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술 한잔 따르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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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술 한잔 따르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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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63>이외수 "진달래 술"

 
   
  ^^^▲ 진달래
ⓒ 이종찬^^^
 
 

생각납니다
폐병 앓던 젊은날에는 양지바른 산비탈
각혈한 자리마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지요

지금은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부질없는 욕망은 다 버렸지만
아직도 각혈같은 사랑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술 한잔 주시겠습니까.

해마다 봄이 다가오면 못 견디게 보고픈 그대여. 바람에 하얗게 핀 매화가 꽃잎을 함박눈처럼 날리울 때면 잊어달라, 이젠 그만 날 잊어달라, 며 허우적 허우적 길을 떠나던 그대의 슬픈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손사레질을 하던 그대의 하얀 손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오늘은 그대가 떠나던 그날, 그 봄밤처럼 유난히 환한 달빛이 나를 못 견디게 합니다. 아니, 그날 그대의 두 뺨에 빗줄기처럼 줄줄 흘러내리던 그 서러운 눈물이, 이제는 내 눈물이 되어 줄줄 흘러내립니다. 하지만 그대가 떠나간 지금, 아무리 밤을 새워 울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밤 매화꽃처럼 하얗게 빛나는 달빛 밟으며 그대가 오시면 진달래 술을 한잔 따라 올리오리다. 그대가 떠난 그 해 봄, 그대와 함께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던 그 진달래를 따다가 담가놓은 연분홍빛 술 한 잔 따르오리다. 그대를 향한 오랜 그리움처럼 발갛게 물든 그 진달래 술을.

이 진달래 술을 한 잔 마시고 이젠 나를 향한 미움이나 원망 따윈 모두 잊어버리십시오. 그대를 여윈 내 슬픈 마음 같은 이 진달래 술을 한 잔 마시고 이젠 그만 저를 용서하십시오. 그때 내가 그대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내 곁을 떠나게 된 것은 저도 모르는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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