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더 끊기 어려운 것이 술이다.
이제 문득 다시 이 몸 생각하면
삼동 내내 바람과 함께 서걱이는
처마끝 한 타래의 시래기 같을 뿐이다.
바람아, 내 만일 겨울에 죽게 된다면
마음 속 계집처럼 너를 부를 터이니
그리운 임 만나러 가는 얼음 강판에
죽은 재나 날려서 미끄름이나 막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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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겨울나무 ⓒ 이종찬^^^ | ||
"여자보다 더 끊기 어려운 것이 술이다"? 대체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죽도록 사랑했던 한 여자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보다 더 지독하게 지친 육체를 끌고 가는 것이 술이라는 그런 뜻일까요. 아니면 그 여자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이 마침내 술로 변해 스스로를 끝없이 끌고 간다는 그런 뜻일까요.
그도 아니면 시인이 살아온 세상살이의 팔할을 지배한 것이 한 여자에 대한 지독한 사랑과 그로 인해 지독하게 퍼마신 술과 같은 그런 삶이라는 건가요. 그래서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쏟아버린 지금 "이제 문득 다시 이 몸을 생각하면/삼동 내내 바람과 함께 서걱이는/처마 끝 한 타래의 시래기"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일까요.
아니, 시인에게 있어서 못다한 그리움이나 애타는 미련 따위가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그런 뜻이 아닐까요. 그래서 바람을 불러 "내 만일 겨울에 죽게 된다면/마음 속 계집처럼 너를 부를 터이니/그리운 임 만나러 가는 얼음 강판에/죽은 재나 날려서 미끄럼"을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아닐까요.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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