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감성전 대응 전략: 북한 내부 혼란을 기회로 삼아야

1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탁구선수 리정식과 김금용의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파리올림픽 시상식장에서 신유빈 등과 삼성 Z 플립6로 셀카를 찍는 즐거워하는 모습이 전해져 노동교화형 등에 처해 졌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던 차였다. 이에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무슨 소리냐? 이렇게 멀쩡해!”라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이 선수들이 갑자기 방송에 등장한 것은 뜬금없는 일 아닌가.
앞서 양강도와 신의주 물난리 때 “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라는 한국 뉴스에 대해서도 북한은 방송과 온라인매체 등을 동원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다”라고 즉각 반박하면서 우리 측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매우 즉각적인 반응이자, 민감한 반사신경이 작동한 격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계속해서 보내는 오물풍선 역시 같은 현상으로 봐야 한다. 보통 국가 간의 외교적 갈등에서는 금물로 여겨 온 행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남북 사이에 감성적 갈등이 예민하게 전개되는 ‘촉촉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갈등과 경쟁 수준에서 전쟁 수준으로 비화한 것이다.
감성의 전쟁은 곧 인식의 전쟁이며, 상징조작(symbolization)의 경쟁이다. 사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무력 도발이 아니라 감성 경쟁을 하는 이 상황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감성전쟁은 왜, 어떤 배경에서 촉발되었을까.
우선 최근 수년 동안 북한 지도부가 겪어 온 극한적 위기감이 그 동기를 부여했다. 이제 갈 길이 막막하고, 더 해볼 게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그러나 물난리를 비롯해 탁구선수 처형, 대북 풍선 날리기 등 참을 수 없는 충격이 가해지자 감정적인 반응들이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다음으로는 대응 수단의 궁색함이다. 계속적인 미사일 도발이 먹히지 않았고,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켜 왔다. 그래서 더 이상의 무력 도발이 자칫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중이었다. 거기에다 잦은 한미 연합훈련을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대응의 수단 자체가 감성적 반박이나 공격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이 감성전쟁의 결과는 어떨까. 보통 상징조작이나 감성적 선전은 전체주의 체제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절제된 전략과 내부통제에 의해 자국은 이념 무장을 강화하고, 상대에게는 치명적 피해를 입혀 사회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전략이다.
그러나 지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쪽은 우리다. 이 전쟁에서 약점이 많고, 북한 내부의 정보 통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징조작의 테마(소재)들이 대부분 북한에 불리한 것들이다.
이 ‘촉촉한 전쟁’에서 북한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와 정보기관이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친다면 북한은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 고위층들까지 인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 상처는 속으로 곪아가는 속성 때문에 데미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동독이 무너진 것은 베를린장벽 붕괴 때문이 아니라 동베를린에 스며든 서독 TV 전파 때문이다. 새로운 상징에 의해 인식이 변하면 장벽이든 그 무엇이든 무너뜨리고 만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뉴스, 대북 풍선, 휴전선 확성기 방송, 한류 콘텐츠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정보원이 유명무실해진 이 정부가 고도의 감성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 바로 그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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