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으로 포장된 이미지가 바로 자신의 감옥

시진핑이 조금만 인내력을 가지고 때를 기다렸더라면 10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G1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푸틴 역시 전쟁을 조금 늦췄더라면 중동 전쟁으로 인해 독무대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독재자는 항상 조급하다. 단지 그들이 70대에 접어들어 쇠약해지는 몸을 느끼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재자의 곁에는 치밀한 정보와 전략을 다루는 엘리트들이 많지만, 그들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그들에게 집단지성의 파워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가끔 엘리트들은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감옥에라도 가면 다행이다. 독재자 곁보다 감옥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결과론으로 보는 역사는 참으로 오묘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한창 준비되면서 중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2007년 나는 중국에서 살았다. 세상이 온통 중국 품으로 들어오던 그 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2008년 미국 금융권이 무너지고, 중국은 올림픽 열기로 세계를 뒤덮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시진핑이 오판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국제정세에 밝은 많은 사람들은 “지금 굴기(崛起)하면 중국이 망한다”라는 근거 있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도체 굴기, 우주 굴기, 축구 굴기까지 ‘시진핑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기축통화의 위력에 대해 시진핑은 과소평가한 것이다. 지금 중국이 곤경에 처한 미국 금리인상과 자본 이탈 등 문제가 기축통화국인 미국 달러의 힘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조세 압박은 그다음의 문제다.
당시 인민은행 금융 책임자인 칭화대 리다오쿠이(李稻葵)와 같은 세계적인 엘리트들이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달러 패권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시진핑은 서민경제와 실물경제의 중요성을 주창하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의견을 매번 묵살했고, 리커창은 결국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중국 경제 역시 지금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푸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자국의 군사기술 수준조차 돌아보지 않고, 우크라이나로 진군을 거듭했다. 마치 마지막 차르(Czar)의 원정이라도 되는 듯. 기세가 대단했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니 오판할 만도 했다. 누구의 손엔가 노드스트림(Nord Stream)이 잘려 나가고, 서방 세력이 우크라이나로 몰려 들어오면서 푸틴의 꿈은 아침 안개처럼 녹기 시작했다.
여전히 러시아는 재래식 전력과 에너지 자원이라는 든든한 언덕을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푸틴의 뼈아픈 오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론적으로 푸틴은 혼자 힘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수습할 만한 능력자가 아니었다. 북한에 손을 내미는 처지가 됐다.
만약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에 푸틴이 도발했더라면 미국으로서는 두 발이 깊이 빠지는 늪지대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푸틴과 그의 엘리트들 역시 이란이나 하마스, 헤즈볼라의 계획을 몰랐을 리 없다. 어쩌면 알기 때문에 움직인 것이다. 기회주의자가 되긴 싫었던 푸틴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내가 먼저!”라는 영웅주의적 행동 아니었을까.
집단지성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자, 그는 이미 독재자가 아니다.
따라서 전체주의는 늘 독선과 1인 체제의 위험한 벼랑 앞에 서 있다. 1인 독재주의는 본질적으로 왕정 체제나 전체주의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늘 벼랑 끝으로 걸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길은 항상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이다. “이 길은 세상에서 나만이 갈 수 있는 영웅의 길!”이라는 오만함이 그들을 유혹한다.
독재자의 가장 심각한 딜레마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영웅으로 포장된 자신의 이미지가 바로 그 자신의 감옥이 된다. 퇴로가 없는 외통수다. 독재에 취한 독재자는 언제 몰락하느냐의 문제만 남게 된다.
그런 독재자는 북한에도, 우리 사회 안에도 있다. 독주(獨走)하는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그와 다를 게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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