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본격적으로 ‘일본 감싸기’에 나선 듯 보인다.
거의 모든 국제사회의 언론들이 14일 발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중국이 가능하면 ‘북한 감싸기’를 해 왔듯이 이제부터는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특히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할 처지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국익을 위한 일본 감싸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아베 총리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이 가한 고통에 대해 ‘깊은 후회(deep remorse)’를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아베 총리가 이전 정부의 역사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약속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일본의 의도를 확약한 것을 환영한다. 일본은 전후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의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으며, 이런 기록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며 극찬했다.
미국의 이 같은 무조건적 아베담화 환영 성명은 미국의 최근 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과 사죄‘라는 담화의 주요 키워드를 과거형으로 나열하고 아베 자진의 ▲ 사죄가 빠져 있다는 점, ▲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행위 주체가 없다는 점, ▲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애써 외면하고 ▲ 미국이 보고 싶은 것, ▲ 말하고 싶은 것, ▲ 기대하고 싶은 것만을 골라 아베 담화를 극찬했다.
한국의 시민단체 등은 이날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고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진정성 있는 침략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G2라는 위치에 까지 올라선 중국에 대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견제가 어려워지자 ‘국익 차원’의 이름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교묘하게 서술한 아베담화를 극찬함으로써, 미국의 인류에 대한 보편적 양심이 일본의 경제력과 안보 도움을 전제로 팽개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침략, 식민지 지배, 위안부 모두 분명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가능 일본 만들기’에 온힘을 쏟고 있는 아베와 그 정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미국은 앞으로 보편적 가치를 내동댕이치고 오로지 미국의 국익만을 추구할 것인가 ? 한국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에 대한 가치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가?
이번 아베 담화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해외 언론들은 아베 담화의 ‘알맹이 없는 담화’를 비판하고 있다.
에이피(AP)통신은 아베담화에 대해 “불충분한 사죄에 그쳤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도 “아베 총리가 역대 총리들이 밝힌 사죄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을 회피했다”고 꼬집었고, 뉴욕타임스(NYT)도 ‘침략이라는 단어는 언급했지만 정작 아베 총리 본인만의 사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가면서 중국에 적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수법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담화 내용 가운데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라는 문구를 끄집어내어 이는 ‘중국에 대한 아베의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담화에서 “일본의 고립감이 심화되어 외교적, 경제적인 경색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중략).... 일본이 국제사회가 엄청난 희생위에 구축하려 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도전자가 됐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을 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NYT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은 아베 총리가 패권주의 운운하며 중국을 비난할 때에 자주 쓰는 용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도 역시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단어를 언급은 했으면서도 (아베)자신의 사죄는 없었다”고 꼬집었고, WP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단어가 누락된 채 두루뭉술하게 ‘피해여성’이라고만 표현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분노가 예상된다”고 내다보고 아베 총리는 일본 내 국수주의 강경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면서 중국과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도록 당너 선택을 신중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역시 일본은 “한국은 안중에도 없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또 아베 담화를 예의주시해왔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아베 담화에 대해 “물타기 사과(Watered-down Apology)가 진정성 시험에서 불합격했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교묘한 용어를 선택해 일본 국내 우익 진영의 마음에 들면서도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는 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1995년의 전후 50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담화에서 후퇴했다고 덧붙였다.
* 아베 담화 전문
종전 70년을 맞이함에 있어서 지난 대전으로의 행로, 전후의 행보, 20세기라는 시대를 우리는 조용한 마음으로 되돌아보며 그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를 향한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여 년 전의 세계에는 서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의 광대한 식민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의 물결은 19세기 아시아에도 밀려왔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입헌정치를 내세우며 독립을 지켜냈습니다. 일러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세계를 휩쓸었던 제1차 세계대전을 거쳐 민족 자결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그간의 식민지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전쟁은 1000만 명이나 되는 전사자를 낸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강력히 바라며 국제연맹을 창설하고, 부전조약(不戰條約)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쟁 자체를 위법화하는 새로운 국제사회의 조류가 생겨났습니다.
당초에는 일본도 보조를 함께했습니다. 그러나 세계공황이 일어나고 서국 국가들이 식민지 경제를 휩쓴 경제 블록화를 추진하자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고립감이 심화되어 외교적, 경제적인 경색을 힘의 행사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국내 정치 시스템은 이를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세계의 대세를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만주사변, 그리고 국제연맹 탈퇴. 일본은 점차 국제사회가 엄청난 희생 위에 구축하려 했던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되어 갔습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르쳐 전쟁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일본은 패전했습니다.
전후 70년에 즈음하여 국내외에서 쓰러져간 모든 분들의 영령 앞에 깊이 고개 숙여 통석(痛惜)의 염(念)을 표하는 동시에, 영원한 진심 어린 애도를 바칩니다.
지난 대전에서는 300여만 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고 가족의 행복을 빌면서 전쟁터에서 산화한 분들. 종전 후 혹한의, 또는 작열하는 먼 이국 땅에서 굶주림과 병으로 괴로워하다가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의 폭격, 오키나와에서의 지상전 등으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무참히도 희생되었습니다.
교전국들도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태평양의 여러 섬 등 전쟁터가 된 지역에서는 전투뿐만 아니라 식량난 등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희생되었습니다. 전쟁터의 뒤 안에는 명예와 존엄이 크게 손상된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늠할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우리나라가 안겨 준 사실. 역사란 실로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입니다. 한 분 한 분에게 저마다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깊이 되새길 때, 지금도 여전히 말을 잃고 그저 애끓는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토록 고귀한 희생 위에 지금의 평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원점입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 자결의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대전에 대한 깊은 회오(悔悟)의 마음과 더불어, 일본은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며, 오로지 부전(不戦)의 맹세를 견지해왔습니다. 70년간에 이르는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는 조용한 자부심을 가지며 이 부동의 방침을 앞으로도 관철해 나가겠습니다.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습니다.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사람인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다한다고 해도 가족을 잃으신 분들의 슬픔, 전화(戰禍)로 도탄의 고통을 겪으신 분들의 아픈 기억은 앞으로도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후 600만 명이 넘는 귀환자가 아시아 태평양 각지에서 가까스로 무사 귀환해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내팽개쳐진 3000명 가까운 일본인 자녀들이 목숨을 부지하며 성장해 다시 조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사실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의 포로 출신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서로 전사자들의 넋을 계속 위로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쟁의 온갖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입은 포로 출신 여러분이 그토록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마음의 갈등이 있었고, 얼마만큼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그 점을 우리는 헤아려야 합니다.
관용의 마음 덕분에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을 계기로 일본은 화해를 위해 온힘을 다한 모든 나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합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바야흐로 인구의 80%를 넘어섰습니다. 그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 또 그 부모 세대가 전후의 불타버린 폐허, 빈곤의 밑바닥 속에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세대, 나아가 다음 세대로 미래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선인들의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치열하게 적으로 싸웠던 미국, 호주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참으로 많은 나라들이 은수를 초월해 선의와 지원의 손길을 뻗어 준 덕분입니다.
그 점을 우리는 미래로 전해 나가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겨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 나가며,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온힘을 다할 그런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벽에 부딪친 자신의 상황을 힘으로 타개하려고 했던 과거를 우리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러기에 바로 일본은 어떠한 분쟁도 법의 지배를 존중하면서 힘의 행사가 아니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앞으로도 견지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 호소해 나가겠습니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의 비확산과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20세기 전시 하에 수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크게 손상된 과거를 우리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러기에 바로 일본은 이런 여성들의 마음에 늘 다가가는 나라가 되려고 합니다.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손상되는 일이 없는 세기로 만들기 위해 세계를 리드해 가겠습니다.
우리는 경제 블록화가 분쟁의 싹을 키운 과거를 우리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러기에 바로 일본은 어떠한 나라의 자의에도 좌우되지 않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열린 국제경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개도국 지원을 강화하며, 세계의 더 큰 번영을 견인해 나가겠습니다. 번영이야말로 평화의 초석입니다.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는 빈곤에 맞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와 교육,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되어버린 과거를 우리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러기에 바로 일본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기본적 가치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며, 그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손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내걸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지금껏 이상으로 공헌해 나가겠습니다.
종전 80년, 90년, 나아가서는 100년을 향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런 일본을 만들어 나갈 그런 결의입니다.
2015년 8월 14일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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