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마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것과 같은 지옥훈련이 행해졌다고 한다. 구보나 장애물 돌파 훈련을 할 때 일정한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실탄사격이 행해졌다고 한다. 결국 대원 중 뒤에 쳐진 한사람이 실탄에 옆구리를 관통당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었다. 그토록 무시무시하고 인정사정없는 훈련이 행해졌던 것이다.
공포의 외인구단과는 달리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그 무서운 훈련을 감당해야만 했었다. 평양에 잠입해서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을 사살한 후 무사히 남쪽으로 돌아오는 꿈같은 일을 실현시키고 나면, 그때 그들은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 하사관은 말했다. “내가 그들을 그토록 무자비하게 훈련을 시킨 것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을 향한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중앙정보부장이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복수의 집념은 화해무드로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실미도의 대원들은 폐기하기에는 아쉽고, 그냥두기에는 너무 무서운 화근이 되어갔다. 그들을 전원 살해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논들이 오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을 향해 필사의 전진을 시작했다.
나는 하루하루의 삶을 규칙적으로 살아간다. 나 자신에게 게으름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일을 살피고 뉴스를 본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면 틈나는 대로 어학공부를 한다. 아침의 가장 맑은 정신은 공부에 바쳐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이다. 그러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이나, 아침에 읽은 뉴스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기사를 작성한다.
물론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한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오후에는 주로 독서를 한다. 오전보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시간에 하기에 알맞은 활동이다.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아이들의 공부를 봐준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챙기는 것이 직성이 풀린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중요한 부분들은 직접 챙겨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그리고는 인터넷에 낮에 작성한 기사를 올리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중요한 기사는 갈무리를 하면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이때가 내 일과에서 가장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 시간을 조금 줄였다. 저녁에 독서를 조금 더 하기 위해서이다. 저녁에는 주의집중이 요하지 않는 가벼운 독서를 한다. 기사를 쓸수록 내 자신의 부족함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이 알고, 좀 더 정확하고 날카로운 기사를 쓰고 싶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한없이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들에 대해서 올라오는 기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그 분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은가 보다.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나 같은 아마추어가 활동할 공간이 열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진정한 프로가 나타나 내가 하던 일을 대신할 것이다. 그때는 나는 미련 없이 그 일을 그만둘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보람된 일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끝없이 관심을 요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관찰하면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자신을 지켜봐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의 삶을 조직화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내 규칙적인 삶을 두고 아내는 마치 ‘독일병정’같다고 한다. 나를 보면 그들의 규율 바른 이미지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나는 건망증도 심하고, 우스개 소리도 잘하고, 바보스럽기도 하다.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내가 내 삶에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는,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을 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하지는 못한다. 나는 ‘실미도’의 병사이나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음지에서 벗어나려는 한을 지진 그늘진 인생들처럼 피맺힌 절규의 삶을 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때로 마음이 아프다.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것을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그저 그럴듯하게 폼만 잡으면서 그저 자기만족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들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나는 내 나름의 한계를 느낀다. 지금의 내 모습은 결코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한 나의 한계이다. 더 이상 노력할 절박한 마음이 없는 것이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아픔이긴 하지만, 난 내가 지킬 수 있는 한계의 수준을 지키면서 꾸준히 노력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걸음씩 꾸준히 앞으로 나가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걸어간다. 천천히 한걸음씩 저 멀리서 푸르게 휘날리는 깃발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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