에 큰 부담이 되어 경영 파탄으로 이어지는 우를 범했다”
* 세계적인 외국 해운사만 콧노래
해운업계의 세계 최대의 덴마크 기업인 ‘머스크’는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부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새 노선을 15일부터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진 해운의 법정 관리로)선박 확보에 문제가 생기고, 해결을 요구하는 화주의 문의가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진 해운의 화물을 이제부터 외국 선사들이 차지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이 한진과 한국의 해운회사는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머스크 등은 한진으로부터 나온 화물을 싹쓸이하면서 “웬 횡재야?”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한진 해운뿐만 아니라 현대 상선 등 국내 해운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해운업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등의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항은 그동안 쌓아왔던 국제물류기지로서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부산항의 경쟁력 또한 점점 약화될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한진 해운은 중국, 동남아, 일본 등지에서 소형 화물선으로 화물을 부산항으로 실어와 대형 화물선에 환적(transshipment)해 미국 등으로 운항을 했다. 그러나 이번 한진 해운 경영파탄으로 해외 선사들은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인근 상하이 항 등을 허브 항만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2015년도의 경우 국내 무역량의 약 7%를 한진 해운이 취급을 했다. 따라서 이번 일로 한국의 무역에 장애로 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1년 후쯤이면 한국 기업들은 외국 선사에 화물을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해외선사들이 높은 운임을 요구할 경우, 한국기업 제품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된다. 당연히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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