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어른이 되고 싶은 한 아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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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어른이 되고 싶은 한 아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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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각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꿈이 세 개나 된다. 만화가, 로봇 조종사, 공학박사. 지금 그 아이는 그 중에 한 가지도 이룩한 것이 없다. 그 아이는 불가능한 꿈을 하나 꾸고 있었는데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학교(그 아이는 국민학교 세대다)를 졸업하는 게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아인 지금 무러무럭 자라나 자신의 어릴 적 꿈이 아닌, 현실적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 아이가 피터팬을 만났다. 아, 잃어버린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다. 난 다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다.

2. 혼동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한 아이가 또 있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지구에서 살지 않는다. 네버랜드라는 이상한 별, 혹은 동심의 별에서 살고 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웬디의 창문을 두드린다. 깜찍하고 귀엽지만, 질투심이 너무 강해 살벌한 팅커벨과 함께. 아주 잠깐동안, 현실과 환상이 혼동되었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 피터팬이 맞나, 웬디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때로 어떤 사랑은 유치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지독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피터팬이라는 동화 속에 녹아든 사랑은 그 어떤 쪽도 아니다. 마냥, 순수하고 귀엽다. 그것이 <피터팬>이라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피터팬>은 동화 속 인물이지만, 영화는 동화 속 인물을 현실로 끌어들였다.

3. 재미

<피터팬>은 판타스틱한 액션영화임이 분명하다. 뭐, 주관적으로 봤을 때 피터팬을 맡은 제레미의 살인미소가 좀 징그러운 면도 없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귀엽게 봐줄 만 한 것은 웬디와 피터팬의 소꿉장난 같은 사랑의 행위와 팅크의 귀엽기도 하지만, 살벌한 질투심이 맞물려 영화적 재미를 한층 높여 놓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이라는 한 아이는 결코 사랑같은 것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터팬>은 사랑을 통해서 성장한다. 몸은 비록 소년의 모습이지만, 소년은 웬디의 사랑을 통해서 성장하며 그것을 <피터팬>에서는 아픔보다는 정신적 성숙으로 그려낸다. 그것이 <피터팬>의 잠재가능성이다. 그래서, <피터팬>은 이별을 슬프게 그리지 않는다.

4. 성숙

사랑도 헤어짐도 사람이 태어나 자라나는 중에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이다. 결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사랑을 버리고, 또 자신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조건으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들은 인생에서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잘 아는 비교적 현실주의자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피터팬>이라는 영화는 정도를 벗어나서 사고를 치지는 않는다. 사랑도 성장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암시적으로 관객에게 조용히 설득한다. <피터팬>이 또 하나 흐뭇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절대적 <악당>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후크선장까지도 사랑 앞에 눈먼 약한 사나이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피터팬>은 사랑이라는 한 테마를 통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성숙해지는 진정한 성장영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 동경

오래 전에 잃어버린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에겐 청소년기가 없다. 그 아이는 바로 어른이 되었다. 그 아이는 꿈이 너무 많아서 어른이 되어서도 <피터팬>을 동경한다. 그 아이는 몸은 자랐지만, 정신은 절대 성장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피터팬>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성장한다. 무럭무럭 자라나 훌륭한 어린이가 되거라. 그 아이는 칭찬을 받았다면서 좋아한다. 아, 어른이 되지 않는 한 아이가 있고, 어른이 되고 싶은 한 어른이 있다. 어른이 되고 싶은 한 어른은 어른이 되지 않는 한 아이의 별에 무척이나 놀러가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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