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 세계를 향한 ‘상호 관세’ 등 그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에 맞서 아시아 시장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가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금, 비트코인 등이 다양하게 활용됨으로써 미국 달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정학적 위험 속에서 아시아 경제권은 달러화 폐지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다극화 통화 시스템으로 ‘통화 전환’(a monetary shift)을 시사하고 있다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점점 더 많은 아시아 경제권이 대체 무역 협정( alternative trade agreements)을 체결하고, 금과 디지털 통화와 같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미국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보다 다극적인 통화 시스템으로 전환을 의마한다고 말하고 있다.
외환 플랫폼인 포렉스 콤플렉스(Forex Complex)가 실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달러화 약세의 주요 지표 3가지가 지적됐다. ▶ 국가 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 감소 ▶ 금의 비중 증가 ▶ 양자 무역에서 대체 통화(alternative currencies) 사용 증가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상위 10개국에 포함되었다. 외환 중개사 FXTM의 부사장인 크리스 로지(Chris Lodge)는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 제재 ▷ 관세 ▷ 지정학적 위험 증가에 대응하여,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관세는 싱가포르(10%), 필리핀(17%), 말레이시아(24%), 브루네이(24%), 인도네시아(32%), 태국(36%), 미얀마(44%), 베트남(46%), 라오스(48%), 캄보디아(49%)이다.
미국 달러가 글로벌 시장을 계속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SWIFT 지불의 거의 절반과 외환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함) 다각화 노력이 동남아시아, 중동 및 브릭스(BRICS) 회원국 사이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평가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위안화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는 특정 양자 협정에 따라 유로(euro)와 에미리트 디르함( Emirati dirham)으로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인시아드(INSEAD)의 금융학과 조교수인 벤 차로엔웡(Charoenwong)은 이러한 변화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각국이 워싱턴의 경제 및 외교 정책 도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차로엔웡은 “아시아의 탈달러화(de-dollarization)는 단순한 통화 대체가 아닌 다극적 통화 시스템(multipolar monetary system)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하고, 미국 달러를 대체할 실질적인 통화는 많지 않지만, 재정 위험과 불리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국가들은 ASEAN (아세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같은 지역적 틀을 모색하여 무역을 더욱 긴밀하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아세안 협정(Asean agreement)은 미국 통화 정책 변화와 무역 제한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현지 통화 거래를 우선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동남아시아 회원국들은 말레이시아 링깃(ringgit), 태국 바트(baht) 등의 통화를 사용해 직접 무역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약 15%를 대체 통화로 처리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거래에는 ‘위안화’(yuan)를 사용하고, 일본과의 거래에는 자국 루피아(rupiah)를 사용한다.
인도 역시 자국 통화인 루피(rupee)를 사용해 18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차로엔웡은 “아시아 지역의 각 국가가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금(Gold)이나 채권과 같은 실제 자산의 가치에 고정된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과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ies), 즉 국가 법정 통화의 디지털 버전과 같은 디지털 솔루션을 추구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줄이고 싶어하며, 특히 워싱턴이 최근 러시아 와 이란에 제재를 가한 이후 달러가 무기화(weaponization of the dollar)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의 위안화가 이러한 추세로 인해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싱가포르 ESSEC 아시아 태평양 경영대학원의 지정학 교수인 세도미르 네스토로비치(Cedomir Nestorovic)는 “아세안, 중국 등 다른 국가도 무역 다변화 속에서 중동 국가들과 더욱 강력한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달러화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실행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최근 대체 자산(Alternative assets)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적 긴장으로 인해 미국 달러에 비해 금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가치 저장소’(store of value)로 여겨져 온 귀금속(precious metal)에 아시아의 무역 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역사적으로 귀금속은 미국 달러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금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26% 상승했으며, 미·중 무역 갈등과 금융 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4월 22일에는 온스당 3,4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달러 약세에 대한 예상으로 인해 금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아시아 중앙은행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을 사들이고 있지만, 2025년 1분기에는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수가 감소했다. 하지만 그 감소 폭은 크지 않다고 한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매수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글로벌 암호화폐 플랫폼 제미니(Gemini)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 사드 아메드(Saad Ahmed)는 “미국 달러, 혹은 국채는 일반적으로 세계 기축 자산(global reserve asset)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금과 비트코인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수익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5월 22일 미국 정부의 지원 규제에 대한 시장 기대감으로 111,000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메드는 “암호화폐가 젊은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선호되고 있으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을 보완하는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고, 많은 투자자들이 위안, 홍콩 달러, 유로와 같은 통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달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에 발표된 글로벌 스테이트 오브 크립토(Global State of Crypto)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암호화폐 보유율이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싱가포르가 28%로 가장 높은 보유율을 기록했고, 영국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차로엔웡은 “달러화 약화 추세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은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거래에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아시아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달러화 탈피 노력에 있어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가 분산형 암호화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의 위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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