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위대한 미국’과 ‘굿바이, 규칙 기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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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위대한 미국’과 ‘굿바이, 규칙 기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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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함동회의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사진=X(엑스, 옛 트위터)

“아는 것이 힘”과 “모르는 게 약”이라는 서로 모순된 말을 우리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사용하곤 한다. 피일시 차일시(彼一時 此一時) 다시 말해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라는 매우 편리한 상황 논리를 펴기도 한다.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살아가자는 것도 엉터리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 집단의 수장이나 국가의 지도자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말만으로는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집단은 서로 모순된 생각들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비전을 앞세우고 국가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맞는 수단들이 동원돼야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어긋나는 말과 행위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법치국가라며 법을 의도적으로 어겨가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파렴치한 지도자가 있다면, 그 집단은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앞의 손실과 이득만을 따지며 움직이고, 저항하면 마치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듯이 힘으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일들을 우리는 곳곳에서 목도(目睹)할 수 있다. 그러한 방식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한다면서 기존의 규칙 기반 질서를 깨부수는 일을 전 세계가 명확히 보고 있다. 이를 보는 국제사회의 반감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 같은 모순적 언행은 우려의 대상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기 임기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디시(DC)의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아메리카 드림의 부활‘이라는 주제로 MAGA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는 취임 1개월 반쯤 기간에 100여 개의 대통령령인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불법 이민 송환이나 성적 소수자 등을 우선 등용하겠다는 전임자 조 바이든의 정책 폐지 등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했다.

연설 과정에서 상하 양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 의원이 여러 번 일어서 박수하는 한편 민주당 의원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했다. 거의 정확하게 양분된 모습이다. 미국이 이렇게 철저하게 분열된 모습이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영향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인 독재 체제를 선호하는 독재자들에게는 장기 독재의 수단으로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분열 정치의 결과로 독재라는 달콤한 열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가을 중간선거에서 다수파가 교체되지 않는 한, 미국 의회가 트럼프에게 멈춤을 걸기는 곤란할 것이다.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트럼프는 ”무의미한 전쟁을 끝낼 때“라고 강조하고, 휴전 혹은 종전(終戰) 실현에 다시 한번 의욕을 내보였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관계 복구를 요구하는 서한을 받은 것도 밝히면서 의기양양했다.

트럼프는 2월 28일 젤렌스키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을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즉각 중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총액의 거의 50%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이 손을 놓으면, 우크라이나 군은 수개월 안에 러시아군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대로는 국제법을 공공연하게 노골적으로 깨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러시아에 미국이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브로맨스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좋은 친구라며 침략을 당한 피해국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배제하고 트럼프-푸틴 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몰고 있는 소나 말이 되었다는 비판이 돌아다닌다. 미국이 군사 지원 중단을 철회하는 것이 규칙 기반 질서에 맞는 것이지만, 절대 손실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트럼프의 거래 제일주의(Deal-firstism), 이익 우선주의(profit-firstism)를 막아낼 주변은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국익 최우선의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를 임기 2기째에도 진행하는 결의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이 스스로 주도해 온 법의 지배나 자유무역에 근거한 국제질서에서 철수하면, 미국 자신에 대한 타격도 헤아릴 수 없다. 트럼프에게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는 이제 헤어져야 할 구닥다리 질서인가?

그는 연설에서 상대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부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관세 대응 조치는 세계 경제를 혼란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가속시킬 우려가 강하다는 게 미국 보수 언론들도 일제히 성토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인 소비자들의 우려가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 국가 등에 대한 경제 원조를 중단하고, 국내 대책을 돌이킬 생각도 제시한 반면, 오히려 중국은 신흥·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보다 긴밀 관계를 구축하면서 미국보다 우위에 서려고 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도모하려 하고 있다.

’중국 주저앉히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이 오히려 중국의 세계 진출을 돕는 꼴이 나타나고 있다. 모순의 순간(a moment of contradiction)이다. 미국이 오랜 시간을 들여 누적시켜 온 국제적인 신뢰와 지위를 놓치지 않으면 그러한 모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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