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들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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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철새들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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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주남저수지

 
   
  ^^^▲ 하늘을 까맣게 덮으며 날아오르는 철새떼들
ⓒ 창원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모두

가을 속의 겨울이 제법 길다. 이를 미리 예감한 나뭇잎들은 갑자기 닥쳐온 추위에도 더욱 곱게 물들어가고 있지만, 미처 뒤돌아 볼 겨를 없이 달려온 나뭇잎들은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갈색 낙엽이 되어 나비처럼 포르르 떨다가 한 잎 또 한 잎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만다.

갑자기 휑, 하니 바람이 불어온다. 투두두두둑, 투두두두둑, 바람의 깡마른 혓바닥이 닿는 곳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가지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이내 낙엽이라 이름지어지는 그 낙엽이 바람에 우수수 쓸려가는 소리... 저 편 아득한 곳에서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실루엣 하나....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동이채 확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11월의 추운 하늘. 근데 햇살이 거미줄처럼 쏟아져 내리는 저 하늘 끝에서 가물가물거리는 저건 무얼까. 연인가? 저 편 마을에서 누군가 제 꿈을 담아 하늘로 날려보낸 가오리연? 아니, 아니다. 저건 분명 연이 아니다. 수없이 가물가물거리는 저건 분명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찾아든 철새떼임에 분명하다.

그래,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어느새 이르는 그곳, 주남저수지... 동판저수지와 산남 저수지를 양팔로 보듬고 오늘도 말없이 고여 있는 저 주남저수지... 저 저수지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눈물 한방울이 맺혀 툭, 떨어진다.

 

 
   
  ^^^▲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떼들
ⓒ 창원시^^^
 
 

주남저수지에서 바라보는 부모님 산소. 며칠 전 아버님을 묻고 온 그 산소가 있는 하늘에서 새떼들이 '브이' 자를 그리며 줄지어 날아들고 있다. 그래. 다르다. 부모님 산소에서 바라보던 주남저수지는 한갓 큰 저수지로만 보였었는데...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새뿐만이 아니라 별의별 곤충들과 야생초들도 많다.

"아니, 환경단체에서 새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나요?"
"보소, 철모르는 소리 좀 작작하소. 당신네들은 도회지에서 돈 잘 버니까 잘 묵고 잘 사는 가는 모르것소. 하지만 여기 사는 농민들은 생계가 걸려 있는 일이란 말이오, 생계!"

또 한 무리의 새떼들이, 이번에는 부모님 산소 오른편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를 바라보며 날아오고 있다. '촤아악-' 아, 지금 내려앉은 저 새떼들은 창원 인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청둥오리떼들이다. 아직 그 유명한 고니(천연기념물 201호)와 재두루미(203호)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보이는 것은 가창오리떼를 비롯한 큰기러기, 쇠오리 등이다. 하지만 몇 해전 이맘때에 비하면 새떼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 을숙도가 개발되기 전만 해도 이곳에는 그때처럼 그렇게 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을숙도가 개발되기 시작한 직후부터 을숙도 철새들 대부분이 가까운 이곳 주남저수지를 중심으로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에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그야말로 하늘이 까맣게 덮힐 정도로 많은 철새들이 날아든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었다고 한다.

"아, 하도 많은 새들이 애써 심어놓은 농작물을 모두 쪼아대는 바람에 아예 농사지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카이.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우리도 살길을 찾기 위해, 이 곳 갈대밭에다 불을 질러 버렸다카이. 그래가꼬 시에서 나오고, 머슨 환경단체에선가 나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아이가. 하지만 우찔끼고.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몇 해전부터 시와 이곳 주민들 사이에 이곳 일대의 땅 매매 문제로 인한 오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이른 바 '철새와의 전쟁'이라 이름 붙여진 이 줄다리기는 지금까지도 쉬이 진정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땅값을 더 올려 받겠다는 심산이고, 시에서는 현재 이곳 시세보다 더 비싼, 말 그대로 충분한 보상가를 책정했다는 주장이다.

 

 
   
  ^^^▲ 천둥오리떼
ⓒ 창원시^^^
 
 

최근 들어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의 수는 해가 갈수록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곳 동읍 주민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또한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것도 철새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철새가 높은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낙하를 할 때 이 고층 아파트 때문에 낙하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동안 주변 하늘만 빙빙 돌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날아간 뒤부터는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한다.

"간혹 아파트 주변에 기러기 몇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풍경을 서너 번 봤다 아이가. 철모르는 놈들이 해가 기운 뒤 어둑할 때 아파트 불빛을 보고 날아들다가 그만 그리 됐다카이."

"철새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땅값도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게 뻔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때 어서 땅을 팔아버리시지요?"

"나도 그라고 싶은데, 그기 오데 내 맘대로 되나? 땅을 팔자니 조상님들 얼굴이 자꾸 떠오르고, 안 팔자니 철새들이 자꾸 줄어들어 조갑증만 나고..."

"그렇다면 저 철새떼가 황금을 물고 날아오는 희망이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이른 바 계획도시이자 춘천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창원시 동읍 가월리 일원에 있는 인공저수지로 땡겨울에도 강물 전체가 얼어붙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근에 산남저수지와 동판 저수지까지 거느리고 있어 철새들이 월동하기에는 그만이다.

180만평의 광활한 늪지와 갈대가 자생하고 있는 주남저수지는 저수지 가운데 마치 배꼽처럼 섬이 돌출돼 갈대들에 덮혀있고, 1년 내내 저수량 또한 일정하다. 저수지의 특성이 이러하다보니, 각종 식물들이 자라기에도 좋아 개구리밥, 붕어마름등 각종 먹이 또한 풍부하다. 그래서 철새떼들이 더욱 주남저수지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남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높은 둑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또한 장관이다. 그 누가 노을은 서해의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가. 그래, 그렇게 말한 사람은 노을의 참맛을 모르거나, 우리나라 여러 곳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지 못한 사람임에 분명하리라.

 

 
   
  ^^^▲ 발갛게 지는 노을
ⓒ 창원시^^^
 
 

주남저수지의 노을은 붉다. 노을만 붉은 것이 아니라 노을을 헤엄치는 새들의 날개짓도 붉고, 금방이라도 그 노을에 갈대들이 모두 벌겋게 타오를 것만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노을을, 그 새를, 그 갈대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동자도 붉고, 마음도 붉다. 그래서 주남저수지에서는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아무리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춥지가 않다. 그저 노을처럼 따스하고 포근하기만 하다.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 주남저수지는 인근 동판, 산남 저수지와 더불어 매년 11월부터 20여 종의 철새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약속된 '약속의 땅'처럼 날아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제201호), 재두루미(제203호), 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를 비롯한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기러기, 쇠오리 등, 수천, 수만 마리가 동읍 일대의 지축을 새울음소리로 진동시킨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하긴 아무리 좋은 곳도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닿았다 하면 모래시계처럼 스르르 허물어지는 것이 자연환경 아니던가. 또한 이 곳 농민들과 시의 팽팽한 줄다리기기가 끝나지 않는 한 주남을 찾는 철새들의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갑자기 목이 탄다. 오늘도 큰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드러누워 있는 저 주남저수지를 바라보면, 저 주남저수지 위를 유유히 헤엄치다가 가끔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올린 채 물 속으로 고개를 치켜박고 있는 저 청둥오리처럼 물을 한모금 머금고 싶다.

아~ 그래. 그 막걸리... 그 막걸리가 먹고 싶다. 인근 북면 막걸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동읍(면) 막걸리. 인근 북면 막걸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에 비해 이곳 동읍 막걸리는 아직까지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북면 막걸리가 관광상품화 되는 바람에 그 가격이 비싸지고, 맛 또한 예전의 그 맛을 잃어가고 있다면, 이곳 동읍 막걸리는 예전의 맛, 논두렁에서 커, 하고 들이키던 바로 그 맛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건배!
주남저수지와 철새들의 영원한 낙원을 위해.

 

 
   
  ^^^▲ 주남저수지 가는 길
ⓒ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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