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으로 돌아가고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유년으로 돌아가고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로 보는 세상 162>박종해 "곡선이 그립다"

 
   
  ^^^▲ 산길
ⓒ 이종찬^^^
 
 

죽 곧은 고속도로보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이 정겹다.
터덜터덜거리며
먼지를 풀풀 날리며
트럭 타고 수학여행 가던 길.
그 덜컹거리는 차 때문에
고구마와 감홍시와 찰떡이
사이좋게 범벅이 되듯이
어린시절 추억은 정겹다.

이젠 어딜 가도
꼬부랑길은 보이지 않고
죽죽 뻗은 직선이 나를 피로하게 하네.

굽이굽이 흘러가는 봇도랑물같이
그리운 곡선을 따라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흘러간 모든 것은 그저 추억이란 이름 아래 아름답고 정겹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아니, 그게 아닐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처절하고 슬펐던 그런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어떤 것들은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가슴 속 깊숙히 남아 때때로 가슴을 아프게 울리는 그런 기억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비록 가난 때문에 뱃가죽이 등에 들러붙도록 배가 고프고, 헐벗은 채 살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은 늘 정겹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구마와 감홍시와 찰떡이/ 사이좋게 범벅이 되듯이"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배 고픈 나날만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어린 시절이 더 정겨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잘 포장된 고속도로가 없었기 때문에, 아니 지금은 아예 기억 속으로 사라진 그 꼬불꼬불한 시골길에 얽힌 서럽고도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시인의 마음에 어린 시절이 더욱 그립고 정겹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지금은 직선으로 쭉쭉 뻗은 그 반듯한 고속도로가 오히려 시인 자신의 모든 것을 자꾸만 옭죄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직선으로 쭉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빨리빨리' 병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빨리빨리'보다 '느릿느릿', 쭉쭉 뻗은 고속도로의 직선보다는 먼지가 풀풀 나는 꼬불꼬불한 시골길 같은 곡선을 더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봇도랑물같은" 그 아름다운 곡선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