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포시 해외출장 논란, 승인 절차와 평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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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군포시 해외출장 논란, 승인 절차와 평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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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지점을 지켜보는 데서 역할을 멈춘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행정은 멈출 수 있는가.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계획되고 집행 중인 행정 행위가 정당성을 의심받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군포시 해외출장 논란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번 사안은 해외출장의 타당성을 넘어, 지방행정에서 행정의 연속성과 정치적 시기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군포시는 21일 성명을 낸 시의원이 실무자들의 해외출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군포시는 “행정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행정 행위를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특정 정치 주체를 겨냥한 비판이라기보다, 이번 논란의 성격을 행정과 정치의 경계 문제로 규정한 설명에 가깝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해외출장은 지난 18일부터 진행됐다. 군포시에 따르면 부시장과 주택정책과장, 교통행정과장 등 간부급 실무자 6명이 독일과 프랑스를 방문 중이다. 일정은 6박 8일로, 군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지하화 사업과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해외 선행 사례를 확인하는 것이 출장의 목적이다.

방문 일정에는 프랑스 파리 인근 라데팡스가 포함돼 있다. 라데팡스는 파리 구도심의 문화유적 보호를 위해 외곽에 조성된 신도시로, 철도지하화를 기본 설계로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군포시는 이 지역이 보행자 중심 도시 구조를 갖춘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철도지하화와 도시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군포시의 정책 검토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독일 방문 일정에는 베를린 중앙역과 포츠담 주정부 도시계획·건설부, 슈투트가르트 등이 포함돼 있다. 군포시는 철도시설과 도시계획이 결합된 사례를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출장 일정 전반은 철도지하화와 연계된 도시 구조 변화, 교통 체계, 공공공간 활용 사례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비판이 제기된 지점은 출장 비용과 시기다. 일부에서는 이번 출장에 5천만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들어 ‘고액 출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며 논란이 확대됐다. 군포시는 이에 대해 출장 비용은 6명이 유럽을 6박 8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데 소요되는 경비이며, 최근의 고환율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포시는 특히 이번 출장 예산이 의회 심의를 거쳐 승인된 직무 관련 연수 예산에서 집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쳤고, 해당 범위 내에서 집행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예산 집행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보다는, 승인된 행정 행위에 대한 평가와 해석의 문제로 옮겨간다.

군포시는 출장 이후 정산보고서와 결과보고서를 통해 출장 내용과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출장 중에 비판 성명이 나온 점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정산과 결과가 공개되는 절차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논란은 지방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출장은 집행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예산 편성과 심의, 의결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전제로 한다. 의회가 예산을 승인했다면, 집행 단계에서는 그 결과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 제도적 순서다. 반대로 해외출장의 필요성이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예산 심의 단계에서 조정하거나 제동을 거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설계돼 있다.

군포시가 이번 입장에서 다른 지자체 사례를 언급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군포시에 따르면 인근 안산시와 과천시의 시장들은 신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석해 도시 미래 전략과 관련한 출장을 다녀왔다. 군포시 역시 시장의 CES 출장 예산을 신청했으나, 의회 측은 당시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불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출장의 성사 여부가 결국 의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사례다.

이 사례는 해외출장 자체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행정 행위가 아니라, 정책 판단과 예산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통상적 행정 절차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도 함께 드러낸다. 승인한 예산의 집행 결과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과, 승인 이후 정치적 논쟁의 소재로 삼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군포시는 최근 몇 년간 자매결연 도시 행사 등 인사성 방문을 제외하면 직원들의 해외출장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책 학습이나 사례 조사를 위한 출장이 드물었던 상황에서 이번 출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행정 내부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군포시 역시 해외출장이 시민에게 납득되기 위해서는 결과 공개와 설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의 입장이 제시됐다고 해서 논란이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시기일수록 행정 행위는 더 많은 설명을 요구받는다. 절차적 정당성과 별개로, 출장의 목적과 일정, 그리고 결과가 시민의 이해 수준에 맞게 설명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군포시가 언급한 정산보고서와 결과보고서는 그 출발점이다.

정치권 역시 질문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출장을 무조건적인 문제 제기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행정은 장기 정책을 위한 학습과 검토 과정에서 위축될 수 있다. 철도지하화와 같은 대규모 사업은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는 정책 영역이다. 장기적인 비교와 사례 검토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는 해외 사례 조사도 포함될 수 있다.

이번 군포시 해외출장 논란은 결국 행정과 정치의 역할을 다시 구분하게 만든다. 행정은 계획과 절차에 따라 집행되고, 정치는 그 결과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순서가 뒤바뀔 때, 논란은 반복된다. 군포시가 강조한 “행정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표현은, 특정 사안에 대한 방어를 넘어 행정 전반의 원칙을 상기시키는 문장으로 읽힌다.

판단의 기준은 명확하다. 출장 이후 공개될 정산보고서와 결과보고서, 그리고 그 내용이 실제 정책 검토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다. 해외 사례 조사가 형식적 방문에 그쳤는지, 아니면 군포시 철도지하화와 재건축 논의에 실질적 참고 자료로 활용됐는지는 기록으로 확인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성명과 반박으로 끝나지 않는다. 행정은 기록으로 남고, 평가는 결과로 이뤄진다. 선거라는 시간표와 무관하게, 군포시 행정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이후 문서와 정책 과정 속에서 확인될 것이다. 기자수첩은 "그 지점을 지켜보는 데서 역할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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