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및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인 빅터 차(Victor Cha)가 10월 11일자 미국의 ‘포천(Fortune)’에 기고한 글이며, Fortune.com 논평 기사에 표현된 의견은 전적으로 작성자의 견해이며 반드시, 포천지의 의견이나 신념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식 순간”(Zelenskyy moment)을 피했다고 농담했다. 오랫동안 지연되어 온 정상회담에는 축하할 만한 점이 많았다. 6위 교역국인 미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양국의 대북 안보 정책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흔히 그렇듯, 그 좋은 감정은 금세 식어버렸다. 72년 된 한·미 동맹과 오는 10월 말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협하는 위기가 이제 싹트고 있다.
문제의 첫 징후는 8월 25일 이재명-트럼프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을 관리해 온 제(빅터 차) 경험을 고려하면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앞서 이뤄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공식 공동 합의문 없었음. 빅터 차는 기고문에서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를 언급하지 않았음)
(일반적으로는) 대통령 간 첫 회담 이후에 발표되는 이러한 (공동) 성명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양국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한미 관계를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미국 기업과 제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에너지 구매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이 한국 재정에 너무 큰 규모라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이 금액이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과의 대출 보증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거래는 거래일 뿐’(a deal is a deal)이다. 그는 3,500억 달러 전액을 원하며, 그것도 대출이 아닌 현금 선불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법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원하며, 양측은 펀드 투자 수익 분배 방식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이 한국이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에 근접하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를 원한다는 보도이다. (상무부 장관의 일방적 주장은 동맹인 한국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깡패와 같은 짓일 수 있다.)
셋째, ICE(이민세관단속국)가 조지아주에 있는 43억 달러 규모의 현대-LG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단속하고, 300명이 넘는 근로자를 추방한 것은 한국을 분노하게 했다. 미국은 이민법을 집행할 권리가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 단속이 시기상조이고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는 마치 범죄인처럼 손과 발에 수갑과 쇠사슬로 족쇄를 채우는 등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국 ICE측의 인권 침해 행위와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는 참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유치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를 (일단) 중단했다. 이 동맹은 이제 슬로우 모션으로 본 사고난 열차(train wreck)처럼 보인다.
한때 한국을 “돈 만드는 기계”(money machine)라고 불렀던 트럼프는 한국이 파산 할 수 있다는 말(pleas of insolvency)을 비웃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피즘에서는 그러한 사고가 무리가 아니다). 트럼프는 투자 요구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를 미루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를 한국 경제가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한국의 대미 수출 1위인 자동차는 새로운 수입 관세 부과로 인해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4.1% 감소했다.
ICE에 얽매인 자국민의 모습에 분노한 한국인들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투자를 계속 보류할 수도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동차 및 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 이상으로 인상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제기해 온 불만인 한반도 주둔 미군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그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러한 의견 불일치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부터 선박까지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미국의 투자는 총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그린필드 투자국(greenfield investor)이 되었다.
(그린필드 투자란 외국인(한국) 기업이 해외(미국)에 부지를 마련한 후 인허가를 받아 생산공장 혹은 현지 지사를 설립, 현지 인력 고용 등 완전히 새로운 사업장을 설립하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의 비자 정책은 이처럼 풍부한 투자로 촉발된 비즈니스 여행 급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ICE의 현대차 단속 이후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비자 절차를 협상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이는 반이민 성향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Movement)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별도의 취업 비자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의 한국 투자에 대한 진정성을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관세율을 가능한 한 빨리 15%로 낮추는 일이다. 일본과 유럽 연합은 현재 그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은 경쟁력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공약 규모가 너무 클 경우, ▶ 양국 정부는 이행 기간 연장 ▶ 프로젝트별 투자 기금 기여 ▶ 최근 한국 투자금 공제 등의 차선책을 모색할 수 있다. 기타 개선 방안으로는 ‘분쟁 해결 메커니즘 구축’ 및 ‘프로젝트 타당성 평가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 구성’ 등이 있다.
그러나 서울과 워싱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이러한 조정을 양측이 모두 용납할 수 있는 합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지, 양측이 모두 물러나기로 하는 성패를 가르는 협상의 일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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