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적, 독단적, 미국 우선주의, 거래 제일주의, 보호주의는 혁신을 먹고 살아야 할 산업 전반에 재갈을 물리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민간 주도의 산업 경쟁력은 트럼프 정부 주도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 위축될 수밖에 없고, 혁신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단어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진다.
미국의 철강 산업이 21세기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한다. 물론 미국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도 민간 주도의 혁신에 정부 지원이 보태지면 산업 발전은 가속할 것이다.
6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25%에서 50%로 두 배 늘려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은 국가 비상사태 시 국방 및 주요 인프라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량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으로 덤핑(dumping) 수입되면서 “국가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기는 하다. 물론 철강만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철강은 미군 특히 해군에 필수적 물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갈등, 충돌 위험이 고조되면서 미국 철강 산업의 쇠퇴는 취약점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해군함정 제조능력이 없는 미국의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에 조선 분야 협력을 부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군함이든 상선이든 선박은 철판(鐵板, 厚板)이 없으면 제조가 불가하다. 선박은 이른바 쇳덩어리의 응집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철강이 태부족이며, 선박 제조 기술을 포함 종사들 역시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취약한 현실이다.
현재 미국 최대 철강 회사인 뉴코어 코퍼레이션(Nucor Corporation)은 세계 15위의 철강 회사이며,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는 22위, US 스틸 코퍼레이션(US Steel Corporation)은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일본제철의 US 스틸의 인수를 승인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중국은 세계 10대 철강 회사 중 6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 세계 최대 기업인 차이나 바오우 그룹(China Baowu Group)이 있다. 룩셈부르크, 일본, 한국, 인도도 세계 10대 철강 회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이다. 이들의 존재는 20세기 대부분 동안 세계 철강 시장을 선도했던 미국 철강 기업에게는 놀라운 하락을 뜻한다.
트럼프 관세 조치는 분명히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 초강대국에 식량을 제공했던 과거 거대 산업 기업에 치명타를 날리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크레이그 로치(Craig R. Roach) 박사의 주장이다.
크레이그 R. 로치 박사는 전기 및 에너지 기술 분야의 전문가이며, 보스턴 퍼시픽 컴퍼니(Boston Pacific Company, Inc.)의 창립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일론 머스크까지, 세상을 바꾼 기술 : 간단히 전기화하기”(Simply Electrifying : The Technology that Transformed the World, from Benjamin Franklin to Elon Musk)라는 제목의 전기 역사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철강 생산업체들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의 철강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철강 산업을 지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철강 기업들이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생산량 감소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평가한 것은 옳지만, 이 해결책은 “시장 혁신가들과 기업가들이 철강 르네상스(steel renaissance)를 촉진할 수 있도록 산업의 문 개방”이 전제된다.
과거 미국 철강 산업은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20세기 초, 새로운 기술과 산업화는 철강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미국 철강 회사들은 사업 혁신과 기술 혁신을 결합했는데, 예를 들어 평로(平爐, open-hearth furnace) 생산 시스템과 철강 생산의 화학 및 과학에 대한 더욱 정교한 이해가 그 예이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 최고 품질의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전반기에는 철강 산업이 정부 주도(government-driven)가 아닌 “기업 주도 산업”(business-driven sector)이었다. 생산량은 1900년 1천만 톤에서 1950년 9천만 톤으로 증가하는 등 무려 900%의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1940년대에는 미국 철강 회사들이 세계를 지배했으며, 평균적으로 미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약 절반을 생산했다. 미국 철강 산업의 점유율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압도적이었지만,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미국 철강 회사들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20% 미만을 차지했고, 1980년대 말에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혁신은 사라지고 기업 주도가 아닌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생한 역사적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다 다른 나라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우(愚)를 범했다. 중국을 미국식으로만 다루다가 이른바 G2라는 막강한 중국을 탄생시킨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쟁 심화에 대응하여 미국 정부는 철강 산업을 보호했고, 이러한 조치는 철강 기업들의 혁신 의욕을 저하시켰다.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및 유럽 연합과 수출국 스스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조치인 이른바 ”수출자율규제협정“(VRA : voluntary restraint agreements)을 협상하고, 미국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 가격에 철강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반덤핑(Anti-Dumping) 소송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수년간 미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해 온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의 이면에 깔린 이론은 철강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운영을 현대화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부터 철강 기업들이 경험했던 격변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였다. 저명한 하버드 경제학자 조셉 A.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불안정, 심지어 쇠퇴 속에서도 경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혁신(innovations)이 탄생한다“고 믿었다.
그는 산업이 ”끊임없이 내부로부터 경제 구조를 혁신하고, 끊임없이 기존 구조를 파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구조를 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 내의 이러한 마법(魔法)을 설명하기 위해 이른바 ”창조적 파괴“(創造的破壞, creative destruction)라는 용어를 만들어냈고, 철강 산업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창조적 파괴였다.
역사는 미국 정부가 창조적 파괴를 외면하고, 대신 철강 기업을 지원했던 실수를 보여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산업 국가를 지향하는 어떠한 나라도 미국과 같은 길을 걸으면 쇠퇴는 절친한 친구가 될 것이다.
미국의 철강 생산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정체되었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미국 철강 업체들의 세계 철강 생산량 점유율이 5%~10% 사이로 떨어지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 미국 철강 생산업체들의 세계 철강 생산량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1973년 1억 3,7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던 철강 생산량은 40%나 감소, 2021년에는 약 8,500만 톤에 그쳤다.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미국이 미래 분쟁에 필요한 전쟁 물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려면 철강 관세와 같은 보조금의 족쇄를 제거해야 한다. 미국 철강 회사들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혁신은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수입될 수도 있다. 미국은 혁신을 활용하여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한 외국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일본 일본제철(Nippon Steel)이 US Steel을 인수함으로써, 철강 산업에 창조적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유망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일본제철은 US Steel과 자사의 독보적인 기술을 공유하기로 약속했으며, 연간 5억 달러(약 6,876억 원) 규모의 연구 개발(R&D) 투자를 통해 미국 철강 산업의 현대화를 지원할 것이다.
대부분의 철강 제조업체가 약 2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제철은 북미 지역에서만 약 2,000개의 철강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시장에 경쟁을 유도하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조, 우주에서의 생산 가능성 연구, 3D 프린팅 및 군사용 ‘슈퍼 철강’(super steel) 등 혁신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일본제철의 인수로 인해 미국 정부 개입의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에 US스틸 지분 중 ”황금주“(golden share)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미국 연방 정부가 US 스틸 이사회 구성원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철강 노동조합 역시 거부권 행사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노동력 절감을 위한 혁신을 무산시키도록 당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US 스틸에 대한 일본 기업 인수를 철저히 반대했다. 트럼프도 처음에는 바이든과 같은 입장을 보였으나, 결국 ‘황금주’라는 조건을 내걸고 사실상 일본제철의 인수를 승인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연방 정부가 황금주 확보 이유를 내세워 경영 혁신 등 그 과정에서 사사건건 관여할 경우, 경영은 지리멸렬하게 될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트럼프와 같은 미국 자존심만 내세우는 정부 주도의 조치들은 성공의 길에 대한 훼방꾼이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혹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말이 엇갈리며 혼재되어 있지만, 최근 사건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보호무역주의와 분명히 맥을 같이 한다. 철강을 지키려면 트럼프 정부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 미국 내 철강 생산 혁신 추진 여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과 보호무역주의적 철강 관세는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미국을 포함 전 세계의 철강 산업에 트럼프 관세는 유용하지 않다.
최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철강 관세 역시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보여주고 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이는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1930년 6월 17일 미국에서 법으로 서명한 보호무역 조치로, 주요 의회 법안 발의자인 ‘리드 스무트’(Reed Smoot) 상원 의원과 윌리스 C. 홀리(Willis Hawley) 하원 의원의 이름을 딴 법안으로, 1929년 10월에 시작된 대공황 동안 미국 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20,000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시켰던 것이지만, 끝내는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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